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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국어 공부에는 역시 덕질이렷다
    學而時習之不亦悅乎/언어 2021. 10. 6. 10:33

    언젠가는 이에 대해 본격적으로 이야기할 오기는 하겠지만, 오늘은 맛보기로 현재의 내 상태를 간략하게 이야기하고자 한다.

    나는 다른 나라 말을 익히는 것을 좋아한다. 한국어, 영어, 중국어, 일본어를 하고 여기에 스페인어를 더하였다. 한국어도 하루에 여러 번 사전을 찾고 온라인 가나다를 드나들 정도이다. 중국어는 현대어뿐만 아니라 (어쩔 수 없이) 고대 한문도 익혔다. 이렇다 보니 어떻게 해야 나 같은 게으른 내향형이,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은 채, 사교육의 힘을 빌리지 않고, 다양한 언어를 습득할 수 있을까가 줄곧 화두였다. 거기에 문법이나 어휘를 익히고 외우는 것은 귀찮아하는 타입이다. 그러다가 우연히 접하게 된 것이 바로 Stephen Crashen의 언어 습득과 이해 가능한 받아들이기(Language Acquisition and Comprehensible Input)라는 제하의 동영상이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fnUc_W3xE1w&ab_channel=TarekHamza 

    이는 실로 내게 충격이었다. 고통스러운 문법이나 어휘 암기 없이 그저 재미있어하며 많이 듣고 익히다보면 언어는 절로 체득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쉽게 말하면 유아가 언어를 익히는 방식을 성인에게 그대로 적용해도 무방하다는 것이다. 문법, 독해, 어휘를 익히는 것은 언어 습득의 왕도가 아니며, 결국 언어 습득은 성인이고 유아이고 Comprehensible Input, 즉 이해하면서 받아들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디지털 풍화가 엄청 된 화면을 봐도 알 수 있듯이 무려 40년이나 된 이론인데, 나는 올해에야 겨우 접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 이론을 접한 이후, 거의 돈오 수준으로 깨달음을 얻은 나는 기존의 언어 공부 방식을 모두 Comprehensible Input으로 전변 시켰다. 게으른 나 같은 인간에게 지겨운 거 그만하고 그저 즐기라고 말하니 혹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약간의 문제가 있다면, 크라셴은 독서를 하되 비문학보다는 문학, 그것도 캐릭터가 다기한 문학작품을 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나는 문학 작품을 그다지 즐기지 않는 철저한 비문학파이다. 문학(및 자기 계발서, 경영 책)만 빼고 다 읽는 스타일이다. 소설이니 하는 것은 1년에 한두 번 정도 용을 쓰며 고전만 겨우 읽는 수준이다. 하지만 이왕 하는 것 제대로 시행하고 싶었다. 그래서 문학 중에서 그나마 좋아하는 판타지/무협류의 장르 소설들을 읽기 시작했다(고전만 읽는다고 말한 것치고는 괴랄한 취미이다). 영어로는 <반지의 제왕>, 중국어로는 <랑야방>과 <명조나사사>를 읽었다. 일본어로는 <십이국기>를 읽었는데 <십이국기>는 꽤 어려운 텍스트라 내 일본어 수준으로는 incomprehensible이라 중국어와 영어 버전으로 함께 읽어주면서 내용을 최대한 이해하려고 노력하였다. 스페인어는 수준이 아직 많이 부족해서 조카가 보는 Daniel Tigre 영상을 스페인어로 매일 보는 정도로 하였다. 물론 이외에도 엄청나게 많은 텍스트들을 실험하였고 동영상은 더 많이 봤다. 

    이렇게 매일 꾸준히 4개국어를 돌려주고, 그 양을 Notion에 기록하면서 체계화를 도모하였다. 그런데 아무래도 중국어 쪽이 약하였다. 중국어 습득에 손을 놓은 지 오래인 데다가 나는 "현대"의 "중국적"인 것에는 전혀 흥미가 없다. 그래서 요즘 IT용어도 모르고, 중국 가면 패스트푸드 주문도 여의치 않다. 그러다가 이번에 <진정령>이라는 드라마를 보게 되면서 배우들이 궁금해졌다. 배우들이 궁금한 드라마는 몇 년 만에 처음인 듯하다. 그래서 bilibili라는 중국식 유튜브에서 배우들의 인터뷰를 연휴 내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시청했다. 너무 중국어에 몰입하다 보니 가만히 있어도 생각도 중국어로 할 정도였다. 그간 많이 풀렸던 중국어 근육이 차오르는 기분이랄까. 역시 크라셴 선생님은 옳다. 이해하면서 들으면 실력이 는다. 그리고 이해하려면 좋아하고 즐겨야 한다. 언어 습득에는 역시 덕질이렷다.

     

     

사고전서의 옳게 치우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