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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swore never to be silent whenever and wherever human beings endure suffering and humiliation. Neutrality helps the oppressor, never the victim. Silence encourages the tormentor, never the tormented. - Elie Wiesel Nobel Prize Acceptance Speech, Os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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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잘못 아는 용어 (Soul Food & Comfort Food)
    學而時習之不亦悅乎/언어 2025. 3. 27. 13:04

     

    '김치는 한국인의 소울푸드야', 혹은 '내 소울푸드는 엄마가 끓여주신 된장찌개'라고 표현을 쉽게 들을 수 있다. '추억의 음식',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 '마음에 위로를 가져다주는 음식' 등을 뜻하는 '소울푸드(Soul Food)'라는 말은 엄밀하게 말하면 잘못된 표현이다. 

     

      Soul Food  


    Soul Food는 어떤 특정 요리 군집을 가리킨다고 볼 수 있다. 미국 남부의 아프리칸 아메리칸의 전통 요리들, 주로 옥수수, 콩, 감자, 고기, 채소로 만든 프라이드치킨, 콜라드 그린, 검보, 맥앤치즈, 옥수수빵 등이 그것이다. 노예로 끌려온 흑인들이 제한된 재료로 최대한 자신들이 먹어왔던 음식을 구현하고자 노력했던 것을 의미한다. 

    소울푸드라는 용어는 1960년대 소울 음악의 부흥과 함께 사용되기 시작했다. 소울 음악이 아프리칸 아메리칸의 고난과 희망, 정체성을 표현하는 방식이었다면, 소울푸드도 공동체의 정체성을 강화하고 문화적 유산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소울푸드가 특정 지역의 전통 요리 군집을 일컫는다면, 왜 우리나라에서 '영혼을 울리는 음식'이라는 의미로 쓰이게 되었을까. 이는 아마도 일본에서 2000년대 초반부터 사용되기 시작한 'ソウルフード(소울푸드)'라는 어휘 사용의 영향일 것이다. 일본에서는 이를 일본의 전통 음식이나 각 지역의 틈색 있는 음식, 예를 들어 밥과 미소시루와 같이  정서적 위안이나 추억을 자극하는 음식을 지칭할 때 사용한다. 

     

      Comfort Food  



    그렇다면, 정서적 위안과 안정감을 주는 음식, 그야말로 영혼을 울리는 음식이 Soul Food가 아니라면 영어로 뭐라고 해야할까. 바로 Comfort Food이다. 개인의 경험이나 감정을 달래주고 정서적 안정감을 주는 음식, 예를 들어 엄마/아빠의 손맛이 들어간 집밥, 마음이 힘들 때 먹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음식이 있다면 이는 Comfort Food라고 불러야 한다. 굳이 풀어서 말하자면 '달래주는 음식'이랄까.

     

       그리하여  


    내게 Comfort Food는 함경북도 출신 실향민 조부모를 둔 덕에 어려서는 함흥냉면과 가자미식해였다. 지금도 무척 좋아하긴 하지만 크면서 함흥냉면은 평양냉면으로 바뀌면서 부모님으로부터 배신자 소리를 듣기는 한다. 어머니가 해주셨던 김치찌개도 언제나 Comfort Food였다. '김치찌개+계란프라이+조미김'은 완벽한 맛을 담보하는, 그야말로 평생 먹어도 질리지 않을 최강의 조합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마라탕이 최강의 Comfort Food이다. 힘든 하루를 보내도, 마라탕을 먹을 생각을 하면 좀 더 견딜만 해진다. Soul Food를 마라탕이라고 하면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에 좀 미안해지지만, Comfort Food가 마라탕이라고 하면 그나마 죄책감이 사라진다고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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