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중드] 소년양가장(少年楊家將, 2006) -총평
    오덕기(五德記)/中 2012. 1. 23. 11:22
    ※스포일러 거의 없습니다. 

    일주일 동안 '드라마로 배우는 intensive 중국어 어학코스'를 마치고 올리는 포스팅. (정확히 말하면
     중드 폐인모드였다는 뜻임...ㅠ.ㅠ) 
    43편 짜리 중드를 기세 좋게, 하루에 6~7시간씩 봤음 -_-; 난 좀 짱인 듯... 


    <소년양가장>. 간만에 각잡고 본 중국드라마였습니다. 중드는 사극만 보는데 이 드라마의 경우는 전쟁 이야기가 주종을 이루더군요. 그래서 볼까 망설였습니다. 전쟁물 특유의 패싸움과 피칠갑에 살짝 거부감이 있어서요. 다행히 이 드라마는 상당히 정돈된 무술 장면이 많고 유혈 낭자하지 않아서  좋았는데... 좋았는데... 막판에 그동안 모아 놓은
    빨간 물감 대방출  합니다. -_-; (더불어 감정과잉용 OST까지...) 
     

    <소년양가장>에 대한 감상으로 다들 '탄탄한 스토리'를 언급하는데, 확고한 스토리 라인은 있지만, 이야기를 진행할 때의 어쩔 수 없는 어설픔은 있더라고요. 뚝뚝 끊어지는 편집, 캐릭터별로 에피소드를 풀어나가는 동안 다른 캐릭터들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놀라운 집중력(?!), 여백의 미 없이 감정선, 생각 하나하나를 모두 설명하기 위해 빼곡하게 채운 대사, 논리적으로 아귀가 맞지 않는 부분, 그리고 막판에 이야기를 질질 끄는 감정 과잉. 아무래도 장편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현상이겠죠. 뭐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잘 만들어진 작품이고, 대단한 몰입도를 가져온 드라마입니다. 초반에는 유쾌한 맛으로, 중반에는 장렬한 맛으로 아주 재미있게 봤습니다. 화면 때깔, 휘황찬란한 갑옷, 스펙터클 전쟁씬, 무술, 카메라 워크는 정말 대단했습니다. 특히 금사탄 전투에 대한 묘사는 너무나도 사실적이고 처절해서 보는 것이 고통스러울 정도였습죠. 


    <소년양가장>은 북송 초기(제2대 황제인 태종) 요나라와의 마찰이 빚어지고 있는 상황을 그 시대적 배경으로 삼고 있습니다. 사실 양씨 문중에 대한 기록은 정사에는 간단하게 기재되어 있지만, 오랜 세월 민간에 전승되면서 이야기에 살을 더하고 보태져 양씨 집안 4대 동안의 진충보국 이야기가 연의로 탄생하였죠. 그리고 <소년양가장>은 이 중 1대(양업)와 2대(양연소/양육랑)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실질적인 주인공은 양육랑이지만 다른 아들들, 그리고 적국 요나라 장수 야율사의 이야기도 골고루 담겨 있어서 사실 누가 주인공인지 구분하기 힘든 수준입니다. 저도 우연히 본 장면에서 될 수 있으면 그가 나오는 작품은 봐주겠다고 마음 먹었던 '하윤동(이라 쓰고 우리 피러~라고 읽는다)'이 나와서 각 잡고 보기 시작한 것이고요. (그런데, 우리 피터가 초반 10편 정도를 코빼기도 안 보여서 절 매우 당혹스럽게 했습니다. 이게 그 드라마가 맞아? 하면서 말입니다. -_-;)  

    하윤동이 우리 피러~인 이유

    어쨌든 드라마 내내 각 아들들의 알콩달콩 사랑 이야기도 잘 버무러져 있고, 부부간의 금슬이나 가족의 끈끈한 정, 그리고 전우애가 가슴 따땃하게 잘 그려져 있습니다. 


    사실 이 드라마의 주요 주제는 어떻게 북송시대 충렬가문 양가장이 그 충정, 의리, 위민(혹은 안민), 효성, 우애, 사랑, 끈끈한 정을 안팎으로 핍박 받으면서도 끝까지 지켜내느냐 입니다. 그러나 <소년양가장>은 이러한 정신을 예전처럼 무조건 윤리·도덕만을 부르짖고 한족과 이민족, 군자와 소인배를 철저히 나누는 평면적·이분법적 구도가 아닌 나름 현대적인 정서로 풀어나가고 있습니다. 인간의 다양성과 입체성을 꽤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기에 오로지 선하거나 악하기만 한 캐릭터로서의 인물이 아닌, 진정한 인간의 냄새를 맡을 수가 있습니다. 



    특히 황제에 대한 묘사가 이 점을 잘보여줍니다. 송나라 태조의 동생으로 뭔가 꺼림칙하게 황위를 계승한 송태종 조광의는 성군인지 혼군인지 모호하게 그려져있습니다. 그는 강단 있어 보이다가, 우유부단하게 보이기도 하며, 현명하게 보이다가, 우매해 보이기도 합니다. 양가장이 굳건한 '선역'이라면 황제는 악역이 되기도 선역이 되기도 하면서 실로 인간적이디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서 어쩜 저렇게 현실적으로 사람을 묘사했을까 하면서 탄복할 정도입니다. 


    전 이 황제 누군데 이렇게 멋지구리하게 생겼지 했는데 알고보니 제가 좋아하는 배우인 이해!!!!였습니다. (저는 안면 인식에 약간의 장애가 있어서 좋아하는 사람조차 잘 못 알아봅니다.) 저 눈 깔았다가 뜰 때 무지 아름답지 않습니까?! 눼?!! (애정을 담아 만든 유일한 움짤)



    양가장의 또다른 한 축이라 할 수 있는 양씨 가문 여성들의 이야기도 비중있게 다뤄지는데, 뭐랄까, 그녀들은 양가장 보다 더 대단한 슈퍼우먼입니다. 결혼 하기 전에는 전문직(의사, 대장장이, 군주郡主)였다가, 결혼을 하니 요리도 잘하고, 내조도 잘 하고, 남편을 쥐어 잡고, 집안을 화목하게 이끌고, 전쟁이 나면 한 무공 합니다. 그러나 그 잘난 여성들도 양씨의 며느리가 되면 결국 그 법도에 따라야 하고 충렬가문 며느리의 삶을 인고해야 하는 것은 <소년양가장>이 시대극이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겠죠.

     
      

    어찌 되었건, 이 드라마에서는 인간 군상을 입체적으로 그렸기에 단순히 양가장의 남자, 특히 그 아버지로 표출되는 충렬 정신 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람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소년양가장>을 보다보면, 도탄에 빠진 송과 요나라 민초들의 삶, 전쟁 많은 나라의 군인의 삶, 여자의 삶, 한 가문의 일원으로서의 삶, 그리고 인간으로서의 삶이 어떤 지에 대해 곱씹어 보게 됩니다.

    워낙 개성넘치는 캐릭터가 많은지라 캐릭터별로 이야기를 할 수 있으면 참 좋겠는데, 글이 너무 길어져서 다음 글[중드] 소년양가장(少年楊家將) 2006, 캐릭터 설명, 촬영장 사진에서 사진 포스팅이나 잔뜩 하면서 간단하게 적어보겠습니다. 


사고전서의 옳게 치우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