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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페인 Day 4(2) - 알람브라 궁전
    여행/스페인-포르투갈 2017. 3. 10. 15:30

    잠깐 눈을 붙이고 일어나니 11시가 다 되었다. 우리는 잠시 서로의 두발 상태를 확인했다. 약간 떡이 질 듯 말 듯 하였지만 오늘까지는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서로를 위로하였다. 지금 머리 감고 나갈 시간이 없다).


    로스디아만테스(Los Diamantes)

    문 밖으로 나가니 바로 맞은 편 건물이 타파스 맛집으로 유명한 로스 디아만테스(Los Diamantes)이다.

    그러나 메뉴 선정의 실패였던가. 그렇게 맛있지도 않고 별로 먹은 것도 없는데 30유로나 쓰니 타파스가 이런 것인가 하는 근원적인 회의도 들 정도였다. 뭐, 나란 인간은 원체 유명한 맛집에서 뚱한 표정 짓는 데에 일가견이 있으니 이 부분은 감안하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식사 후 이사벨 광장을 향하여 천천히 내리막길을 걸어갔다. 대성당 앞에서도 얼쩡거리며 사진을 찍기도 하면서.

    이쪽으로 행선지를 정한 이유는 예매한 티켓을 발권하기 위해서였다. 알람브라 궁전 매표소는 사람이 많다는 얘기를 들어서 혼잡을 피하여 Tienda Libreria de la Alhambra라는 기념품샵에서 미리 발권을 하려던 차였다. 그러나 막상 도착하니 발권기는 다른 곳으로 이전했으니 조금만 더 내려가라며 위치가 표시된 약도를 쥐어준다. 알려준 곳에 가니 그곳에는 이미 몇 명이 티켓마스터에서 발권을 하고 있다. 친구는 예약했던 카드와 같은 신용카드를 가지고 바로 표를 뽑아왔다. 

    그라나다의 길을 따라 걷는 기분이 좋았는지 친구는 이 도시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며 룰루랄라 신났다.


    그랑카페 비브 람블라(Gran Cafe Bib Rambla)

    좀 더 길을 따라 걸어가서 우리는 그랑카페 비브 람블라(Gran Cafe Bib Rambla)에 도착하였다.

    그라나다의 가장 오래된 카페로 초콜릿에 찍어먹는 츄러스로 유명한 곳이다.

    그런데 막상 츄러스를 주문하니 스페인에서는 츄러스를 아침에 먹기 때문에 오후 몇 시부터 몇 시까지는(정확한 시간이 뭐였더라) 제공을 안 한다는 이상한 소리를 한다. 스페인 어디를 가도 다 같다고 하더라. 츄러스를 못 먹어서 억울한 감정이 한가득이지만 스페인 사람이 그리 말하니 우리는 그런가보다 하며 대신 커피와 역시 이 동네에서만 있다는 타르트를 먹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알람브라 궁전(Alhambra Palace)

    이사벨 광장에서 C3번을 타고 종착역에 내리니 우리가 가려고 했던 알람브라 궁전이다. 내리고도 잠깐 이상한 음식점이 있는 거리로 들어갔다가 여기가 아닌가벼 신공을 시전하고 곧 입구를 찾았다. 그곳에서 발권을 하려고 옹기종기 모인 사람들을 묘한 우월감을 가지고 뒤로한 채 맨 처음으로 향한 곳은 헤네랄리페(Generalife)라는 술탄의 여름 별궁이었다.


    알람브라 궁전은 크게 다음의 구역으로 나뉜다.


    그라나다를 조망하는 큰 탑이 있는 성채, 알카사바(Alcazaba), 레콩키스타 이후 르네상스 양식으로 지은 카를로스 5세 궁전(Palacio de Carlos V), 정원과 분수가 아름다운 술탄의 유흥지인 헤네랄리페(Generalife), 그리고 알람브라 궁전 건축의 정수인 나스르 궁전(Palacios Nazaries)이 그것이다.

    맨 처음 향한 헤네랄리페는 흐드러지게 핀 꽃과 짙은 녹음이 아름답게 어우러지는 잘 정돈된 정원이었다. 낮 2시, 뜨거운 햇빛이 내리쬐는데도 나와 친구는 정줄을 놓고 사진을 찍었다. 이곳에서 너무 지체해서 앞으로 나가질 못할 정도였다. 한 구역에서 다음 구역으로 넘어갈 때마다 새로운 정경이 펼쳐져서 그때마다 사진 세례였다.


    그곳을 나와 까를로스 5세 궁전을 지나 우리는 가장 끝쪽에 있는 알카사바로 향하였다. 헤네랄리페에서 까를로스 5세 궁전으로 향하는 길은 잘 단장되어 있다(물론 공사가 진행 중인 곳도 있었지만). 지나가다 보니 파라도르가 있다. 알람브라 궁전 안에서 하루 묵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교통은 불편해 보였지만).

    걷다보니 거대한 성채와 함께 발굴 중인 고대 유적지 같은 곳(Plaza de Armas)이 나온다. 이름 그대로 말하면 무기 광장. 요새에 필요한 재화와 용역을 제공하는 배후 지역이다. 이곳과 성채 위에서 바라보는 풍광, 벨라탑(Torre de la Vela)에서 휘몰아치던 바람이 알람브라 궁전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이 작렬하는 태양과 몰아치는 바람은 13세기에 이곳을 지키던 자들이 마주하던 그것과 다르지 않으리라(이때부터던가, 바람에 머리카락이 떡진 채로 뭉쳐서 날리는 것을 느끼며 머리를 감지 않은 것을 약간 후회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다시 돌아나와 까를로스 5세 궁전을 갔다. 아직 나스르 궁전에 가려면 시간이 남았다. 이 르네상스 양식의 건물은 지금까지 봤던 여느 이슬람 건축 양식과는 다르게 외부의 아름다움에도 신경을 썼다. 단,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다는 게 함정. 그러나 원형으로 기둥이 둘러쳐진 내부의 모습은 꽤 재미있다. 북경에 있는 천단공원의 확대판이랄까. 가운데에 서서 소리 한 번 질러보고 싶은 형상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시간에 맞춰 간 나스르 궁전. 이슬람 건축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다. 다만 아쉬운 점이 하나 있다면 공사 중인 공간이 많았다는 것. 왕의 공간 같은 곳은 다 폐쇄되어 구경 할 수가 없어 눈물을 죌죌 흘렸다고 한다.


    한바퀴 다 둘러보고, 이상한 정원도 속속들이 다 둘러본 후(거의 길을 잃었다고 봐야겠다) 엄청 아쉬워하며 알람브라 궁전 투어를 마쳤다. 뭔가 밤의 나스르 궁전도 굉장히 궁금해졌지만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


사고전서의 옳게 치우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