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헝가리) 부다페스트 - Comme Chez Soi, 마지막날 산책
    여행/체코-헝가리 2020. 6. 9. 17:00

    중앙시장에서 꿀을 많이 사서 그런지 어깨가 빠질 것 같다. 우리는 잠시 집에 들러 물건을 놓고, 저녁을 먹으러 움직였다. 저녁으로 정한 식당은 Comme Chez Soi 였다. 집 근처 음식점 중 트립어드바이저 평점이 워낙 높아서 결정하였다.




    예약을 안 하고 갔는데, 운이 좋았는지 별로 기다리지 않고 들어갔다. 자리를 마련해주는데, 여기도 한국인, 저기도 한국인, 한국으로 돌아온 기분이다. 이 곳은 음식은 평범했지만 종업원의 서빙이 굉장히 흥겹다. 어떻게 하면 이렇게 종업원에게서 주인의식을 느낄 수 있지 궁금해져서 물어보니 다 가족이다. 우리 담당 테이블 서버는 저기에서 서빙 보는 사람의 아들이고, 저 사람은 셰프의 아들이고. 서비스로 주는 레몬 술은 자기 어머니가 만든 거고. 정확히는 기억 안 났지만 이런 식이었다. 미드에서나 보던 이탈리아 가족이 열정적으로 운영하는 레스토랑이 요기 잉네.

    이미 양이 꽤 많다는 소문을 들어서 해산물 파스타와 샐러드만 시켰는데, 그럴싸한 애피타이저도 주고, 디저트도 와인 셔벗에 레몬 술에 초콜릿까지 얹어준다. 보통 과하게 흥겹고 친절한 서버를 만나면 좀 움츠러드는 편인데, 이들은 진정한 프로인지 전혀 그런 느낌이 없다. 맛은 별개로 하고 굉장히 즐겁게 식사를 끝내고 계산을 하려고 하니 카드를 안 받는다고 한다. 포린트를 충분히 바꿔놓지 않았다. 친구가 혹시 유로화를 받냐고 했다. 서버는 "물론이지, 달러도 받고, 엔화도 받고, 위안화도 받지만 카드는 안 돼"라고 한다. 친구가 엇 나 엔화 있는데라며 엔화를 꺼낸다. 내가 야 저건 농담이잖아하니 친구도 깨달았는지 민망해하며 유로화를 꺼낸다. 한동안(이 글을 쓰는 지금도) 농담을 구분 못한다고 놀려 먹었다.

    식사를 마친 후 근처에 있는 DM을 갔다. 동생이 사 오라고 부탁한 것들이 있는데 아직 구입을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동생이 시킨 아이템은 못 사고 발포 비타민만 잔뜩 사 왔다. 이 지역은 워낙 번화가라 DM이니 화장품 가게 같은 것들이 워낙 많다.

    친구는 다음날 오스트리아 빈으로 기차를 타고 떠난다. 나 없이 혼자 가야 한다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내심 (쇼핑의) 자유를 찾아 좋아하는 것 같기도 했다.

    한밤 쿨 자고 아침 일찍 친구를 전철역까지 데려다준 후 나는 그대로 산책을 조금 더 했다. 친구 없이 홀로 맞이하는 부다페스트의 아침은 굉장히 싱그럽고 자유로운 느낌적인 느낌이었다.

    2호차 트램의 선로를 따라가 보니 어린 공주(Little Princess, Kiskirálylány) 동상도 보인다. 아무리 봐도 어린 왕자 같지만 공주이다.

    2번 트램도 지나간다. 부다페스트의 상징 같은 존재. 꼭 타보시길.

    성 이슈트반 성당 쪽으로 걸어오니 뚱뚱한 경찰관(The Fat Policeman)의 뒷모습이 보인다. 나와 맞먹는 두툼한 뱃살을 자랑하는데 이 동상의 배를 문지르면 행운이 온다고 한다. 그러나 손 때 묻은 물건을 안 만지는 경향이 있어서 패스.

    이슈트반 성당 광장은 이른 아침이라 텅텅 비었다. 괜히 떠오르는 태양을 종탑 안에 맞춰 사진을 찍어보고 싶었다.

    부다페스트 아이도 보인다. 매번 겔레르트 언덕이니, 어부의 요새이니 멀리에서 보기만 했던 곳이다. 그러나 대관람차는 구경이 더 재미있지 타면 지루하다. 

    주변을 기웃거리고 골목을 누비며 다니다 보니 공항으로 떠날 시간이 왔다. 숙소 주변에 있는 공항버스를 타고 공항에 도착했다. 라운지를 이용하려고 조금 일찍 도착했는데 아직 수속 시간 전이다. 체크인을 하려고 하니 한국인 단체 관광객이 가이드의 안내대로 캐리어로 줄을 세워놓고 가버려서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외국인들은 이게 뭔지 어리둥절하고.

    자유 관광객 중에는 한국인 모녀도 눈에 보인다. 둘은 약간 옥신각신 말다툼을 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좋아 보였다. 나도 엄마와 함께 여행을 가고 싶다는 생각이 잔뜩 들었다. 싸우긴 하겠지만.

    부다페스트 리스트 공항의 Platinum 라운지는 파리가 빵이니 햄 위에 앉아있다. 사람들은 훠이훠이 파리를 쫓아내고 잘도 먹지만 나는 입맛이 떨어졌다. 하긴 부다페스트의 어느 마트에 가니, 누군가가 빵을 고르는데 포장이 안 된 빵을 하나씩 다 만져보고 내려놓기를 반복한다. 나와 다른 위생관념에 크게 당황했던 순간이었다.

    입맛이 떨어져서 새 모이만큼 먹었다. 

     

    바르샤바 공항에서는 볼레로 라운지를 이용했다. 술안주류는 모두 냉장고에 보관되어 있는 등, 굉장히 깔끔한 라운지이다. 그간 프라하, 부다페스트, 드레스덴 등을 거치며 받았던 결벽증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이 곳에서는 한결 풀리는 기분이었다. 기본적인 위생관념의 탑재 여부는 생활수준을 알려주는 바로미터라고 생각한다. GDP니 뭐니 이런 거 모르지만 폴란드가 가장 생활수준이 높은 나라이다. 

    친구가 알려준 팁대로 이번에는 비행기의 가운데 열의 복도 쪽에 앉았다(3-3-3좌석). 항상 창가를 고집해왔는데, 인천에서 바르샤바 오는 길에 창가에서 너무 고통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예의 그 한국인 단체 관광객 중의 한 명이 창가에 앉은 자기 남편과 자리를 바꿔줄 수 있냐고 묻는다. 내가 단호박을 시전 하며 놉을 하자 그 반대쪽 외국인에게 자리를 바꿔달라고 해서 그는 오케이. 중간에 남편에게 머리를 대고 다리를 내쪽으로 뻗은 것을 제외하고는 괜찮았다. 부부이다 보니 가운데에 앉은 사람이 계속 반대편 통로를 이용해서 나간다는 점도 편했다. 오는 길은 비행기도 좋고, 엔터테인먼트도 좋고, 쾌적해서 전혀 장시간의 비행이 고통스럽지 않았다. 친구 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나온다.

     

    여행에서 돌아와서 친구와 다음은 어디에 갈지 토론.

    그리고 나름대로 친구와의 여행을 추억하며 포토북을 제작했다. 처음 받을 때에는 엄청 감동하며 동네방네 자랑하더니, 이미 몇 번 받았다고 줄 줄 알았다고 한다. 고~오~얀. 그래도 포토북을 만드는 시간이 너무 즐겁다. 

    원래 지금쯤이면 난 친구와 함께 포르투갈과 스페인 여행 중이어야 하는데, 코로나 때문에 연기. 언제 갈 수 있으려나.

사고전서의 옳게 치우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