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치는 중/가르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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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머리의 아이가르치는 중/가르치니까 2009. 2. 6. 05:56
이걸로 세 학기 째 강의. 수업에 대한 압박에는 익숙해질만도 한데, 절대로 익숙해지지 않는 영어 때문에 아이들이 날 싫어하지는 않을까 나도 모르게 위축되곤 한다. 첫번째 학기는 최고로 어리버리했지만, 계절학기의 특성이랄까, 아이들도 그다지 많지 않고, 여름방학에도 열외의 돈을 내서라도 학점을 따겠다는 공부에 대한 열의가 있는 애들이 대부분이었다. 나도 아이들 이름 다 외우고, 숙제 안 내면 내라고 보채기까지 하는 둥, 애들 하나하나에게 관심을 보였고, 자유롭게 방임하는 미국적 풍토에서 자라난 아이들은 내가 이렇게 챙기자 오히려 고마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덕분에 강의평가란에도 재밌었다고, 많이 알게 되었다고, 그리고 자신감 가지라는, 그거 하나면 된다고 응원하는 글들이 많아서 뭐랄까 약간 부끄럽기도 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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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버리 대마왕가르치는 중/가르치니까 2009. 1. 22. 18:37
오늘 수업시간에 생쑈를 했다. 강의록을 넘기다가 교탁과 연결된 터치스크린을 잘못 눌렀는지 (아마도 help 버튼을 누른 듯) 열심히 강의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what can I do for you?" "Do you have a problem?" 뭐 이런 식의 말들이 터치스크린을 통해서 들리는 거다. 완전 당황해서 이거 머야... 벙쪄있었다. 아마도 av-equipment service를 담당하는 오피스와 연결되었나보다. 애들은 웃고 난리고 난 버튼을 잘못 눌렀다는 말 조차 생각이 안 나서 프라블럼 없다고 쏘리하다고 계속 이딴 소리만 했고, 결국 그쪽에서는 자신이 오해한 것 같다며 연결을 끊었다. -_-; 수업이 끝나고 애들 퀴즈 보고 있는데 난 그 사이에 노트북 챙기겠다고 스피커 볼륨을 최대로 한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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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우, 끝났다.가르치는 중/가르치니까 2008. 8. 12. 04:16
약 한달 하고 반 동안의 선생질이 끝났다. 더운 여름 동안 (한국에 비하면 가을이었지만 -_-;) 매일 같이 매달렸던 수업 준비와 일주일에 두 번 2시간 30분씩 꽉꽉 채웠던 수업 시간은 참으로 지난하고 힘들었는데 오늘 강의평가를 마지막으로 다 끝났다. ㅎㅎ (아, 수요일에 시험은 봐야쥐 -_-;) 사실 불법이지만 -_-; 애들에게 강의평가를 해서 봉투에 넣으라고 하고, 그것을 오피스에 갖다주는 와중에 어떻게 평가했나 잠깐 훑어봤다. 너무 궁금해서 참을 수가 있어야 말이지... 근데 대충 보니 5점 만점에 4나 5 점에 주루룩 분포되어 있는게 아닌가! (저번 학기, 내가 TA 했던 선생님들 보다 훨씬 평가가 좋더라 ㅠ.ㅠ) 나 완전 영어도 못하고, 수업 시간에 대본 읽고 있고, 어떤 때는 질문도 못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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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환점을 돌다 - 중간고사를 마치고가르치는 중/가르치니까 2008. 7. 24. 14:38
중간고사 기간은 이번 계절학기가 시작되면서 가장 기다렸던 시기이다. 학생들에게는 괴로운 때이겠지만, 선생에게는 강의 준비의 부담에서 잠깐이나마 벗어날 수 있는 꿀맛같은 휴식의 시간이 아니겠는가. 월요일 수업이 끝나자마자 차 빌려서 이사갈 집을 알아봤고,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계약까지 마치는 기민함을 유감없이 과시했다. 그런데 윈도우 다시 깔다가 실수로 내가 만든 mid-term study guide와 multiple choices가 날아가면서 오늘 새벽까지 열나게 시험 문제 만들어야 했다. 50문제의 true/false 문제와 multiple choices, 그리고 3개의 에세이 문제 만드는 데 장장 7시간 이상은 걸린 것 같다. (물론 수업 준비에 비하면 새발의 피이지만) 시험기간이 좋은 또다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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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수업가르치는 중/가르치니까 2008. 7. 1. 03:49
오늘은 introduction과 before history를 다뤘다. 시간이 많이 남을 줄 알고 걱정했는데, 시간이 의외로 부족해서 나중에는 막 띵기고 넘어가야했다. 10분이 남으니까 지쳐서 말도 하기 싫더라. ㅋㅋ 어떻게 요약해야 할지 정신이 아득. 맨 앞에서 열심히 고개 끄덕여 주는 넘은 좀 고맙고, 대답 잘 해주는 몇몇 넘들도 고맙다. 나중에 너무 말이 꼬여서 참으로 미안했다. 흑 저번 학기에 내 강의 드롭한 Eric은 다시와서도 언제나 그렇듯 쉬크하게 수업에는 관심이 없다. -_- 이넘 또 드롭하는 거 아닌가 멀라. ㅋㅋ 준비할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역시 introdution은 어려워. 내 영어는 더욱 구려졌고, 환풍기에서 나오는 소리는 annoying하고, 2시간 30분 동안 서 있었더니 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