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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금을 울리다 (애국가, Auld Lang Syne)
    오덕기(五德記)/음악_공연 2013. 2. 11. 00:14

    '심금을 울린다.' 참으로 절묘한 표현이다. 

    얼마나 감동적이면 마음에 있는 거문고가 공명하여 음률을 만들어 낸단 말인가. 


    내게는 접할 때마다 유독 심금을 울리는 대상물들이 있다. 그 중 하나가 애국가이다. -_-;

    우습게도 난, 애국가는 부를 때면 목이 메이고 눈물이 날 것 같아서 끝까지 부르지를 못한다.

    친구들은 이 얘기를 들으면 '무정부주의자라더니 애국자였냐', '진짜 안 어울린다', '너무 웃긴다', '사고전서를 청와대로' 라며 놀린다. 사실 난 애국심과는 거리가 멀며(정확히 말하면 國에 두드러기 반응을 보이며), 그 음률은 아름답지 않다고 느끼고, 그 가사 또한 시종일관 찬양만을 일삼아 지루하다고 생각한다. 이 뭉클함이 애국가가 가지는 국가로서의 의미나 음악성 때문이겠는가. 

    애국가를 부르다보면 이 노래를, 그리고 이 가사를 절절한 심정으로 불렀을 옛 사람들의 마음에 감응하는 기분이다. 그래서 가사를 읊조리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날 것만 같은 것이다.  


    그런데 요즘 한국사 시험 공부에 열을 올리던 한 친구가 갑자기 내게 "왜 애국가를 부르면 눈물이 난다고 하는 지 알 것 같아요." 라며 말을 건넨다. 일제시대 우리나라 독립운동가들의 독립투쟁 부분을 공부하면서 그 창창한 생명들이 마음에 품었을 절실함과 울분을 생각하니 애국가가 녹록하게 들리지 않는다 하더라. 


    그래서 나는 독립 운동을 하던 시기에는 노래 가사만 있고, 음률은 딱히 정해진 것이 없어서 스코틀랜드 민요인 '올드랭사인(Auld Lang Syne)'에 맞춰 이 노래를 불렀다는 얘기를 전하였다. 우리에게는 '석별의 정'으로 알려진 '오랫동안 사귀었던 정든 내 친구야~'로 시작하는 이 노래에 애국가 가사인 '동해물과 백두산이'를 덧씌워 불렀다고.


    큰 임무를 띄고 사지로 뛰어드는 동지를 떠나보내며 남은 사람들이 애국가의 가사를 올드랭사인의 곡조로 불러줬다고 하니 친구들이 맞춰 불러본다. 다르다며, 뭔가 더 큰 정서가 느껴진단다. 그러고보면 그렇다. 다시는 만나지 못할 사람을 떠내보내는 마음과 잃어버린 나라를 다시 찾겠다는 애국의 마음을 하나에 담았으니 노래가 더 심금을 울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난 앞으로도 애국가 노래를 끝까지 부르지 못할 것 같다.



    한 번 아래의 가사를 올드랭사인 곡조에 붙여 보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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