學而時習之不亦悅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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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속의 철학자들> by 나가이 레이學而時習之不亦悅乎/기타등등 2025. 1. 7. 12:48
독서 모임에서 다음에 읽을 책을 정하기는 항상 난제이다. 누군가가 물속의 철학자들>를 수면 위로 올리며 괜찮겠어요? 하시길래 "물도 좋고, 철학자도 좋은데, 물속의 철학자라니 안 읽을 이유가 없네요"라고 응수했고, 그렇게 책이 정해졌다. 그러나 처음 몇 장을 펴들고는 자기 계발이라는 물에 철학이라는 감미료를 탄 책이 아닐지 걱정했다. 이런 책들이 가진 특유의 혀를 맴도는 메케한 뒷맛에 여러 번 당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물속의 철학자들>은 달랐다. 어느새인가 작가와 함께 물속에 들어가 수면에 굴절된 빛을 바라보는 철학자가 된 기분이 들었다. 읽기 쉽기에 가볍다고 느꼈을 뿐 품은 속뜻은 생각의 꼬리를 물게 하고, 때로는 끼쳐오는 울컥함을 느끼게 한다.흔히 철학이라고 하면 어마어마하게 거대한 용어와 구조에 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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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각하는 業說學而時習之不亦悅乎/기타등등 2024. 11. 26. 13:15
초기불교의 연기설에 입각한 '업설'은 인간의 고락은 인간이 쌓은 업으로 인한 과보와 관련되었다고 말한다. 즉, 만일 의지를 가지고 행한 업이 있으면, 삼세에 걸쳐 반드시 그 과보를 받게 되고, 그 의지를 가지고 행한 업이 아니면 과보를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선한 일을 하면 즐거운 과보를, 악한 일을 하면 고통스러운 과보를 받는다. 어떤 일이 발생했을 때 이 행위를 발생하게한 의지에 따라 좋고 나쁘거나, 혹은 선도 악도 아닌 것(無記)의 세 가지 형태로 받게 된다. 악한 업은 보통 10악업이라 하여 몸의 행위(살생, 도둑질, 음행), 말의 행위(거짓말, 이간질, 험담, 교언), 뜻의 행위(탐욕, 분노, 어리석음)가 있고, 10선업은 이 악업을 행하지 않는 것이다. 즉 적극이 아니라 소극적인 의미의 선업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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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최유준 <음악 문화와 감성 정치 - 근대의 음조와 그 타자>, 2011學而時習之不亦悅乎/문사철 2024. 11. 15. 17:01
최유준의 라는 책은 음악 형식이나 작품만을 논하는 음악 분석을 비판하고 음악을 사회나 문화 그리고 정치적 의미로 분석하기 위한 방법론을 제공하는 책이다. 조금 더 자세히 말하자면 언어학자이자 인류학자인 월터 옹(Walter J. Ong)의 가 제시한 구술성(orality)-문자성(literacy)-2차적 구술성(secondary orality)의 범주를 음악분석의 문화적 배경의 도구로 활용하여 음조의 다양성과 표준화 사이의 갈등이 근대의 문자성(literacy)와 밀접한 관련을 가졌다는 전제 하에 음악사의 큰 흐름을 해석하려는 시도이다. 최유준은 음악에서의 음조가 어떤 문화적 의미를 갖는가라는 질문으로 책을 시작한다. 우리는 노래를 들으면 바로 이 노래는 슬퍼, 어두워, 혹은 밝아, 즐거워라는 감정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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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에드워드 렐프(Edward Relph)의 <장소와 장소상실>(Place and Placelessness, 1976)學而時習之不亦悅乎/문사철 2024. 11. 13. 22:48
지리학자인 Edward Relph의 박사논문을 출판한 "장소와 장소상실"은 인간 존재의 근본적인 측면으로서의 장소를 분석한다.책 제목인 '장소'와 '장소상실'은 '장소와의 끊임없는 유대' vs '광범위한 획일화'를 뜻한다.여기에서 말하는 "장소(Place)"는 개인이나 공동체가 애착과 소속감을 가지는 중요성을 지닌 특정 위치를 의미한다. 조상 대대로 살아온 집일 수도 있고, 신성한 공간인 종교건축일 수도 있고, 아지트일 수도 있다. - 인간은 어쩔 수 없이 장소에 집착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존재이다. - 그러다보니 평생 고향을 그리워하며 사는 실향민도 있고, 터전을 잃지 않기 위해 목숨을 걸며 싸우는 사람도 있다. - 꼭 그런 거창한 상황이 아니더라도 학교 다닐 때 책상 가운데에 선을 긋고 넘어오면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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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어를 굳이 한자로學而時習之不亦悅乎/기타등등 2023. 5. 23. 23:55
시작은 단순했다. 누군가 점심에 복요리를 먹었다고 했고, 나는 점심부터 복어가 웬말이냐며 일단 저항했다. 생선을 굳이 돈을 내고 먹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가진(회 제외) 비린내에 취약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문득 복어의 한자가 궁금했다. 국어사전에는 복어의 복이 순수한글임을 표현했다. 일본어나 중국어 한자를 보니 하돈(河豚), 즉 하천의 돼지라고 불렀고, 일본어에서는 후구, 중국어로는 하돈을 그대로 쓰는 듯 싶었다. 그러다가 내 눈을 사로잡은 것은 바로 위키에 나오는 아래의 복어(鰒魚). 그런데 저 복자는 전복을 뜻한다. 전복은 한자로는 전복(全鰒)이라 하고, 자산어보에는 복어(鰒魚), 포어(鮑魚)라고 썼다. 중국 북송의 소동파는 전복을 좋아해서 이라는 시를 썼는데, 이것은 한국어로 보면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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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김연수 <이토록 평범한 미래>學而時習之不亦悅乎/기타등등 2023. 5. 8. 17:25
나는 좀처럼 소설은 읽지 않고 한국 소설은 더욱 즐기지 않는 편이다. 그럼에도 최근 한국 소설을 줄줄이 읽게 되었다. 즉 나의 의지에 반해서 읽게 된 책이라는 뜻이다. 김연수 김지연 정지아 최은영 2023.05.08 - [學而時習之不亦悅乎/기타등등] - [책] 김지연의 , 정지아의 , 최은영 김연수의 일전에 김연수가 쓴 이라는 책을 정말 재미있게 봤다. 블로그에 포스팅도 했을 정도로 말이다. 그래서 이 사람의 소설을 한번 읽어보고 싶었다. 그래서 고른 것이 이 단편집이었다. 2017.04.04 - [學而時習之不亦悅乎/기타등등] - [책] 소설가의 일 꽤 좋게 읽었지만, 읽는 내내 마음은 복잡했다. 그가 소설 속에서 그려낸 철학이 충분히 정제되지 않은 채 날 것 그대로의 꼴을 갖춘 채 내게 보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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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김지연 <마음에 없는 소리>, 정지아 <아버지의 해방일지>, 최은영 <밝은 밤>學而時習之不亦悅乎/기타등등 2023. 5. 8. 17:19
나는 좀처럼 소설은 읽지 않고 한국 소설은 더욱 즐기지 않는 편이다. 그럼에도 최근 한국 소설을 줄줄이 읽게 되었다. 즉 나의 의지에 반해서 읽게 된 책이라는 뜻이다. 김지연 정지아 최은영 김연수 2023.05.08 - [學而時習之不亦悅乎/기타등등] - [책] 김연수 김지연의 단편집 모음이었다. 현실성과 생활감이 돋보여서 마치 홍상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재미있게 읽기는 했지만 거기가 끝인. 나빴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런 류의 소설을 너무 오랜만에 읽어서 오히려 이질감도 느꼈다. 그 나이 또래, 혹은 그보다 젊은 여성들의 감성을 그득 담고 있었다. 다만 한국 남성을 비하하는 어휘를 반성적인 느낌도 없이 중립적으로 사용했는데, 굳이 이런 거 넣었어야 했나 싶다. 책에서 얘기된 라는 책에 꽂혀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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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전국축제자랑> 울다 웃다 뇌내 축제의 현장學而時習之不亦悅乎/기타등등 2022. 11. 3. 12:31
책은 그냥 언제나 그렇듯 닥치는 대로 읽고 있다. 그다지 가까이하지 않는 문학 분야에서조차 노벨상 작가의 작품이나, 문학동네 신인상을 수상한 소설책도 읽어봤다. 그런데 요즘 날 감동과 웃음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책은 이렇게 굵직굵직한 상을 받은 책이 아니다. 바로 이름도 거룩한 이다. 그냥 평이한 억양으로 제목을 읽으면 맛이 안 산다. 전국-, 축제 자라앙! 뭐 이 정도로 읽어야 되지 않을까. 글쟁이 부부인 김혼비 씨와 박태하 씨가 손 잡고 만들어 낸 한국의 축제 탐방기이다. 그야말로 얻어걸린 책이었다. 도서관 반납을 앞두고 카페에서 읽었다. 가끔 엄청 웃긴 것을 밖에서 보면 소리는 못 내고 몸에 진동만 일으킬 때 있지 않은가. 지하철에서 나와 어깨를 맞댄 채 영상을 보다가 몸을 엄청 떨며 웃는 이에게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