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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뷰] 슬레이어즈 スレイヤ-ズ Evolution-R
    오덕기(五德記)/日 2009. 4. 17. 18:35


    WARNING: Thar Be Spoilers Ahead!
    스포일러 경계령


    슬레이어즈 evolution-r 완결.
    인간 총출동

    처음 여기 티스토리에 블로그 개설하고 얼마 안 되어서 슬레이어즈 레볼루션에 대해 열심히 포스팅 했던 것 같은데, 엄청난 실망 끝에 13회 원 쿨로 끝난 레볼루션을 끝까지 본 기억도 없고, 이후 다음 쿨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도 안 썼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새로운 시리즈인 evolution-r이 끝났다는 이야기를 듣고 어쩔 수 없는 팬심으로 구해본 결과...

    글쎄다, 레볼루션의 충격 때문에 전혀 기대를 안 해서인지 evolution-r은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다른 슬레이어즈 팬들이 슬레이어즈 try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그닥 좋아하지 않았었는데, 오히려 evolution-r은 try보다 더 재미있었다. 개그도 좋았고, 기존의 캐릭터에 대한 집중력도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 설정상 허점이 없는 건 아니지만 슬레이어즈 세계관에 준하면 전반적 줄거리도 논리적이었고 레볼루션에서의 괴로웠던 작화도, 익숙해진건지, 아니면 좀 색을 연하게 넣은건지 볼만했다. 그 무엇보다도 오랜만에 코야스 타케히토 상의 레조 목소리를 많이 들을 수 있어서 즐거웠다.

    evolution-r을 보면서 계속 들었던 생각은 이거 제발 예전 sbs판 성우진을 동원해서 한국어 더빙 좀 해줬으면 좋겠다는 것. 김민석 님이 하시는 레조 목소리를 듣고 싶다...으




    슬레이어즈 evolution-r을 보면서 계속 느낄 수 있는 감정은 바로 '기시감'


    시청하는 내내, 이거 예전에 본 것 같은데...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줄거리 자체도 포코타의 몸을 빌린 적법사 레조가 또다시 마왕 샤브라니구드를 부활시킨다는 것이었기에 Slayers 맨 처음 시리즈와 비슷한 궤를 그리고 있다. 아벨과 라독은 슬레이어즈 넥스트 세이룬 왕국의 크리스토퍼 알프레드 부자와 비슷한 이미지였고 (내용은 예상밖으로 흘러갔으나) 혹시나 어린 소년이 나오면, 이건 혹시 피브리죠가 부활한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 -_-; 오른쪽 그림의 듀 뭐시깽이하는 마족 둘의 출연은 칸젤과 마젠다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등, 보는 내내 아 이거 예전에 본 것 같아 하는 기시감에 시달리게 했다. 특히 맨 마지막 편에 마왕에게 맞서다가 제로스가 부상을 당하는 부위는 예전 마룡왕 가브와 싸우다가 당한 곳과 똑같고, 레조가 새로운 몸으로 선택한 포세르가 마구 폭주하는 모습은 피브리죠의 얼굴이 생각나게 했다. 이런 점들은 기존의 슬레이어즈 시리즈에 익숙한 나같은 '올드'팬들에게는 예전 기억을 되짚을 수 있는 시간을 주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이게 그리 나쁘지 않았다. 다시 말하지만 이러한 줄거리는 슬레이어즈 세계관에 토대를 둔 용납할만한 논리적인 전개였다는 점이 에볼루션-r에 대해 혹평을 하지 않게 하는 가장 큰 이유이다.


    오젤과 포코타

    캐릭터에 대해서 말하자면, 포코타, 듀크리스, 오젤, 즈마, 와이져, 그 공작 양반 등등 레볼루션에서 새롭게 추가된 캐릭터에 대해 그닥 애착이 없었는데 에볼루션-r은 한번에 너무 많이 쏟아냈던 수많은 캐릭터들을 정리하면서 각각의 캐릭터들에 대한 집중력을 높였다는 점에서 성공적이었다. 물론 '나마'라는 새로운 캐릭터가 꽤 비중있는 역할을 맡기는 했으나, 사실 슬레이즈 팬들에게 나마가 새로운 캐릭터인가? -_-; 얼핏 비추는 실루엣만으로도 이 여자가 슬레이어즈 스페셜로 익숙한 '나가'였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 캐릭터가 출연할 때 마르티나 테마송이 나와서 마르티나인가? 하고 잠시 착각했었다. 사실 웃음 소리야 나가나 마르티나나...)  어쨌든 '나마'는 사랑스러운 동생 '아멜리아'를 오랜만에 만나 환상의 콤비 플레이를 하는 감동적인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어찌나 흐뭇해하면서 봤는지...ㅋㅋ

    아멜리아와 나마



    기존의 캐릭터에 대해 코멘트를 하자면, 가우리는 좀 더 젊어지고 똑똑해졌고, 제르가디스는 사정없이 망가졌다. 특히 그가 키메라가 되기 전의 모습을 꽤 오래 보여준 점이 인상깊은데 역시 제르가디스는 지금의 모습이 더 멋지다. (본인은 싫어라하겠지만...) 제로스는 뭐 귀엽다. 난 제로스가 리나들 편에 서서 싸울 때가 제일 좋더라. ㅋㅋ


    의뭉스러운 제로스와 망가지는 제르가디스





    또하나 이번 슬레이어즈가 좋았던 점은 오프닝과 엔딩.
    다른 시리즈보다 특별히 더 좋은 건 아니지만 항상 그 수준은 유지해준다는 장점이 있다.

    패밀리가 떴다 찍는 슬레이어즈 식구들



    오프닝은 초반 하야시바라 메구미가 갑자기 소리 질러주시고,
    마룡왕 가브, 바르가브, 명왕 피브리죠까지 총출동해서 약간 벙찌긴 했지만, 뭐, 이 모든 적들을 해치우는 옆에 가우리, 제르, 아멜리아가 있었다는 뜻이기도 하기 때문에 아주 나쁘지는 않았다.




    마지막으로 슬레이어즈 evolution-r을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불분명한 선악관.
    소시민적 역사관과 불분명한 선악관은 이 작품의 장점이다. 그냥 지분노 이노치오 마모루타메니 싸워가는 이 인간들의 작태는 얼마나 인간적인가. evolution-r은 악을 대변하는 마족과 선을 대변하는 신족 사이에 사는 선과 악을 모두 가지고 있는 인간들이 있다는 슬레이어즈 세계관을 가장 잘 표현했다고 본다.

    내가 제일 좋아했던 에피소드는 9화. 레조의 영혼이 들어있는 명왕의 단지가 명령하는 대로 일을 처리해나가는 데 정신줄 놓은 레조님의 말씀이 어찌나 웃기신지...ㅋㅋ 가장 여러번 봤다. 마지막에는 일종의 카타르시스도 느끼고 -_-;

    귀여운 제로스...히히



    단점이 없는 건 아니다. 사실 수많은 단점 중에서 난 억지로 장점을 찾아냈다고 봐야한다.
    가장 큰 단점은 레조와 샤브라니구드 떡밥을 너무 많이 우려먹었다는 점.
    이야기가 더 이상 발전해나갈 여지가 없어보인다.
    evolution-r은 지금까지의 모든 소재를 활용함으로써 재미를 얻는 동시에 이 시리즈가 슬레이어즈의 마지막이라는 사실을 확실히 인증해버렸다. (ㅠ.ㅠ)

    두번째 단점은 개그에 치중한 나머지 이야기 전개에는 태만해서 10회부터 13회까지 급박하게 줄거리를 진행시킬 수 밖에 없었다는 점이다. 이야기를 초반부터 차근차근 시작하다가 중간에 잠깐 딴 소리 했으면 좋았으련만, 계속 딴 소리 하다가 막판에 급히 결론을 내느라 무려 마왕을 1편만에 처치하는 속도전을 보인다. -_-; 레볼루션부터 해서 시리즈 안배를 좀 더 현명하게 했었으면 좋았을텐데 쓸데없는 쟈나파랑 놀아나고 즈마가지고 노느라 다 망쳐놨다. 후우...


    勝利は 私の ために ある!!



    뭐 어쨌든 마지막으로 보는 그들에게 더 이상 무슨 소리를 하겠는가.
    고맙다 아그들아 ㅠ.ㅠ
    영원히 안뇽...ㅠ.ㅠ


    포코타와 나마의 행복한 한 때 ㅋㅋ



사고전서의 옳게 치우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