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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속의 철학자들> by 나가이 레이學而時習之不亦悅乎/기타등등 2025. 1. 7. 12:48
독서 모임에서 다음에 읽을 책을 정하기는 항상 난제이다. 누군가가 물속의 철학자들>를 수면 위로 올리며 괜찮겠어요? 하시길래 "물도 좋고, 철학자도 좋은데, 물속의 철학자라니 안 읽을 이유가 없네요"라고 응수했고, 그렇게 책이 정해졌다. 그러나 처음 몇 장을 펴들고는 자기 계발이라는 물에 철학이라는 감미료를 탄 책이 아닐지 걱정했다. 이런 책들이 가진 특유의 혀를 맴도는 메케한 뒷맛에 여러 번 당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물속의 철학자들>은 달랐다. 어느새인가 작가와 함께 물속에 들어가 수면에 굴절된 빛을 바라보는 철학자가 된 기분이 들었다. 읽기 쉽기에 가볍다고 느꼈을 뿐 품은 속뜻은 생각의 꼬리를 물게 하고, 때로는 끼쳐오는 울컥함을 느끼게 한다.흔히 철학이라고 하면 어마어마하게 거대한 용어와 구조에 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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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lla dies sine linea-일단락What am I doing? 2024. 11. 27. 23:16
21일 동안 매일 블로그에 글쓰기. 오블완 챌린지 힘들었는데 오늘로 마지막이다. 이제는 그 동안 밖으로 내놓은 글들을 좀 정리하고 다듬어야 할 때인 듯. 그래도 열심히 한 나 칭찬해. 1. 친밀도 블로그 곳곳에서도 논어에 대한 애정을 누차 드러냈는데, 오늘도 또다시 논어 타임子曰(자왈) 晏平仲(안평중)은 善與人交(선여인교)로다 久而敬之(구이경지)온여.(공자가 말하였다. “안평중은 사람과 사귐이 훌륭했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상대를 공경했다.) 요즘 회사 사람들과 격의없이 친하게 지내다보니, 가끔 스스로 삼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느낀다. 공경하는 마음은 그래도 항상 품고 있는데, 표현이 너무 격식 없이 나간다고 해야 하나. 가끔 단 둘이 있을 때는 괜찮은데, 다른 사람들과 있을 때 상대와의 친밀도를 다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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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각하는 業說學而時習之不亦悅乎/기타등등 2024. 11. 26. 13:15
초기불교의 연기설에 입각한 '업설'은 인간의 고락은 인간이 쌓은 업으로 인한 과보와 관련되었다고 말한다. 즉, 만일 의지를 가지고 행한 업이 있으면, 삼세에 걸쳐 반드시 그 과보를 받게 되고, 그 의지를 가지고 행한 업이 아니면 과보를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선한 일을 하면 즐거운 과보를, 악한 일을 하면 고통스러운 과보를 받는다. 어떤 일이 발생했을 때 이 행위를 발생하게한 의지에 따라 좋고 나쁘거나, 혹은 선도 악도 아닌 것(無記)의 세 가지 형태로 받게 된다. 악한 업은 보통 10악업이라 하여 몸의 행위(살생, 도둑질, 음행), 말의 행위(거짓말, 이간질, 험담, 교언), 뜻의 행위(탐욕, 분노, 어리석음)가 있고, 10선업은 이 악업을 행하지 않는 것이다. 즉 적극이 아니라 소극적인 의미의 선업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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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lla dies sine linea_찾았다 내 취향What am I doing? 2024. 11. 25. 22:41
1. 찾았다 내 취향(1) - 좋아하는 클래식 음악가들 명단 공개스트라빈스키, 하차투리안, 프로코피에프 등의 러시아 음악가들, 멘델스존, 드보르작, 라벨, 드뷔시차이코프스키는 그 변화무쌍함과 재미, 무게감에도 불구하고 호두까기 인형 때문에 진부하다는 느낌이 있다. 지나치게 알려진 것이 오히려 발목을 잡은 것이랄까.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협주곡 1번은 주제가 분절되어 파사드가 통일되지 않은 건축물을 보는 기분이다. 그리고 이것이 딱 내 취향.하차투리안과 프로코피에프는 발레 조곡이나, 곡 전체로나 내가 엄청 좋아하는 발레곡의 작곡가들. 프로코피에프의 발레 대표곡은 로미오와 줄리엣, 신데렐라, 석화인데, 앞의 두 작품도 좋아히지만, 석화는 진짜 완전 내 취향. 그런데 앞의 두 곡은 발레 공연을 다 봤는데, 석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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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항저우] 주말 2박3일 친구 방문 (`24. 1. 5.~7.) ③여행/중국 2024. 11. 24. 15:39
항저우의 서호에는 서호10경이라는 것이 있다. 소제춘효(蘇堤春曉), 곡원풍하(曲院風荷), 평호추월(平湖秋月), 단교잔설(斷橋殘雪), 뇌봉석조(雷峰夕照), 쌍봉삽운(雙峰插雲), 유랑문앵(柳浪聞鶯), 화항관어(花港觀魚), 삼담인월(三潭印月), 남병만종(南屏晚鐘)가 그것인데, 실제 관광지로 조성되어 있기는 10경도 있고, 버드나무에서 꾀꼬리 새 소리를 듣거나(유랑문앵), 평평한 호수에 뜬 가을 달(평호추월)처럼 계절과 하루의 시간, 유희를 즐기는 것이 있다. 이어서 올라간 곳은 뇌봉탑이다. 올라가기 전에 금강산식후경을 한다면서 단황숙을 먹고, 한 층씩 올라가기 시작했다.뇌봉탑은 10세기 후반에 세워졌으나 여러 차례 훼손 되었다가 복원되었다. 탑의 1, 층에 전시실이 있는데 여기에서는 복원하면서 출토된 다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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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lla dies sine linea - 잃었다What am I doing? 2024. 11. 23. 20:47
1. 잃었다(1)피아노 치는 방법을. 매일 해금을 하다 보니 다른 악기를 연습할 시간이 없다. 문득 피아노가 치고 싶어서 악보까지 새로 구해놨는데 막상 치려니 어렵다. 몇 십 년을 쳐놓고도 몇 달 손 놨다가 이렇게 깜깜해지다니 머리에 문제가 있는 것인가. 더불어 기타 치는 능력도 잃었다. 2. 잃었다(2)친구 집에 놀러갔는데 최근 무슨 빅데이터 전문가 과정을 이수했다고 하면서 코드 짠 것을 보여주는데, 파이썬 가물가물하다. 그래도 한 때 꾸준히 했는데. 파이썬은 물론이고, 모스부호에, 러시아어, 아랍어, 라틴어 같이 기초만 깔짝 거린 것들은 다 잊었다. 오래 할 거 아니면 아예 안 하는 게 차라리 낫겠다. 3. 잃었다(3)꾀꼬리 같은 목소리. 8월, 기침감기에 걸렸는데 하나도 아프지 않은 상태로 한 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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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lla dies sine linea-어떤 근면함What am I doing? 2024. 11. 22. 22:50
1. 직접 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는 것뭇사람들은 실제로 모나리자를 보면 굉장히 실망한다고 한다. 그 위명에 비해 엄청난 인파를 헤치고 보면 굉장히 작은 그림이기 때문이다. 나는 모나리자를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이와는 반대로 책에서 봤을 때는 그냥 저 사조 이러면서 별 느낌이 없다가 직접 보고 굉장히 놀란 그림이 있다. 피사로였나, 쇠라였나, 시냑이었나. 아마 쇠라일 것이다. art institute of chiago일 것 같으니. 하여튼 어떤 미술관에 갔는데 벽면 하나를 가득 채운 점들의 향연을 보고 기함을 했다. 뭔가 예술성, 혹은 그 안에 담긴 미학적 함의를 차치하고서도 대단한 근면성이 느껴진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점묘화의 대표주자 쇠라는 요절했다고 들었는데 그 크기를 보니 작품활동이 그의 생명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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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국립신미술관] 타나미 케이치(田名網敬一) 전시회오덕기(五德記)/음악_공연 2024. 11. 21. 21:41
도쿄에 사는 베프를 방문했다. 나의 지독한 무계획에 친구는 불안해했고, 친구의 불안함에 떠밀려 결정한 곳은 국립신미술관이었다.어떤 전시를 하는지에 대한 정보는 없었지만, 현대카드 혜택이 국립신미술관 입장권을 무료로 주는 것이었다. 그래서 카드를 챙겨갔는데, 그런 것은 필요 없고 앱카드로 인증을 하면 되었다. 티켓이 2천엔(약 18000원) 정도였는데 돈 내고 봤어도 아깝지 않을 어마어마한 전시회였다. 국립서양미술관 표도 무료로 제공했는데 여기에서도 꽤 재미있는 전시 중이라 못 간 것이 후회되었고.표를 받은 후 친구와 나는 누가 봐도 너무나도 화려한 전시관으로 향했다. 전시회명은 '타나미 케이치: 기억의 모험'이었다. 둘 다 누군지 모르는 작가였는데, 전시관에 입장하자마자 압도되었다. 시작은 미디어아트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