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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페인 Day 6(1) - 살바도르 성당, 세비야 대성당
    여행/스페인-포르투갈 2017. 4. 11. 11:01


    살바도르 성당(Iglesia Colegial del Salvador)

    세비야는 10월인데도 아침부터 따뜻한 바람이 분다. 

    느지막하니 일어나 아침을 차려먹고 집밖으로 나왔다. 거의 11시는 된 듯 하다. 세비야 대성당은 줄이 길다고 해서 먼저 살바도르 성당으로 향하였다. 이곳에서 세비야 대성당과 살바도르 성당을 모두 들어갈 수 있는 통합권(combination ticket)을 9유로에 살 수 있다고 한다. 

    집에서 5분 거리도 안 되는데, 가는 길에 세비야 전통 과자점을 보더니 디저트 귀신인 친구 눈이 돌아간다. 11시의 세비야 골목과 광장은 건물과 건물 위로 큰 차양이 드리워져있어서 마치 아케이드에 들어온 듯한 기분이 든다. 꽤 햇빛이 따가울 시간인데 차양 아래를 지나다 보니 눈도 덜 부시고 아늑함까지 느껴진다. 

    살바도르 성당은 상대적으로 한산하다. 통합권을 사서 살바도르 성당은 가볍게 보고 대성당으로 가자꾸나 하면서 안으로 들어갔는데 나도 모르게 탄성을 지르고 말았다. 수많은 제단 장식벽(Reredos)이 온 벽을 꽉 채웠는데 전반적으로 금색과 청록색의 색채가 어우러져 화려하지만 무게감 있는 분위기를 자아낸다. 지금까지 봤던 유럽의 오래된 성당과는 또 다른 모습이다. 색채는 오히려 불가(佛家)에서 볼 수 있는 사찰장엄에 가깝다. 굳이 얘기하자면 당삼채에서 황색을 금으로 바꾼 색감이라고 해야하나(계속 못 알아들을 소리만 하고 있다). 이 장식벽이 보여주는 세비야 특유의 성모 숭배 형상도 굉장히 인상적이었다(이를테면, 성모 어린 시절을 묘사하는 것을 참 좋아하는 듯 싶다).


    이 엄청난 규모의 장식벽을 보니 세비야가 왕년에 엄청 잘 나갔구나, 상인들이 참 부유했구나를 실감할 수 있다. 친구는 "크흑, 우리가 그 동안 너무 이슬람 문명에 빠져서 기독교 문명을 무시했던 것 같지 않냐"며 깊은 반성의 뜻을 내비친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별로 기대하고 가지 않았던 성당인데 복병을 만난 기분이다. 세비야 대성당처럼 웅장하지는 않지만 굉장히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는 이 성당이 참으로 마음에 들었다. 장식벽 하나하나씩 보고 설명 읽고 했더니 하세월이다.



    Bar El Comercio

    한참 동안 살바도르 성당에 취해 있던 우리는 근처에 있는 100년 전통의 음식점에 갔다. 이곳이 츄러스가 맛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꽈배기 수준으로 두꺼운 츄러스를 쇼콜라테에 찍어먹으니 굉장히 기름지고 맛있다(일명 살찌는 맛). 일단 바르셀로나에서 먹었던 츄러스와는 비교할 수 없는 맛이다(사실, 맛이 어땠는지 이제는 둘 다 가물가물하다). 살바도르 성당 뒷편이라 찾기 어렵지 않다.


    홈페이지는 아래에

    http://www.barelcomercio.com/en-index.htm


    세비야 대성당(Catedral de Sevilla)

    츄러스를 먹고 힘을 내어 대성당으로 향하였다. 골목 저쪽에서부터 거대한 히랄다 탑이 눈에 들어온다. 성당 주변으로는 꽤 넓은 광장이 펼쳐진다. 원래 성당 건축을 위한 석공의 작업 공간이 바로 광장이고, 길게는 100년에 걸쳐 공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그들을 대상으로 하는 상점이 광장 주변에 형성 된다. 따라서 성당의 규모와 광장의 규모는 어느 정도 비례한다고 할 수 있겠다. 이 너른 광장을 빙 둘러보며 성당의 다양한 파사드를 살펴보고 우리는 통합권으로 줄을 길게 서지 않고 입장할 수 있었다. 


    외부도 굉장히 불규칙한 모양새라 어디가 정문인지 알 수 없지만, 내부는 장대한 규모만큼이나 더 복잡한 구조이다. 곳곳이 다 네이브라 뭐가 진정한 제단인지 찾을 수가 없고, 방이 끊임없이 연결되어서 나같은 길치는 Floor Plan Map이 없으면 성당 미아 될 태세이다. 그냥 아무 방(즉 부속 예배당)이나 들어가도 새로운 양식의 갤러리가 펼쳐진다. 

    물론 사람이 좀 많이 몰려있는 곳이 있는데, 바로 콜럼버스의 묘이다. 콜럼버스의 묘는 네 명의 스페인 지역 왕이 들고 있는데, 앞의 두 사람은 콜럼버스를 지지한 왕이고, 뒤의 두 사람은 콜럼버스를 반대한 왕이라 고개를 숙이고 있다고 한다. 왕의 발을 만지면 사랑이 이루어지네 어쩌고 저쩌고 하지만, 나는 남들의 손이 탄 것을 별로 건드리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인지라... 

    (좌) 콜럼버스 묘 (우) 세비야의 성모 마리아 사랑이란

    한참 동안 구경하고 이제 가야할 곳은 히랄다 탑 등정. 어떤 이들은 힘들다 하고, 어떤 이들은 별로 안 힘들다 하는데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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