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헝가리) 부다페스트 - 뉴가티 맥도날드, 이슈트반 성당, 중앙시장
    여행/체코-헝가리 2020. 6. 3. 15:22

    마음을 추스르고 이동한 곳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맥도널드 매장이 있다는 뉴가티 기차역이다. 

    이 맥도날드(McDonald's Nyugati)는 여느 매장과는 달리 화려하고 고풍스러운 인테리어를 자랑한다.

    맥도날드 외관

    사람이 많아서 나는 자리를 찾아 헤매고, 친구는 음식을 주문해서 받아왔는데, 한 100년 정도 걸린 것 같다.

     

    백 년 만에 먹어본 맥플러리와 감자 프라이는 일품. 야구장이 아닌 곳에서 이 얼마 만에 맛보는 패스트푸드인지.

    잘 먹고 랑고스도 먹어볼까 주변 푸드코트를 기웃거리다 아직은 배가 고프지 않다며 간 곳이 성 이슈트반 대성당(Szent István Bazilika)이다. 이곳은 헝가리 왕국의 창업주이자 가톨릭의 성인인 이슈트반 1세를 기리기 위해 세워졌다. 이슈트반은 영어 식으로 하면 스티븐, 라틴어 식으로 하면 스테파누스, 이탈리아어로 하면 스테파노이며 기독교 최초의 순교자이다. 오스트리아 빈의 슈테판 대성당처럼, 보통의 성 스테파노 성당은 이 기독교 최초의 순교자에게 봉헌된 것인데, 부다페스트의 성 이슈트반 대성당은 헝가리 초대 국왕(물론 시성되긴 했지만)에게 봉헌된 것이다. 성당에 들어가서 나는 한동안, 여기가 제단이 맞아? 너무 이상하지 않니?라고 친구에게 계속 이야기를 했다. 제단에 있는 거대한 남성 조각상이 아무리 봐도 이슈트반 1세였기 때문이다. 보통 성인에게 봉헌된 성당은 성모 마리아가 아닌 이상 예수를 섬기는, 혹은 예수의 행적을 따르는 성인의 모습을 묘사하기 마련인데, 이곳은 그리스도의 상징 따위 찜쪄먹는 위풍당당한 이슈트반의, 이슈트반에 의한, 이슈트반을 위한 제대였다. 이곳은 어찌 보면 성당이라기보다는 헝가리 왕국의 사당, 신전이 아닐까.

     

    계속 진짜 이상하다며 제단을 바라보고 있는데, 갑자기 공간이 재배치 되더니, 제대 쪽에 합창대가 모인다. 영문을 모른 채 강제 음악 감상이 시작되었다. 이 성당은 음악으로도 굉장히 유명한 성당인데, 우연한 기회에 멋진 합창을 듣게 되었다. 

    신전 같은 성당에서 나와서 우리는 잠시 성당 앞에 유명하다는 로즈 젤라또를 먹을까 고민하다, 랑고스를 먹기로 결정. 랑고스는 헝가리 음식으로 튀긴 도우에 피자같이 토핑을 해서 먹는 음식이다. 여기저기에 알아본 후 레트로 랑고스 부페(Retró Lángos Büfé)에서 테이크 아웃.

     

    테이크 아웃도 아래 상태에서 비닐봉지에 넣는 수준. 집에 가서 펴보니 아무래도 튀긴 도우이다 보니 기름이 어마어마하다. 둘이서 하나를 나눠먹는데 짭짤해서 절로 맥주가 생각난다. 혼자 먹으면 매우 든든한 한 끼가 될 것 같은 맛. 

    든든한 간식을 먹고 조금 쉬다가 다시 중앙시장(Nagy Vásárcsarnok)으로 향하였다. 여기는 저녁 5-6시면 문을 닫기 때문에 게으름을 피우다 보니 마음이 급해졌다. 원래 시장 구경이나 쇼핑에는 그리 큰 관심이 없지만, 오늘이 여행 마지막 날인지라 사람들에게 나눠줄 기념품을 사야했다. 

     

    이곳에서 기념품으로 살만한 것들에는 꿀, 파프리카 가루, 토카이 와인, 초콜릿, 자수, 거위 간 등이 있는데, 나는 그 중 꿀과 초콜릿을 사 왔다. 꿀이 엄청 싸고 품질이 좋다. 더 사오고 싶었지만 선물이라며 유리병으로 사서 가방이 어마무시하게 무거워졌다. 초콜릿은 개인적으로 맛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 친구가 시내에 있는 기념품 매장과 비교해보면 이 시장이 엄청나게 싸다고 한다.

    내가 그때 와인 맛을 알았더라면 토카이 와인도 샀을텐데 난 오로지 맥주파라 그만. 후회만 가득.

    이렇게 이제 만 1년이 된 여행기를 쓰는 것도 다음 포스팅으로 끝.

사고전서의 옳게 치우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