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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ulla Dies Sine Linea - 코나투스
    What am I doing? 2017. 5. 4. 20:22

    어떤 사람과 마주하면서 불쾌감을 넘어 고통스럽기까지 하고, 평소 스스로 지키려 하던 성향까지 망가지는 것 같았다. 이런 상태를 지칭하는 단어가 있었는데 도통 기억 나지 않는다. 거의 비슷하게 생각났다. 그래서 검색한 게 코2투스(혹시나 이 단어로 검색해서 들어오는 사람이 있을까봐 ㅋㅋ). 순간 야시꾸리한 내용이 잔뜩 검색되어서 당황. 앗, 이런 단어는 왜 잘만 생각나는 걸까. 잠시 자책의 시간을 가진 후에 얼핏 ㅅ으로 시작하는 이름이 생각나서 쇼펜하우어를 쳤다. 이 사람 아니야 아니야. 그래서 다시 검색한 것은 책 이름. 대표작 이름이 세 글자인데 도대체 떠오르지 않는다. 설마 이런 이름의 책을 지은 사람이 한 명이겠어 하며 수상록을 검색하니 몽테뉴 딱 한 명, 다시 명상록을 검색하니 아울렐리우스 딱 한 명 나온다(이거슨 배신감). 다른 세 글자 책은 어거스틴과 벤자민 프랭클린 나오는 게 명약관화 해서 패스.

    그러다가 번개같이 든 생각. 아 내일 지구가 멸망해도 오늘 사과나무 심는다 그랬어. 하면서 검색하니 스피노자 뙇! 아 그래 에티카, 아 그래 코나투스. 그런데 이 지구 멸망-사과나무 금언을 스피노자가 실제로 했다는 증거는 없단다. 모로 가도 서울로만 가면 된다고 어쨌든 서울에 오긴 했다.

    큰 일이다. 코나투스가 현저하게 감소하는 마주침을 겪었는데, 더불어 기억력의 감소까지 확인해야 하다니. 

    그러고 보니 최근에는 아포가또가 먹고 싶은데 이 말이 생각이 안 나서 과콰몰레 만들 때 쓰는 과일 이름(즉, 아보카도, 얘 이름도 기억이 안 남)과 비슷한 이름의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다고 얘기한 적도 있다. 큰 일.


    스피노자를 잠시 생각 해보매, 이 사람의 범신론적인 성향은 철학과 윤리학을 조화하려는 시도에서 나온 고육지책이 아닌가 싶었다. 가끔 철학의 문제에 천착하다보면 윤리적으로 어그러지는 부분이 생기는데 그때의 괴로움은 말도 못해서 이러려고 생각이라는 것을 하는가 하는 자괴감에 빠지고는 한다. 절대적 존재는 부정하지만 윤리적으로 완정한 형태의 진리를 강구하다보면 저절로 범신론이라는 탈출구가 눈에 들어온다. 너무 많은 것은 아무 것도 없는 것과 통하지 않겠는가. 무신론에서 보이는 연약한 윤리적 감각에 빠지지 않으면서 윤리 돋는 철학을 지탱해 나갈 수 있는 방법이 범신론이다. 그래서 범신론자이면서 유물론자인 것처럼 보이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이것을 모순적이라고 보면 모순적이겠지만 그런 식의 분류를 들이밀기에는 스피노자한테 못할 짓이라며 그를 변명해주는 마음에 쭈글거리며 찌끄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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