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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뷰] 강철의 연금술사 브라더후드 (鋼の錬金術師, Fullmetal Alchemist brotherhood)
    오덕기(五德記)/日 2011. 6. 4. 23:17
    강철의 연금술사 2003년판 애니메이션과 극장판인 샴발라의 정복자까지 모두 챙겨봤으면서도 리메이크판 시청을 미룬 까닭은 특유의 잔인함과 사람 마음을 무겁게 하는 다양한 장치들 때문이었습니다. 이를테면 한동안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던 인간과 개의 키메라... ㅠ.ㅠ 그럼에도 만화책 내용을 충실하게 재연했으며 수작이라 평가받는 강철의 연금술사 리메이크판에서 도대체 작가가 어떻게 끝을 맺을 지 궁금해서 결국 이번에 봤습니다. 이에 대해 간단하게(?) 끄적여 볼까 합니다.
     



    세계관에 대한 끄적임
     

    애니메이션의 주무대인 아메스트리스는 군부가 주도하는 공화국입니다. 2003년판 애니에서는 동쪽에 위치한 이슈발을 핍박하는 내용이 부각되었는데 리메이크판은 이 부분이 많이 생략되어 있더군요. 대신 다루는 세계가 더 넓어집니다. 현자의 돌을 만들다 사라진 사막 한 가운데의 크세르크세스국과 사막 너머에 있는 싱국이 바로 그것이죠. 크세르크세스라는 이름을 듣는 순간 영화 300이 생각나더군요(스파르타!). 바로 그리스를 침략했던 페르시아의 국왕이 크세르크세스죠. 싱국은 뭐 메이창, 린야오, 샤오메이 같은 등장인물의 이름, 50개 민족, 무공, 연단술, 옷 등등 해서 대놓고 중국 분위기를 풍기고요. 이에 비해 아메스트리스는 모든 분위기가 서양의 그것이죠. (중세와 19세기가 적절하게 섞인 그런 묘한 분위기? ㅎㅎ)  


    즉 표면적으로는 서양(아메스트리스)/중동(이슈바라라는 일신교의 이슈발)/고대국가 페르시아(크세르크세스)/중국(싱국) 이라는 세계관을 가지고 있죠. 그런데 이것이 '상층'의 세계라면 하층, 혹은 더 거대하게 기저로 깔고 있는 강철의 연금술사의 세계관은 상당 부분 기독교(그리고 더 깊이는 인도-아리안 철학)와 현대 과학에 의거하였습니다.

    카발라 전통의 생명의 나무 (세피롯)

    먼저 기독교적 요소를 꼽자면 대표 소재인 연금술을 이야기할 수 있겠죠. 연금술이라는 서양과 중동에서 주로 이루어진 오컬트(혹은 과학과 가장 비슷한 형태의 과학?), 연금술에서 빠질 수 없는 현자의 돌에 대한 갈구, 그리고 이 작가가 유대교의 신비주의 종파인 카발라까지 건드렸구나 했던 '진리의 문'이 그것입니다(에드워드 엘릭이 동생의 몸과 바꾸기 위해 포기했던 연금술을 가능하게 만드는 '진리의 문'에 새겨진 나무 문양은 바로 카발라 전통에서 말하는 '세피롯'이라는 생명의 나무 모양을 하고 있죠. 카발라 전통과 연금술의 관계는... 여기에서 다루기도 그렇고 다룰 깜냥도 안되고). 두번째 그리고 좀 더 기독교스러운 요소를 말하자면 '우리의 아버지'가 만들어 낸 7명의 호문쿨러스겠죠. 부끄럽게도 슬로스가 나오기 전까지는 호문쿨러스가 기독교에서 말하는 7가지 죄(질투, 오만, 욕정, 탐욕, 분노, 대식, 게으름)를 상징한다는 것을 눈치 채지 못했습니다. -_-; (영어를 일본어식으로 발음하니... 흙 ㅠ.ㅠ) 굳이 이름을 따로 붙이지 않고 '우리의 아버지'라 부르는 것도 그렇고, 연금술의 세계에서 '동급교환'을 하지 않은 채 연금술을 행할 수 있는 그의 능력 또한 '물질' 없이 '말씀'으로 이 세계를 창조해 낸 조물주의 그것과 비슷하지 않습니까. 
     

     


    뭐 이렇게 기독교적 세계관을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다가 마지막에 연금술도 포기하고, '우리의 아버지'가 소멸된 후, 신과의 대화에서 그 신(?)이라는 존재는 이렇게 말하죠: '난 너희가 세계라 부르는 존재, 혹은 우주, 혹은 신, 혹은 진리, 혹은 전부, 혹은 하나, 그리고 나는 너이다.(ep. 63)' 인도철학(특히 우파니샤드 철학)에서 말하는 범아일여(梵我一如) 사상을 그대로 표현한 것이죠. 뭐 인간의 몸을 영혼을 담는 그릇으로 봤다는 점에서도 인도철학(그리고 고대 그리스 철학)의 냄새를 맡을 수 있습니다. 추측이지만 작가는 상당히 범신론적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 아닐까 싶더라고요.
     


     
    두번째 세계관의 기저인 '현대과학'은 사실 현대과학 그 자체라기 보다는 현대과학에 대한 경고와 비판으로 보는 편이 옳겠죠. '인체연성'과 '호문쿨러스' 그리고 '키메라'는 현대 유전공학이 벼리고 있는 줄기세포나 인간복제, 유전자 조작 등이 가져올 다양한 문제를 자극적이고 끔찍하게 표현했다고 생각하거든요(때로는 일본과 독일이 2차세계대전중 자행했던 마루타에 대한 반성과 성찰도 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어떤 물질(현자의 돌) 혹은 어떤 목적 (완전한 존재)을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전쟁을 치르고 인간의 목숨을 희생하는 등 인간이 도구로 전락되는 부분도 과학의 발달을 맹목적으로 추구하는 현대 문명에게 정작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고 경고하는 것 같고요(정확히 말하자면 오로지 사람만을 생각하는 지독한 휴머니즘이죠. 나쁘다는 건 아니고 제가 에코휴머니즘을 더 선호해서요. 오로지 인간만을 생각하는 듯한 휴머니즘에는 약간 반감이 있거든요. 뭐, 나쁘다는 얘기네요. 캬캬).  

    음 간단하게 이야기한다는 것이 이렇게... -_-;
    어쨌든 작가는 정말 다양한 철학과 어찌보면 유라시아 대륙을 통째로 아우르는 세계관을 '강철의 연금술사'를 통해서 보여주죠.  

     

    앗 군부 이야기를 빼놓았네요. 음... -_-; 이 애니를 보면서 전 은하영웅전설이 생각났어요. ^^;



    캐릭터에 대한 끄적임

    음, 캐릭터 이름을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는 베스트애니메 사이트가 서버 문제가 있어서... 전반적인 느낌만 이야기 할게요.

    리메이크판은 2003년 판과 비교해봤을 때 캐릭터 배분에 큰 차이가 있습니다. 2003년 판에서는 호문쿨러스 캐릭터들이 상당히 생기있고 개성있게 잘 묘사되었죠. 그에 비해 리메이크판은 아무래도 '아버지'를 살리려다보니 호문쿨러스들이 부차적인 요소로 전락하면서 상대적으로 캐릭터가 죽었고요. 2003년 판에서 악역의 한 축이었던 러스트가 리메이크판에서는 초중반에 상당히 일찍 돌아가시죠. 휴즈나 스카, 그리고 암스트롱 같은 경우도 아무래도 비중이 비중이다 보니 리메이크판에서는 좀 덜 살죠. 그런데 그에 비해서 다른 캐릭터들은 리메이크판이 훨씬 다채롭고 생생합니다. 캐릭터가 한 둘도 아니고 정말 떼거지로 나오는데 그 모든 캐릭터들을 '약속의 날'까지 안고 가는 것을 보면서 '엇, 이 만화 작가 의리있는데?' 라고 생각했습니다. ^^; 각 캐릭터들의 복잡하게 얽힌 이해관계와 개개인의 소중한 가치관들을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다룬 점은 대단합니다. 그러나 캐릭터 한 명 한 명의 인생과 죽음을 비중있게 다루다보니 상대적으로 최종전투가 길어지는 경향이 있었고 각각의 가치관이나 철학을 모두 분출하다 보니 마지막 전투 장소가 명언과 교훈의 장이 되었다는 문제도 있었죠(뭐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더 많으시겠지만...^^; 어쨌든 전 '약속의 날' 이야기가 살짝 지루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작가는 자신이 원하는대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위해서 엘릭 형제를 희생시켰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리메이크판을 보다보면 우리의 주인공 엘릭 형제가 중반부를 지나면서 점차 비중이 작아지죠. 어쩌면 후반부의 주인공은 '혁명(혹은 쿠데타)'이라고 생각해요. 거의 All for one, one for all 식으로 각지의 동료들이 뜻을 모으고 힘을 모으는 이야기가 중심으로 진행되죠. 뭐 전 주인공에 감정 이입하는 스타일은 아니기 때문에 별로 나쁘진 않았습니다만 주인공에 감정 이입해서 보시는 분들은 약간 서운하셨을 수도 있을 것 같더라고요.

    개인적으로 메이 창 ㅋㅋ 샤오 메이, 올리비에 암스트롱을 마음에 들어했습니다. 지나가던 주부님도 좋고 호크아이 중령도 좋고(음... 왜 다 여자만 ㅠ.ㅠ)




    전반적인 끄적임

    체력 딸려서...헥헥 (여기까지 읽으시는 분이 계실까요...ㅜ.ㅜ)  정말 간단하게 쓰겠습니다.

    작화의 경우 2003년 판을 보던 사람도 전혀 거부감없이 즐겁게 볼 수 있었습니다. 깔끔하죠. 특히 전투 장면은 아주 속도감 있고 멋지고요. 다만 무엇인가 붕괴될 때 흩어져 내리는 네모종이가 고생한 얼굴에도 네모로 돋을새김 되어 있어서 살짝 거슬렸습니다.  

    이 네모 -_-; 정말 보는 내내 거슬리더군요. 게다가 못생긴 아버지 얼굴에...물질의 붕괴는 이렇게 네모종이가 떨어져 나가는 듯 표현했죠.



    스토리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2003년 판은 사실 제가 생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었고 완결되었습니다. 그래서 참신하다고 생각했었죠. 잔인하긴 하지만 잘 만들었고 괜찮은 엔딩이라고 봤었고요. 그런데 리메이크판을 보면서, 역시 작가는 이런 얘기를 하려고 했었구나, 예상대로 진행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일 것이라고 예상했던 내용들이 아주 논리적으로 차근차근 다뤄지더라고요. 하지만 생각보다 더 박력있고 생각보다 더 따뜻했습니다. 오리지널판과 리메이크판 무엇이 더 낫다고 얘기할 수 없을 정도로 한 소재를 둘다 개연성 있게 풀어나갔다고 생각합니다. 위트도 적당히 섞어가면서요. 강철의 연금술사는 오리지널 판이나 리메이크 판이나 모두 한 시대를 풍미하는 액션판타지물입죠. 보는 내내 아주 즐거웠습니다(물론 눈물을 자아냈던 적도... 흙흙) 언제 또 이런 작품을 보게 될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머스탱 대위 장갑이나 하나 사야겠어요...흐흐)
     





    첨언1 : 다른 글에서도 썼지만 이렇게 강력한 스토리를 바탕으로 하는 애니메이션을 보면 조금 피곤해요. 그래서 따뜻하고 가벼운 나츠메 우인장 한 번 더 봤죠. 유후~ 나츠메 우인장 3기가 나온다고 하더라고요. 럭키 ^^v

    첨언2 : 대사 중에서 유독 이 말이 기억에 남더라고요. '증오는 증오를 부르고 피는 피를 부른다.'
    작금의 상황을 잘 드러낸다고 생각했어요. 최근 모 아나운서의 자살도 다양한 증오에 의해 야기되었다고 생각하는데 그 죽음이 또한 다른 증오를 부르고 있죠. 도대체 언제까지 이런 스케이프고트 가 필요한건지... 

    첨언3: 위에 '간단하게 끄적이겠다'라는 말에 낚이신 분은 없으시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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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전서의 옳게 치우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