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am I do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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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태스킹What am I doing? 2021. 10. 7. 12:48
지금껏 아니 거의 최근까지도 스스로를 멀티태스커라고 생각했다. 한꺼번에 여러 일을 처리하는 편이고, 주변인들도 일 처리가 빠른 내게 어떻게 그렇게 멀티태스킹을 할 수 있냐고 물을 정도였다. 평소 시간이 부족하고, 시간을 아껴야 한다는 압박이 있는 내게 멀티태스킹은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는 방법이라고 생각하였다. 심지어 초등학생 시절에도 문제집을 풀 때면 1번 문제의 보기를 읽고 정답을 체크하면서 다음 문제를 읽었다. 남들 눈에는 연속적으로 답을 마킹하고 내 모습이 답을 찍는 것처럼 보였다고 한다. 어려서부터 그런 식으로 문제를 풀어서인지 이후에도 문제 푸는 속도가 빨랐다. 수능 언어능력 같은 경우도 다 풀고 나면 시간이 반 정도 남을 정도였다. 고2 때 첫 모의고사도 그렇게 풀고 시험 시간 내내 엎어져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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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토피아What am I doing? 2021. 9. 30. 11:10
예전에는 이라고 해봤자 2년 전이지만 명절이면, 특히나 날 좋은 추석이면 10박 정도 해외로 길게 여행을 떠났다. 19년 추석 여행을 마지막으로 상황이 여의치 않게 변하였다. 이번 추석에도 가족 여행에 동행하는 대신 장기간의 칩거를 선택하였다. 그러다가 약 8일 만에 폐관수련을 마치고 대문 밖으로 나왔다. 이 정도의 칩거에도 거리두기가 되었는지 세상이 어색해졌다. 매번 듣던 코로나 관련 안내방송도 새롭게 들렸다. 마치 공상과학영화 속에서 그려지는 디스토피아 세계에서 듣는 목소리 같았다. 보통 디스토피아 세계에서는 이런 방송이 자본주의에 침식당한 광고였지만, 지금 내가 당면한 디스토피아는 국가가 국민을 지나치게 통제하는 세계이다. 무슨 안내를 그리 많이 하는지 사람을 바보로 아는가 싶다. 코로나 안내방송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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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하늘도 쳐다보기 힘든 눈이 되었다What am I doing? 2021. 9. 17. 12:07
요즘 하늘이 정말 공활하여 높고 구름 없다. 하늘색이 너무 예뻐서 좀 볼라치면 눈이 욱신거려서 바라보기가 힘들다. 매일 컴퓨터나 스마트폰처럼 가까운 것만 응시하여 수정체가 두꺼워지다 보니 이를 풀려고하면 근육통이 격하게 찾아온다. 오늘도 하늘 좀 보고 싶은데 격통으로 자꾸 외면하게 되는 상황이 서글프다. 그 와중에 백혈구가 눈앞에 어른거리기까지 한다. 얼마 전에는 속리산 휴양림 체험 마을에 지인들과 다녀왔다. 오랜만에 자연을 만끽하며 평상에 누워 하늘을 쳐다보는데 비문증 때문에 눈앞은 시끌벅적하다. 단조로운 하늘색을 바탕으로 하니 시야에 티끌처럼 떠다니는 부유물이 보이는데 이것이 시선을 옮길 때마다 대형을 변화시킨다. 어느새 하늘을 보지 않고 비문, 즉 날아다니는 모기들에 정신이 팔리게 된다. 이는 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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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졸린나머지 그만 (feat. 청결, 알러지)What am I doing? 2020. 7. 16. 16:36
얼마 전부터 읽기 시작한 책들이 있다. 이니 가 등. 나(가벼운 결벽증 증세)와는 너무나도 다른 타인의 위생관념을 이해하고자 도서관에서 '청결'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한 건데 걸려든 책이다. 내용은 제목처럼 너무 청결한 것이 문제라는 것. 은 서문부터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재미있었다. 마침 라는 제하의 책을 읽고 있었는데, 이 책 읽다가 을 읽으니 타르코프스키의 영화 을 보다가 보는 기분이었다. (둘 다 본 적은 없다). 세상에 이렇게 재미있는 책이 있다니! 페이지가 팍팍 넘어간다. 처음 이 책을 읽을 때에는 아토피에 시달리는 사랑하는 조카를 생각하며 읽었다. 어려서의 아토피가 비염에서 천식으로 악화되어가는 얘기를 보며 수심이 깊어만 갔다. 조카를 기생충에 노출시켜야 하나, 연못 물을 떠먹여야 하나,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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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 스페인어 공부(로제타스톤, 듀오링고)What am I doing? 2020. 4. 16. 16:08
딱히 새해 벽두부터 각 잡고 스페인어 독파를 부르짖은 것은 아니지만, 1월 어느 순간부터 스페인어를 시작하게 되었다. 일단 저지른 후 사람들의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이유를 만들었다. 이를테면, 스페인-포르투갈 여행 계획이 있다느니, 훗날 남미 여행을 도모한다느니 하면서 말이다. 아쉽게도 올해 5월에 가기로 했던 스페인-포르투갈 여행은 무기한 연기되었지만 말이다. 스페인어를 하면 포르투갈어도 대충 뜻을 파악하기 쉽다(약 89%의 유사성, 까딸루냐어보다 포르투갈어와 더 가깝다)는 점도 한몫 했다. 본격적으로 공부한다는 느낌도 갖고 싶지 않고, 학원에 갈 심적, 시간적 여유도 없다. 딱히 교재를 구해 읽거나 동영상 강의도 듣고 싶지 않아 선택한 것이 바로 어플리케이션이다. 아무 때나 쉽게 접할 수 있고, 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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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lla Dies Sine Linea - 코나투스What am I doing? 2017. 5. 4. 20:22
어떤 사람과 마주하면서 불쾌감을 넘어 고통스럽기까지 하고, 평소 스스로 지키려 하던 성향까지 망가지는 것 같았다. 이런 상태를 지칭하는 단어가 있었는데 도통 기억 나지 않는다. 거의 비슷하게 생각났다. 그래서 검색한 게 코2투스(혹시나 이 단어로 검색해서 들어오는 사람이 있을까봐 ㅋㅋ). 순간 야시꾸리한 내용이 잔뜩 검색되어서 당황. 앗, 이런 단어는 왜 잘만 생각나는 걸까. 잠시 자책의 시간을 가진 후에 얼핏 ㅅ으로 시작하는 이름이 생각나서 쇼펜하우어를 쳤다. 이 사람 아니야 아니야. 그래서 다시 검색한 것은 책 이름. 대표작 이름이 세 글자인데 도대체 떠오르지 않는다. 설마 이런 이름의 책을 지은 사람이 한 명이겠어 하며 수상록을 검색하니 몽테뉴 딱 한 명, 다시 명상록을 검색하니 아울렐리우스 딱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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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벽인의 5월 첫 날 출타기What am I doing? 2017. 5. 1. 11:01
신록의 계절 5월 첫 날. 날은 좋아 녹음은 햇빛을 받아 반짝거리는데 온 세상이 누리끼리하다.초미세먼지와 미세먼지의 콜라보에 눈은 희멀겋게 떠야하고 행여 크게 숨이라도 들이킬라치면 쏟아지는 것은 잔기침. 노동절과 황금연휴답게 거리가 한산하다. 지하철에도 쉽게 자리가 나서 의자에 앉으니 의자에서 텁텁하고 쿠린 냄새가 올라온다. 요즘은 다 방연제로 바뀌어서 철제 의자인데 아직도 천떼기 비스므레한 것으로 된 시트가 있어 수많은 사람의 체취를 가득 머금었나보다. 어디 그 뿐이겠는가 사람이 용출해 낸 수분이 곰팡이와 세균의 발효작용까지 돕지 않았겠는가. 가히 유쾌하지 않은 냄새를 맡아가면서도 끝까지 앉아있는 것은 이미 자리를 깔고 앉으며 포기한 옷자락 때문이요, 이미 냄새분자가 코에 닿았음을 인지하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