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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자동차 여행] 세계에서 가장 긴 동굴, 매머드 동굴(Mammoth Cave)
    여행/미국 2009. 10. 11. 22:47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매머드 동굴이라는 형편없는 작명센스 한 번 까주고... 

    단순하기 짝이 없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매머드 동굴은 엄청난 규모를 자랑한다.  
    세계에서 가장 긴 동굴이고, 심지어 세계에서 두번째 세번째 동굴의 길이를 합친 것보다도 길다고 한다. (현재 조사된 동굴의 길이는 580km인데, 동굴은 살아 움직이는 공간이기 때문에 더 길어질 수도 있다.) 

    내쉬빌에서 매머드 동굴이 있는 cave city를 향해 약 1시간 반 정도 운전하니 정말 아름다운 길이 나온다. 내가 지금까지 갔던 국립공원 중에서 가장 훌륭한 parkway를 자랑하는 국립공원이다. 시간이 많다면 이곳에서 묵으면서 자전거를 타거나 하이킹하면 딱 좋을 것 같은 그런 평화로운 풍경이다. 

    이렇게 잘 꾸며놓은 지상을 보니 지하는 어떨까... 무지 기대된다.
    12시와 3시에 하는 Historical Tour와 New Entrance Tour 표를 같이 끊었다. (이렇게 표를 함께 사면 할인해준다.)

    아, 저번에 여행 준비 포스팅에서 할까 말까 고민했던 Wild Cave Tour는 고민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내가 간 시즌에는 운영하지 않았다. 가기 전에 홈페이지에 들러서 시간 등을 미리 체크하는 게 좋을 듯.


    12시에 했던 Historical Tour에는 인도네시아에서 단체 관광 온 여성동지들이 득시글 거렸는데 너무 떠들어대서...쯥...-_-

    어쨌든 파크레인저 수잔의 인도로 처음으로 동굴에 발을 들였다.
    들어가기 전에 수잔은 "동굴에서 아무 것도 가지고 가지 말고, 아무 것도 두고 오지 마세요. 표도 버리지 말고, 침도 뱉지 마세요. 지금 커플들도 많은데, 사이가 안 좋아졌다고 해서 남친이나 여친도 두고 가면 안 되요. 우리도 필요 없어요." 라는 농담을 했다. 아...들었을 때는 진짜 웃겼는데 -_-;;;


    Historical Tour는 동굴의 생성에서부터 동굴에 거주했던 아메리카 대륙 원주민부터, 처음 동굴의 발견, 그 당시 여행자들의 자취를 따라가는 여정이다. 2시간 동안 약 2마일(3.2km)을 걷는 건데 몇 군데를 제외하고는 그냥 땅굴을 걷는 기분이다. 제주도 만장동굴 생각하시면 되겠다. 


    중간 중간 수잔은 우리를 멈추게 하고 이런 저런 설명을 해준다.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동굴을 모든 불을 끄고 조용히 동굴 그 자체를 느끼던 순간. (아, 이때조차 키득키득 거렸던 인도네시아 아줌마들...진짜...-_-+)

    매머드 동굴의 장점은 인공적인 빛을 최대한 자제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동굴은 종유석, 석순 등의 화려함을 유감없이 보여주기 위해서 조명을 밝게 하는 편이지만 여기까지는 이해가 가는데, 중국 계림에서 갔던 은자암 동굴이던가... -_-; 관암동굴이던가...  
    이건 좀 과해보인다. 중국은 동굴 내부 인테리어를 다 이모냥 이꼴로 한다. 뭐 화려하고 멋지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어쨌든 내 취향은 아니고. -_-; 

    약간은 지루한 Historical Tour였지만 마지막에 봤던 Mammoth Dome은 상당히 멋졌고 박쥐가 퍼덕퍼덕 거리며 날아다니는 것도 기억에 남는다.

    예전 동굴 관광객이 썼던 조명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이놈의 낙서질은...




    2시간의 관람을 마치고 밖으로 나올 때는 감격스럽기까지 하다.
     나오자마자 갑자기 느껴지는 습습하고 찌는 듯한 더위와 안경에 서리는 김은 덤.

    관람을 마치고 났더니 두통과 미식거림으로 컨디션이 안 좋아서 New Entrance Tour를 취소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았다. 그러나 두통약 먹고 조금 쉰 후 다시 거거거~


    New Entrance Tour, 즉 '새입구 관광'은 아래의 버스를 타고 이동한다.
    이것 역시 2시간인데 거리는 3/4마일 약 1km정도의 이동인데 대신 계단이 많다.
    이번 가이드 역시 수잔이었다. 유일한 동양인 여행자를 기억하는지 수잔은 또 만났다며 반가워 한다. (파크레인저는 이런 투어가이드를 하루에 세 탕씩 뛴다고 한다. 실로 대단한 체력이요 목청이다.)


    New Entrance Tour는 인공적으로 만든 문을 통해 동굴을 들어가는 경로이다. 동굴 자체의 자연적인 체계를 망칠 수 있기 때문에 사람이 출입할 때를 제외하고는 이렇게 닫아놓고, 내부에도 두 개 정도의 거대한 문이 있어 외부의 공기가 유입되는 것을 최대한 제어한다.


    New Entrance Tour는 좀 더 석회동굴로의 면모를 보여준다. 이쪽이 더 재미있는 편.

    이런 길까지 다 합쳐서 500km가 넘는다는 뜻이다.

    앞에 분의 질펀한 엉덩이 찬조출연. -_-;;;



    물론 이번 투어에서도 모든 조명을 끄고 동굴을 느껴보는 체험이 있다. 이 순간, 주위의 아무 사람도 느껴지지 않으면서 아무 것도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곳에 홀로 있는 기분이다. 동굴을 있는 그대로 알아가는 시간. 우리나라에서도 했음 좋겠다. 


    매머드 국립공원의 파수꾼, 수잔의 설명은 실로 감동적이었고,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 자신의 나라를 자랑스러워하는 마음이 처덕처덕 묻어났다. 괜히 심통이 나서 동굴에 흠집을 내고 싶은 기분이 들 정도였... -_-; 어쨌든 이 동굴은 유네스코에서 세계의 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 

    아래는 New Entrance Tour의 백미라 할 수 있는 Frozen Niagara Falls, 즉 얼어붙은 나이아가라 폭포이다. 하여튼 미국놈들의 허풍에 치를 떨면서, 한국 가면 얼어붙은 나이아가라 폭포가 수천 개는 있겠다고 생각했다. -_-;



    밖에 나와 버스를 타고 다시 Tourism Information Center로 돌아가는데 수잔이 샛길을 가리키며 이곳으로 가면 Green River가 있다고 한다. 강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나, 바로 차 끌고 향했다. 

    동굴 아래에 흐르는 물과 같은 지류라고 했던가. 이 짧은 강을 다리로 연결하는 대신 작은 페리로 차 한 대씩 이쪽에서 저쪽으로 실어다 준다. 하여튼 매머드 동굴 국립공원, 아래보다 위에가 더 예쁘...-_-;;;



    여행 기간 중 짧은 시간을 할애했지만 이 국립공원,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다. 
    그래도 역시 우리나라 석회 동굴이 짱. -_-;;;


사고전서의 옳게 치우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