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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환점을 돌다 - 중간고사를 마치고
    가르치는 중/가르치니까 2008. 7. 24. 14:38
    중간고사 기간은 이번 계절학기가 시작되면서 가장 기다렸던 시기이다. 학생들에게는 괴로운 때이겠지만, 선생에게는 강의 준비의 부담에서 잠깐이나마 벗어날 수 있는 꿀맛같은 휴식의 시간이 아니겠는가.  월요일 수업이 끝나자마자 차 빌려서 이사갈 집을 알아봤고,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계약까지 마치는 기민함을 유감없이 과시했다. 그런데 윈도우 다시 깔다가 실수로 내가 만든 mid-term study guide와 multiple choices가 날아가면서 오늘 새벽까지 열나게 시험 문제 만들어야 했다. 50문제의 true/false 문제와 multiple choices, 그리고 3개의 에세이 문제 만드는 데 장장 7시간 이상은 걸린 것 같다. (물론 수업 준비에 비하면 새발의 피이지만)

    시험기간이 좋은 또다른 이유는 수업은 2시간 30분이나 하는 데에 비해 시험은 1시간 30분 이내에 끝낼 수 있다는 거다. 그런데 아놔, 로버트 이 자식 무슨 노벨 문학상 작품이라도 쓰는 건지 모두 떠난 빈 강의실에서 홀로 30분을 더 버티며 2시간의 시험 시간을 혼자 다 잡수셨다. 그 아이 답안 작성하는 거 기다리는 동안 저번 퀴즈 채점도 다 하고, 페이퍼 점수도 다 매기고 할 일 없어서 잠시 졸고, 완전 괴롭고 배도 고팠다. ㅋㅋ

    시험이 끝났으니 이제 welcome back to hell. 사지선다형 문제나 true/false 문제는 omr 카드 썼으니 내일이면 성적 나오겠지만, 이 에세이 채점은 어찌 할 것 인가. 미국에 와서 가장 놀랬던 점은 학생이고 선생이고 모두 대단한 악필이라는 것이다. 작년에 어떤 선생의 코멘트는 도저히 알아 볼 수가 없어서, 지나가던 미국 애들 3명에게 물어봤지만 모두 뭐라고 썼는지 모르겠다고 할 정도였다. 한문도 아니고 한글도 아니고 획수도 별로 없는 알파벳을 어찌 이리도 해독 불가능하게 써 놓는지. 게다가 예전에 TA 했던 선생은 D와 E만 대문자로 필기해서 (ex,  iDEa, arEa) 뭔가 아슷흐랄 한 적도 있다. 오늘도 시험지를 제출할 때면 내가 과연 읽을 수 있게 썼는지 걱정반 두려움 반과 함께 확인 작업 들어갔었다. 저번 학기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필기체로 쓰는 아이를 만나서 필기체 까막눈인 나는 co-instructor에게 채점을 넘겨야만 했을 정도였으니 애들 글씨체에 대한 두려움은 가히 ㅎㄷㄷ이다.  오늘은 필기체로 쓰는 넘은 없었지만 아, 얘네들 왜이렇게 악필이 많은 거야 (라고 쓰고 "이 새끼들 글씨 조낸 못써" 라고 읽는다 -_-;).

    어쨌든 이제 반환점이 지났다. 잘 해낼 수 있을지 항상 걱정되고, 아직도 긴장이 많이 되지만, 그래도 5주 동안 착한 우리 반 애들은 두 명정도만 사라지고 꾸준히 출석해주고 있다. 알아듣기 힘들거나 듣기 괴로운 영어일텐데도 별 잡소리 없어 수업에 참석해주니 정말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앞으로 남은 3주 잘해보자.
    아 차 꼭 사자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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