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자불어 괴력난신(子不語怪力亂神)
    學而時習之不亦悅乎/기타등등 2013. 8. 11. 23:04

    원래 하려던 이야기와 전혀 다르게 글이 전개되길래 의식의 흐름 기법을 사용했다고 주장해본다.

     

     

    공자님 말을 듣지 않아서인가. 최근 괴력난신에 빠진 삶을 살았더니 마음이 불안하기 짝이 없다.

    원래 "자불어 괴력난신(子不語怪力亂神)"이라는 말은 <논어> 술이(述而)편에 나오는 말로 해석하자면 "공자는 괴이한 것, 폭력, 반란, 귀신을 말하지 않았다."이다. 이 어구에 대한 해석은 분분하지만, 이 괴력난신이 흔히 소설의 제재였기 때문에 이 말이 소설을 지칭하는 말로도 쓰이게 되었으며, 훗날 청나라의 원매라는 자는 <자불어>라는 제목으로 일종의 소설(괴담집)을 짓기도 하였다. 그러고 보면 <자불어>라는 제목이 참으로 패기넘친다. 공자님은 이런 (괴력난신)얘기 안 한다고 했지만, 그래도 들어볼테냐!하는 그런 패기. 

     

    은연 중에 공자님의 말씀에 경도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평소 소설은 괴력난신하다하여 잘 읽지 않는 편이다. 논리적이고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주제가 좋고, 신비롭고 기적적인 일에 대해서는 일단 의심하며, 초현실적인 것에 대해서도 이성적으로 해석하는 편이다. 소설이라는 장르가 나의 이런 성향에 완전히 어긋난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팩트도 다 알기 어려운 마당에 픽션을 읽을 사이가 어디있냐는 것이 평소의 지론. (잡설을 좀 하자면, 공자는 괴력난신을 넘어서서, <중용>에서는 어떤 가르침이 아무리 좋아도 증거가 없으면 믿지 못하고 믿지 못하면 사람도 따르지 않는다고 할 정도라는 '무징불신(無徵不信)'을 설하였으니 형이상학적 원리에 대해서도 사람들에게 실질적으로 다가오지 않으면 별무소용이라는 관념을 보여주고 있는 듯 싶다) 그런데 아무리 공자가 이리 말씀하시고, 내 추구하는 바가 또한 그러하다 할 지라도 가끔씩은 끊을 수 없는 소설의 유혹이 있다. 요즘들어 노벨문학상 받은 작품이 읽고 싶었는데(특히 마르케스의 <백년 동안의 고독>) 말초적인 즐거움을 좇는 나는 그야말로 괴력난신을 탐독하고 있었다. 이야기인즉슨, 동양 판타지물을 읽었다는 것이다. 인간세계를 해하려는 요괴를 퇴마하는 류의 글을 밤잠을 설쳐가며 몇 편을 읽었더니 말투도 고풍스러워지고 세상이 있는 그 자체로 보이지가 않는구나.  

     

     

    그러고보면 위진남북조 시대에 유행했던 지괴소설들을 즐겨보던 때가 있다. (지괴라는 말은 <장자>의 소요유(逍遙游)편에 나오는 단어로서 '괴이한 것들을 기록하다'는 뜻이다) 

    당시의 지괴소설은 소설의 장르로 분류하기에는 수준이 한참 떨어지는, 즉 서사가 결여된 괴력난신의 결정체인 괴담집 정도에 그쳤지만,  시대 사람들의 심성에 '접속'하기에 용이한 수단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지괴소설을 원류로해서 후에 진정한 소설이나 희곡 장르의 형태를 띈 문학이 발달하기 시작했는데, 그 모티브 격을 읽어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또, 종교사를 공부하면서 사료를 수집하기 위해 읽게 된 <수신기>나 <법원주림>, <태평어람>, <태평광기>등의 유서류는 그야말로 괴담의 결정체였다. 이택후 선생은 <논어금독>에서 중국의 유학이 괴력난신에 대해 비이성적 사고를 조장하기 때문에 멀리했고, 이러한 이성적 태도가 중국의 정서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점을 이야기하지만, 음양의 조화랄까, 엄청난 외연을 자랑하는 (도대체 왜 산해경까지 받아들이냐고) 도가 덕분에 중국의 이성적 합리적 측면을 넘어서는 비이성적 초현실적 특징이 무럭무럭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나 또한 같은 맥락으로, 평소에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이야기들을 좋아하지만 가끔 말도 안 되는 것들에 몰입하여 양극단의 정서를 함양해왔다. 요즘 그 불균형이 너무 커져가서 마음이 괴로운 건지, 심리적으로 불안한 건지 하루종일 불안함이 지속되고 있다. 괴력난신을 가까이해서일까. 다시 공자님처럼 괴력난신을 회피해야 할까. 그런데 어차피 더이상 읽고싶은 동양적 환타지도 없구나. 글 좀 써주세요~

     

     

     

사고전서의 옳게 치우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