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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학, 슈퍼스타 K2, 교감,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오덕기(五德記)/음악_공연 2010. 9. 25. 04:14
    미국판 슈퍼스타 K인 아메리칸 아이돌은 즐겨봤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것을 하는 지도 몰랐었다. 그래서 서인국이 누군지도 몰랐을 정도.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가 슈퍼위크에서 팀미션을 하는 것을 봤는데 아메리칸 아이돌에 나오는 경쟁자들보다 노래를 더 잘하길래 그대로 채널 고정. 그때부터 쭈욱 달리게 되었다.

    오늘 '이문세' 위크 공연을 본 후 일반적인 팬들의 시선이나 전문적이라 할 수 있는 심사위원들의 호불호가 꽤 갈리는 것을 보면서 도대체 '아름다움'이 무엇일까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무엇을 아름답다고 느끼는지, 무엇에 감동하는지, 그리고 왜 사람마다 아름답다고 느끼는 포인트가 다른지, 감동하는 포인트가 다른지.

    최근 지인이 '인문학', 혹은 '문예'에 대해 공부를 하고 싶은데 같이 하면 안 되겠냐고 부탁해왔다. 요즘 관심사는 인식론인지라 이왕이면 이쪽을 하고 싶지만 사실 인문학 공부 같이 하자는 사람 만나기도 어렵지 않은가. 문예사조 할까 하다가 고민 끝에 '미학'이 어떻겠냐고 의사 타진하니 그 친구도 오케이. 처음에는 같이 발만 맞추자는 식으로 공부를 시작했는데 요즘은 내가 더 불타오르는 형세이다.

    같이 공부하는 사람은 현재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화가이다. 그래서 같은 미학을 공부하면서도 아무래도 '회화'에 초점을 맞추는 데에 비해 난 아무래도 회화보다는 음악, 음악보다는 활자쪽에 더 친숙한 사람이기에 음악이나 문학 등에서 내가 느끼는 아름다움의 이유를 고민하게 된다. 이 부분은 여전히 고민하고 공부하고 있으므로 훗날 다시 주절거리는 날이 올지도. 

    어쨌든, 덕분에 슈퍼스타 K2의 공연을 보면서도 난 내가 아름답다. 감동적이다 라고 느낄 때 도대체 왜 그런지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다. 이게 재미있는게, 이 쇼프로에서는 이미 만들어져 있는 곡을 부르고 있는지라 곡이 원체 가지고 있는 특정한 선율이나 화음 등을 새삼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이 아니라, 그 곡을 부르고 있는 사람의 곡 해석이라던가, 가창력, 퍼포먼스, 그리고 외적으로는 편곡 능력 등에 의해 평가가 나뉜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름답다, 감동적이다라고 느끼는 포인트는 단지 위에 열거한 능력에 따라 달라지는 것일까.

    그것이 회화이건, 음악이건, 문학 작품이건, 완성도 등에 상관 없이 '氣'를 뿜어내는 작품들이 있다. 유달리 복제품이 많은 그림이나 문화재들 중에서도 진품에서는 레플리카가 가지지 못하는 장인의, 혹은 예술가가 가지고 있는 혼신의 힘이라는 이름을 가진 '기'가 뿜어져 나온다. 같은 작가의 같은 곡이라도 연주자에 따라 폭발적인 '기'를 뿜어내는 곡이 있기 마련이다. 그림에는 이 표현을 쓰기 어렵지만, 음악이라면 '기'대신 '신명'이라는 말을 쓰고 싶다. 곡과 혼연일체 되는 느낌. 그 곡이 하고 싶어하는 이야기를 꽉 채워서 내게 전달하는 기분. 그때 바로 곡을 연주하거나 부르는 사람도, 그 노래를 듣는 사람도 신명나게 즐길 수 있는 것이다. 그 단계는 말로 표현하기에는 상당히 미묘하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공연을 보다가 그 연기나 노래가 훌륭하면 '좋다!(하오(好))'라고 하지만 정말 뛰어나면 '(절)묘하다!(먀오(妙))'라고  칭찬한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그 미묘한 단계에 미쳤다는 뜻일 게다.

    슈퍼스타 K2의 생방송 공연을 보면서 노래 한번 신명나게 한다 라고 생각하는 후보가 있는데 바로 장재인이다. 목소리도, 음정도, 그리고 노래를 부를 때의 표정도 그닥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그가 노래 부를 때는 신명 나고, 그와 노래와 내가 교감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이 교감이라는 표현도 참으로 자의적이라서 아메리칸 아이돌에서도 심사위원이 connection이라는 표현으로 교감을 이야기 하는데 그때마다 누구는 교감했네 안 했네 왈가왈부하지만 말이다.) 그녀가 '님과 함께'를 부를 때는 나도 모르게 신이 났고, 가로수 그늘아래에서는 들으면서는 눈시울을 붉혔다. 이 정도 되면 하오好~라는 말로는 표현 안 되는 묘한 단계에 들어간 게 아닐까. 그리고 그럼에도 심사위원들부터 일반 대중들까지 평가가 갈리는 거 보면 도대체 무엇인가가를 '절대적으로' '아름답다'라고 규정하는 것이 가능한지, 아름다운 것은 반드시 감동을 주는지, 감동을 주는 것은 반드시 아름다운지, 여러모로 고민하게 된다.

    교감 이야기를 하려니 생각나는 것이 또 하나 있는데, 바로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정말 유명한 노래 '지금 이 순간This is the moment' 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내로라 하는 유명 배우들은 다 한번씩 부른 것 같은데... 사실 노래는 다른 지킬들, 그러니까 임태경, 홍광호, 류정한 등이 더 잘했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유일하게 감동으로 눈물을 흘린 배우의 노래는 조승우였다. 노래에 감정 실리는 것이 장난이 아니더라. 그런데 이것도 평가가 갈리지 않겠는가. 더 아름다운 노래가 반드시 더한 감동을 주는가. 누군가는 더 잘 부른 노래에 교감을 느낄 테고, 누군가는 훌륭한 감정 전달에 더 감동을 느끼고 교감할테고.  


    임태경


    홍광호


    류정한


    조승우


    Robert Cuccioli


    Anthony Warlow

    다시 슈퍼스타 K로 돌아와서 간략하게 평가하자면, 장재인만큼이나 허각과 존박의 공연도 좋았다. 위에서 언급한 교감의 능력으로 따지면 허각도 장재인에 못지 않고, 오히려 대중적으로는 더 장악력이 있지 않을까. 잡설 조금만 더하면, 저번에 떨어졌던 3인에 대해서는 그닥 아쉬움이 없었는데 오늘 떨어진 앤드류 넬슨과 박보람은 좀 아쉽다. 앤드류 넬슨은 음색이 상당히 매력적인데, 영 몸에 맞지 않는 옷만 입다가 집에 가는 듯 하고(솔직히 지금까지의 공연들은 더 빨리 집에 보냈어야 할 수준이긴 하다 -_-; ) , 박보람은 저음은 별로지만 고음 부분이 목소리도 예쁘고 맑은데다가 파워까지 있는데 더 들을 수 없어서 아쉽다.

    장재인, 가로수 그늘아래에서



    존박, 빗속에서



    허각, 조조할인
사고전서의 옳게 치우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