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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뮤지컬] 페스트
    오덕기(五德記)/음악_공연 2016. 9. 8. 16:01

    가장 최근에 본 뮤지컬 <페스트>

    뮤지컬 <삼총사>를 보고 박은석의 연기에 감동한 친구님이 박은석 작품을 보러 가야겠다고 해서 본 뮤지컬. 

    장소는 LG아트센터.

    나는 작가 중에 까뮈를 손꼽게 싫어한다. 책을 시작했으면 끝까지 봐야한다는 관념에 사로잡혀 있었던 그 옛날, 까뮈의 작품인 <이방인>과 <페스트>를 억지로 버텨가며 읽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일 싫어하는 작가가 까뮈와 헤밍웨이래나 뭐래나. 어쨌든 까뮈도 안 좋아하고 서태지와 아이들이 아닌 서태지 음악은 잘 모르는데 그야말로 친구와의 약속 때문에 보러 갔다(불만있는 것처럼 썼지만 불만 없습니다).

    그런데 모티브만 <페스트>이고 내용은 미래세계를 다뤄서 오잉 하고 벙쪄 버렸다. 무대 장치, 퍼포먼스 부분에서는 굉장히 실험적인 작품이었다. 긍정적으로. 다만, 리샤드 시장 역할 맡은 배우가 감기에 걸렸는지(원래 그런건지) 컨디션이 안 좋아서 보고 있기가 괴로울 지경이었다. 게다가 솔로로 노래를 하는 배우들이 전반적으로 박자감이 음악과 맞아들어가지 않아서 조금 듣기 힘들었다. 배우들은 클래식 리듬감인데, 노래는 비트가 강한 록 음악이니 반주는 우다다다 앞으로 짓쳐나가는데 노래는 엇박으로 질질 따라가는 기분. 심지어 주인공을 맡았던 박은석씨까지 -_-; 가장 빛났던 사람은 랑베르 역을 맡았던 윤형렬. 뮤지컬 음악 분위기와도 잘 맞고 노래도 잘 하고.

    우리나라 창작 뮤지컬이라 그럴까. 시장인 리샤드에게 현정부의 행태를 굉장히 많이 투영한 것으로 보였다. 리샤드 시장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파렴치한 대사는 거의 현정부의 인용문 수준이다. 그래서 이에 저항하는 오랑 시민의 모습이 더 처절했고, 더 보기 괴로웠는지도 모르겠다. 세월호도 생각나고.

    이 뮤지컬의 한계라면 어렵고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싶어하는 욕심이 너무 두드러지게 보인 것이 아닐까. 대놓고 '나 무거운 주제야. 나 사회비판적이야'라고 말하지 않고도 관객에게 그런 감정을 느끼게 하는 것이 정말 세련된 것인데 말이다. 욕심만 부리다보니 초반에 나온 욕망해소장치이니 기억제거장치이니 하는 설정은 맥거핀인지 모르겠지만 용두사미가 되어버렸다. 일본 대중문화에서 자주 보이는 지나치게 설명적인 극전개 방식도 여기에 한몫 했다. 명색이 뮤지컬인데 설명적인 대사가 대부분이고 노래는 간주곡 수준이니 말이다.

    그래도 보면서 이런 저런 생각은 참 많이 든 작품이다. 음향은 끝내줬고, 무대장치는 새롭고 놀라웠으며, 앙상블의 춤과 노래 연기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내용적인 측면에서도 내가 너무 어렸을 적에 까뮈 작품을 읽어서 그의 작품에 대한 거부감이 지나치게 컸나보다, 다시 읽어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으니 말이다. 서태지의 음악에 친숙한 사람이라면 더 즐겁게 공연을 감상할 수 있지 않았을까.





사고전서의 옳게 치우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