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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히든싱어> 휘성 편, 즐거운 진품명품 쇼
    오덕기(五德記)/음악_공연 2013. 12. 19. 00:04

    내 친구가 <히든싱어> 휘성 편을 보라고 권했다.  안 그래도 방송이 된 후에 온라인 상에서 반응이 뜨거웠기 때문에 궁금하던 차였는데, 나와 같은 시대와 추억을 공유했던 친구마저 "노래듣는 재미가 쏠쏠했다"고 평하니 많이 궁금했다.  


    사실 나는 <히든싱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고 신승훈 편은 공연 부분만 조금 보기도 했었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런데 보는 내내 이 프로그램 기획 의도나, 아이디어가 기막히게 좋다는 생각을 했다.(우리나라 방송들이 워낙 해외 컨셉을 베끼는 게 많기 때문에 이 프로그램이 원조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러고보면 <진품명품>도 영국의 Antique Roadshow의 컨셉을 따라한 것이니


    <히든싱어>는 어찌 보면 <진품명품>의 가수 버전이라 하겠다. 짧게 한 두 소절 부르는 것만 들은 후에 그 노래의 주인인 가수를 가려내야 한다는 것은, 방송에 들고 나온 의뢰인의 가보나 골동품들을 맨 눈으로 지켜보다가 가치를 추산하는 것과 비슷해 보인다. 다만 <히든싱어>는 즐길 수 있는 노래는 있되, 싸구려 가품이 나올 일은 없는 일종의 축제의 장이다. 가수와 함께 나온 모창 능력자들도 하나같이 제 기량을 발휘하여 노래를 부르고 거기에 각자의 사연도 있으니 그야말로 진품과 가품을 가린다기 보다는 명품들 속의 진품을 찾는 즐거운 시간이 아닐까. 


    휘성 편을 재미있게 볼 수 있었던 것은, 나도 그의 노래를 한동안 빠져서 들었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뭐 명곡이 한 두곡이어야지). 그와 모창능력자들이 함께 벌이는 콜라보레이션은 경이롭기까지 했다. 특히 마지막 라운드인 '결혼까지 생각했어' 클라이막스 애드립 부분에서 즐거워하던 휘성의 모습은 인상 깊었다. 그거 있지 않은가. 파동에서 진폭의 마루와 골이 같으면 파동이 보강간섭을 일으켜서 진폭이 두 배가 되는 것. 정말 두 사람이 완벽하게 합치되어 두 배의 음파를 내는 듯한 순간에 찬탄이 절로 나왔다.  


    <히든싱어>는 휘성의 명곡들과는 별개로 내가 그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부정적인 느낌들. 즉, 담대함이 결여된 치기어린 언행, 우울함(혹은 억울함), 극도의 완벽주의(혹은 소심함), 성대결절 후의 답답한 목소리, 이런 것들을 일거에 날리는 무대였다. 그를 우러러보는 모창 능력자들의 진심어린 찬사(거의 숭배)에 감격해 하는 휘성의 모습에 나도 감격하고 있었다. 정말 휘성은 그런 말 들어도 마땅한 가수로다. 중간중간 가수의 숨기지 못하는 표정까지 볼 수 있고, MC나 판정단으로 나온 친구들과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그건 그렇고 휘성은 군대 갔다왔는데 왜 이렇게 하얗고 애긔 돋는 거야......?

    여기 또 벤자민 버튼이 한 명 더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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