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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경원, sheer thoughtlessness(사유함의 결여), 판단력 부재, 그리고 악의 평범성
    사람 사는 느낌으로다가/의미 2011. 10. 21. 16:31
    나경원 전 보좌관이 쓴 글을 읽으며 생각나는 것은 바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한나 아렌트 저)' 

    -- (전략) ---


    나경원의원이 좋은 집안에서 자라고 실패를 모르고 살았고 뭐 기타 등등의 이유때문에 서울시장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이야기를 제가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것은 정치적으로나 할 수 있는 이야기고, 사람됨을 잘 아는 사람이 할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나경원의원의 성실함을 높게 평가합니다. 그리고 어찌되었든 장애아이들을 위한 정책에 나름 노력하시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중략)---

     

    서울시장이라면 서울시민들의 내일을 책임지고 이끌어가야 하는 지도자입니다.

    그런 지도자는 최소한 올바른 판단으로 대중을 이끌어 갈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제가 아는 나경원 의원님은 그만한 판단력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이 잘 아시다시피, 나경원의원은 자위대 창립행사에 참석하셨습니다.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대변인으로서 '주어가 없으므로 아니라는' 논평도 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사저를 아방궁이라고 논평하신 것도 논란이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아는 한 이런 것은 나의원님 이야기한대로 모르고 하신 한나라당 대변인이라서 어쩔 수 없이 하신 일은 맞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무엇을 몰랐느냐 대변인이라면 그렇게 하는 것이 옳은지 하는 것입니다.

    예컨대 자위대 행사인지 모른 것이 아니라, 그렇게 하는 것이 옳은지 그른지를 모른 것이 문제입니다.

    이런 판단력의 부재는 지도자의 흠결로서는 아주 큰 것입니다.


    ---(중략)----


    제가 나경원의원이 서울시장이 되는 것에 반대하는 이유는 너무 많지만, 우선 첫번째가 바로 이 판단능력입니다.

    저는 나경원 후보가 서울시장이 되는 것을 반대합니다. 


    출처: http://josephforyou.blog.me/140774308



    저 정도 위치의 있는 사람이, 더 높은 위치에 오를 준비를 하는 사람이, 게다가 죄의 옳고 그름을 가름하는 판사라는 직업을 가졌었던 사람이 사유하고 판단하는 능력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는 내용이다.  

    상기의 전 보좌관의 말이 다 옳다는 것은 아니다. 보좌관은 현재 박원순 후보 측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려 7년 동안 보좌했던 인물에 대해, 그리고 권력을 가진 인물에 대해 이런 내용의 글을 쓰려면 대단한 신념과 용기 없이는 어렵기에 어느 정도는 신뢰가 간다.

    그의 글 속에 투영된 나경원을 보다보면 한나 아렌트가 쓴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라는 책이 생각난다. 그녀는 이 책에서 '악의 평범성'을 이야기한다.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은 제2차 세계 대전 중 나치 관료로서 수백만의 유대인 학살을 주도했던 전범 아돌프 아이히만의 재판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 악마같은, 그러나 사실은 지극히 평범한 사람인 아이히만은 나치의 이념에 대한 굳건한 신념도 없이, 그리고 자신의 행위에 대한 사유나 판단 없이 오로지 상부의 명령만을 충실하게 수행했다. 

    즉, 모든 사람을 경악하게 하는 지독한 악마성은 달리 생겨나는 괴물같은 존재가 아니라 바로 전혀 사유하지 않음으로써 나타나는 매우 평범한 존재라는 것이다.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지 않고 그냥 시키는 대로, 옳고 그름에 대한 치열한 고민 없이, 그저 성실하게, 매우 열심히 사는 사람이 바로 괴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똑똑하고 성공적인 삶을 살았다 하더라도 지금까지 프로그래밍화 된 것이, 그동안 주입된 행동 지침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생각하고 그 길을 올곧이 따라가는 사람은 문제가 있다. 강한 권력이 있기 때문에 나경원은 자신의 행동, 말에 대해 더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고 생각해야 하고 판단해야 한다. 바로 철학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비단 그녀같이 힘있는 자에게만 해당되는 사항이 아니다. 우리같은 민초들 또한 괴물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고민하고 사유하고 판단해야 한다. 그냥 시키는 대로, 일방적으로 명령을 받고 복종하는 사람들이 모이면 '내가 가장 두려워 하는 괴물'인 전체주의란 녀석이 다시금 그 마각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귀찮다고, 알 필요 없다고, 관심 없다고 이야기 하지 맙시다.
    편리함, 귀차니즘의 탈을 쓴 전체주의는 항상 우리 속에 도사리고 있습니다.  
    성실하게, 충실하게, 정직하게 사는 것이 미덕은 아닙니다. 
    무엇에 대해 성실하고, 충실하며, 정직한지 반추합시다.  
    지금은 한나 아렌트의 고언을 귀담아 들을 때입니다.
    우리 사이의 Sheer 
    Thoughtlessness 상태를
     종식하기 위해 치열하게 생각하고 판단합시다.  


     
사고전서의 옳게 치우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