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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뷰] 흑집사 (黒執事, Kuroshitsuji, Black Butler)
    오덕기(五德記)/日 2009. 12. 17. 10:40
    ※ 스포는 별로 없지만 악평은 있습니다.
    ※ 돌을 그대로 들고 계신 분은 다른 포스팅 봐주세요. ㅠ.ㅠ


    이제 그만 볼까, 아니 그냥 볼까... 우유부단한 성정이 절정에 다다랐을 때쯤 24편 짜리 애니메이션은 끝났습니다. 
    지금까지 본 애니메이션 중 시청이 끝나기가 무섭게 리뷰를 쓰는 유일한 작품일 듯. 브라보~!

    사실 보면서, 만약 끝까지 보게 되고 리뷰를 쓴다면 엄청 까주리라 다짐하고 있었죠. 그런데 살짝 다른 블로그들의 리뷰를 살펴보다보니 마음이 약해졌습니다. 평이 나쁘지 않더라고요.

    애니메이션의 배경은 영국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던 빅토리아 시대 영국입니다. 영국이 최전성기를 달리던 빅토리아 여왕의 치세, 그러나 그림의 색감이나 흑집사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애니메이션이 기본으로 깔고 있는 세계관은 암울하고 칙칙하기만 합니다.  

    주인공은 집사인 세바스쳔 미카엘리스(Sebastian Michaelis)와 그가 모시는 12살 짜리 백작이자 가문의 당주인 씨엘 팬텀하이브(Ciel Phantomhive)입니다. 빅토리아 여왕이 陽, 밝은 곳에서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이라면 씨엘은 陰, 어둠의 세계에서 일을 처리해 나가는 존재입니다. 음양은 서로 맞물려 가는 존재이죠. 보시면 무슨 뜻인지 아실 겁니다. 그리고 그의 옆에는 어떤 문제건 완벽하게 처리해 나가는, 그러나 단지 집사일 뿐인 세바스쳔이 있습니다.  

    모티브 자체는 파우스트입니다.
    이쯤되면 눈치가 빠르신 분들은 이 둘의 관계를 이해하실 겁니다. 네. 이 충성스럽고 못하는 것이 없는 최강의 집사는 사실은 이 소년의 영혼을 저당잡아 계약한 악마인거죠. 



    이 애니메이션을 추천해 주신 분은 이 작품이 가볍고 코믹한 일상생활과 미스테리한, 혹은 잔혹하고 어두운 세계관이 교차되는 내용이라고 했습니다. 악마, 천사, 사신 등의 설정은 덤이고요. 그래서 '가볍고 코믹한' 쪽에 포커스를 맞췄습니다만...  



    초반, 음 이 부분이 가벼운 일상생활이겠군... 
    자 이제 코믹적인 요소를 보여주세요. -_-;;;;;;;;;;; 라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도대체 어디가 웃기다는 건지. 닭살만 우드득 돋고, 억지스럽고, 재미때가리가 하나도 없었던 게죠. -_-;

    그렇다고 어둡고, 미스테리한 내용, 그러니까 이 애니메이션을 실제적으로 이끌어가는 줄거리가 대단했느냐. 대답부터 말하면 엔오. NO 입니다.

    각각의 사건들은 너무 난잡해서 도저히 몰입이 안 되더라고요. 이래저래, 끝판 대장만 기다렸었죠. (특히나 그 마견 에피소드와 인형 에피소드는 하아...;; ) 게다가 잔혹한 천사라는 테제 -_-; 악마보다 더 악마스러운 천사라는 테마는 최근 10년간 닳고 닳아서 진부함의 썩은 내가 푹푹 풍기는 것 아니겠습니까.




    캐릭터의 경우 주인공인 씨엘 팬텀하이브, 엄청나게 충격적이고 슬픈 과거의 소유자이죠. 그 어린 아이가 악마와 계약을 맺을 정도로. (네, 너무 어리고 왜소해서 매력이 없었습니다. 버뜨 성우가 무려 사카모토 마아야~!!!!!)  그를 수행하는 집사인 세바스천. 예, 이 사람 아니 이 악마는 좀 매력 있습니다. 특히나 날랜 몸놀림이 참으로 마음에 들더라고요. 옆에 그림―밤에 보면 약간 무서울 수도 있겠지만―저 붉게 변하는 눈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입 모양은 좀...) 그런데! 이들을 제외한 잔챙이 캐릭터들!!! 하아... 정말...  조금만 더 신경 써주지. -_-; 집안에서 일하는 하인들의 과거라던가... 이런거 막판에, 그것도 한꺼번에 확 풀어버리면 황당하죠. 

    다른 캐릭터들, 레드 마담은 괜찮았지만 (성우가 박로미!!!) 쌍으로 나왔던 死神... 이넘 때문에 BL(Boys love, 쇼넨아이)적 요소가 강화 되었는데... 전 이게 살짝 불편하더라고요. 전 BL적 요소가 적절히, 특히 코믹스럽게 섞여 있는 것은 좋아합니다만 뭐랄까 반응할 팬들을 노리고 상업적으로 무리하게 첨가하는 것은 별로라서요. 


    과도하게 사용하는 상징이나 고사들도 마음에 안 들었습니다. (도대체 마음에 드는게 뭐냐! 안 까려고 마음 먹었는데 점점 자제가 안 되는 듯 -_-; 용서해주세요 ;;) 이미 파우스트 모티브만으로도 너무 거대해서 벅차다 이거죠. 이런 상징이나 고사들은 잘 사용하면 좋은데, 이 애니메이션을 만든 디렉터는 살짝 센스가 떨어진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 장주의 호접몽 이야기는 그럭저럭 괜찮았습니다) 멋내려고 억지로 넣은 듯한 냄새... 자칫 잘못하면 촌시럽죠. 눼 ;;

    이런 것도 한 예죠. 바로 죽음의 섬 모티브죠. 사공 카론이 된 세바스쳔 지못미...ㄷㄷㄷ


    아, 그림은 괜찮았습니다. 캐릭터의 생김새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작화는 깔끔. -_-; (칭찬으로 급마무리)


    사족 1. 보는 내내... '불꽃의 미라쥬'가 그리웠습니다. 이왕 BL냄새 풍기는 거...이거나 한 번 더 볼 걸 그랬어요.
    사족 2. '크루노 크루세이드' 정도만 되었어도 참 좋았을 텐데... 이 정도 작품 만드는 것은 꽤 어려운 일인가 봅니다.
    사족 3. 흑집사 2기가 나온다는데... 무슨 이야기를 더 할 게 있는 거지? -_-;


사고전서의 옳게 치우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