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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뷰] 늑대와 향신료 (狼と香辛料, Spice and Wolf)
    오덕기(五德記)/日 2010. 5. 4. 16:07
    난 사랑 이야기는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드라마건 애니메이션이건 영화건, 보고 있는 작품에서 줄거리와 상관없이 애달픈 사랑 이야기 시작하면... 

    → → → → → → → → → 


    이 자판을 필살기인 수전증을 동원해서 후려친다.
    두 사람의 입모양이 무언가를 말하듯 오물조물, 고개를 까딱까딱, 또륵또륵, 따륵따륵, 생난리를 친 후에 다음 장면으로 전환하면... 그제야 멈춘다. (뭐 줄거리와 상관있으면 어느정도는 참아준다. 난 관대하니까)

    연애 소설, 순정 만화, 로맨틱 코메디 영화, 일반적인 한국드라마, 그래서 모두 내 취향이 아닌거다. 
    팔뚝에 돋는 것은 닭살이요, 손바닥에 파고드는 것은 손톱이다.  
    그냥저냥 해피모드면 그나마 참을만 하지만 울고자빠지면 화난다. 
    (물론 에로에로 모드는 익스큐즈다. -_-; 다 알면서 -_-; ) 




    그런데 '늑대와 향신료'는 달랐다.


    최근에 본 '정령의 수호자' 마냥 시종일관 경외가 가득 담긴 탄사가 나오는 건 아니지만, 이 애니를 보는 내내 꼬리를 살랑 살랑 흔드는 기분이다. 
    사랑스럽고, 귀엽고, 사랑스럽고, 귀엽다. 



    이 애니는 예전에 구한 후에 초반 장면만 몇 번을 보다가 멈추었다. 이 애니가 어떤 분위기인지는 익히 들어 알고 있었고 분명 내 취향일 거라고는 확신하고 있었다. 역사물 냄새가 나는 따땃한 환타지물. 어찌 거부할 수 있겠는가.



    그렇지만... 그렇지만...



    이건 야동에서나 나오는 설정이 아닌가. 동물 귀에 꼬리까지 달린 닝겐이라니!!! 게다가 초반부터 여자만 벗고 나자빠졌다. 거부감 심하다. (야동을 좋아하는 것과 야동적 설정을 좋아하는 것은 다르다....고 주장하는 바이다. 무엇보다 야동도 좋아하지 않는다. -_-; 믿어주삼.) 최근, '천원돌파 그렌라간'을 대중의 그 엄청난 찬사에도 2편에서 멈춘 까닭도 이와 궤를 같이 한다하겠다. 애니메이션 디렉터의 의도가 어땠건, 노골적으로 남자들의 시선을 끌려고 한다면, 그것만으로도 거부감 게이지 만땅 차오르는 거다. 그래서 늑대와 향신료도 몇 번이고 오프닝만 보다가 멈추었다.  


    '정령의 수호자' 리뷰에서도 언급했지만, 정령의 수호자라는 워낙 좋은 작품(혹은 세기의 명작)을 봤기 때문에 이후에 본 '천원돌파 그렌라간'이나 '칭송받는자'는 마음에 차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금 정령의 수호자를 본 후에는 그 헛헛한 마음을 달랠 무엇인가가 필요했다. 보통 작품 가지고는 안 된다. 결국 꺼내들은 카드가 바로 '늑대와 향신료.'


    아 놔 이 애니메이션 엄청 재미있는 거다~~~~!!!!







    표면상으로는 중세유럽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경제 환타지'이긴 하지만, 속내를 잘 살펴보면 그 안에서 쌓여가는 호로와 로렌스간의 '돈독한 정'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것이 지나친 사랑 냄새를 풀풀 풍기지 않았다뿐이지, 연애 초반의 숨막히는 밀고당기기와 친해진 이후의 그 익숙함 친밀함이 뚝뚝 흐르는 것 아닌가. 그들 만큼이나 그들의 이야기를 보는 사람도 그 안에 빨려들어간 듯 헤벌레 해진다. 호로가 좋고, 로렌스가 좋고, 그들이 나누는 어른의 대화가 좋다.(버뜨 정신연령 베이비를 자랑하는 주인장은 그 은유적 대화를 잘 못 알아들을 때가 많았다. 드라마나 애니 속 대사의 작은 뉘앙스도 잘 캐치하는 편인데, 호로와 로렌스가 나누는 둘의 관계에 대한 대화는 이해를 못할 때가 여러 번 있다. 너무 연애물을 안 봐서 그런건지... 연애 세포가 죽어서 그런건지 ㅠ.ㅠ...그리고 경제 얘기할 때도 한번에 이해 안 되기는 매한가지 -_-;;; 뭐 이건 나같은 인간을 고려해서 애니메이션 속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여러 번 설명해주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다른 캐릭터는 곁다리이니 신경 안 써도 된다. 깔끔하게 호로와 로렌스만 이야기해보겠다.

    먼저 로렌스! 

    25살이라는데, 나 솔직히 처음 보고 40대 아저씨인 줄 알았다. -_-;;; 그러나 노안이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은 그가 만난(혹은 주운) 호로라는 늑대가 천년, 아니 몇백년 묵은 할머니 늑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긴 건 영락없는 17살 꽃다운 소녀이다. 생긴 거에 속지 말자. 다시 한번 느끼지만 사람은 외양으로 참 많은 것을 판단하는 것 같다.) 
    그는 장사 수완이 좋고, 배려심이 끝내주는 아주 착한 남자이다. 보는 내내 어디 저런 남자 없나... 하고 있었다.(그러나 역시 사업을 하는 남자는 위험해...라며 홀로 되도 않는 김치국 마실 때도 있었음을 부정하지는 않겠다.) Bestanime 감상평을 읽다가 이 사람 캐릭터를 잘 설명하는 말을 찾았다. 그 분은 로렌스의 생식기가 제대로 작동하는 지에 대해 큰 의문을 품고 있더라. 다시 한 번 말하자면... 이 남자 '짐승만도 못한 놈'인 것이다. (아는 사람은 알아들으리라 믿는다)

    그리고 호로!

    보면서 저 불여우, 사람을 홀리는 것이 예사롭지 않구나! 하면서 노려보다가 어느새 나도 모르게 늑대 할멈의 애교에 살살 녹고 있다. 애교+삐침+눈물이라는  여성이 가진 비장의 무기 3단 콤보를 선보이면서도 내 미움을 받지 않는 여성 캐릭터는 아마 호로가 처음이 아닐까 싶다. 어디에서 보니 몇년도 소설 속 여성 캐릭터 인기 1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적어도 늑대와 향신료 1기에서의 그녀의 매력은 작살-_-;이고, 말발 또한 죽인다. 호로 언니 완전 사랑스럽다. 이 친구 보다가 나도 자꾸 로렌스마냥 헬렐레 해진다. 호로 때문인지... 전반적으로 애니가 상당히 야시시하면서 섹시하다.





    뭐랄까. 평소의 내 성격대로라면 세계관부터 시작해서 작화까지 찬찬히 리뷰를 써나가겠지만 이 재미있는 애니메이션에게 못할 짓이다. (훗날에 정신 좀 차리고 나면 그런 얘기 쓸지도... 사실 이 애니메이션이 가진 중세적 배경에도 의문점이 꽤 있어서 -_-;;;) 

    환타지가 취향이신 분, 부디 이 애니보시고 주인장 마냥 꺄륵꺄륵 아 재밌어 아 재밌어... 라며 침대 위를 뒹굴기 바란다. 

    이거슨 자체 검열


    아, 그림도 예쁘지만 무엇보다도 1기 오프닝 ㅠ.ㅠ
    1기 오프닝은 매 편 볼 때마다 와~ 하면서 넋을 놓게 한다. 
    노래가 정말 정말 좋아요. ㅠ.ㅠ




    2기는 그냥 그랬지만 3기 기다리고 있다. 
    내가 기다리는 모양을 일컬어 '학수고대'라 한다.


사고전서의 옳게 치우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