學而時習之不亦悅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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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가라타니 고진의 『헌법의 무의식』學而時習之不亦悅乎/기타등등 2025. 4. 6. 22:20
가라타니 고진의 『헌법의 무의식』내게는 좋아하는 철학자 본진이 있다. 가라타니 고진, 발터 벤야민, 아베로에스, 이븐 칼둔 등이 그들이다. 세상에 많고도 많은 것이 철학자다 보니 본진을 뒤로하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이번에 다시 회귀했다. 그리하여 읽게 된 것이 『헌법의 무의식』.가라타니 고진은 이 책에서 철학자로서는 굉장히 쉬운 언어로 일본 헌법9조에 담긴 의미, 무의식 등을 분석한다. 나는 처음 제목에서보편적 의미의 헌법을 이야기한다고 여기고 펴들었는데, 알고보니 일본 헌법9조를 분석한 책이었다. 한국의 헌법9조도 모르는데, 일본의 헌법9조를 알 턱이 있는가. 그래서 급히 구글의 힘을 빌렸다. 정확히 말하면 나무위키. 第九條 日本國民は、正義と秩序を基調とする國際平󠄁和を誠實に希求し、國權の發動たる戰爭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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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김훈의 에세이집 『허송세월』學而時習之不亦悅乎/기타등등 2025. 4. 2. 10:22
에세이는 거의 읽지 않는 편이지만, 가끔 소설가의 에세이를 읽을 때면 사전지식이 아우러져서 그에 대한 평가에 드리워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김훈에 대해서는 놀랍게도 사전 지식이 거의 전무하였다. 소설을 읽지도 않았고, 『칼의 노래』라는 작품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시절 기자 출신 작가로 간결체를 주로 쓴다는 정보 정도가 내가 아는 전부였다. 그럼에도 독서모임에서 이 책으로 결정되었고, 덕분에 그의 글을 에세이로나마 접할 수 있게 되었다. 김훈의 글에는 비트겐슈타인 청년 시절의 언어관, 즉 "말로 할 수 없는 것은 해서는 안 된다"는 철학이 엿보인다. 하지만 그는 작가이기에 그 경계를 넘나든다. 때로는 이 언어관이 증폭되어 백마비마론(백마는 비마가 아니다) 같은 논리로 출몰한다. 그의 글이 단순한 서사를 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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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 아는 용어 (Soul Food & Comfort Food)學而時習之不亦悅乎/언어 2025. 3. 27. 13:04
'김치는 한국인의 소울푸드야', 혹은 '내 소울푸드는 엄마가 끓여주신 된장찌개'라고 표현을 쉽게 들을 수 있다. '추억의 음식',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 '마음에 위로를 가져다주는 음식' 등을 뜻하는 '소울푸드(Soul Food)'라는 말은 엄밀하게 말하면 잘못된 표현이다. Soul Food Soul Food는 어떤 특정 요리 군집을 가리킨다고 볼 수 있다. 미국 남부의 아프리칸 아메리칸의 전통 요리들, 주로 옥수수, 콩, 감자, 고기, 채소로 만든 프라이드치킨, 콜라드 그린, 검보, 맥앤치즈, 옥수수빵 등이 그것이다. 노예로 끌려온 흑인들이 제한된 재료로 최대한 자신들이 먹어왔던 음식을 구현하고자 노력했던 것을 의미한다. 소울푸드라는 용어는 1960년대 소울 음악의 부흥과 함께 사용되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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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속의 철학자들> by 나가이 레이學而時習之不亦悅乎/기타등등 2025. 1. 7. 12:48
독서 모임에서 다음에 읽을 책을 정하기는 항상 난제이다. 누군가가 물속의 철학자들>를 수면 위로 올리며 괜찮겠어요? 하시길래 "물도 좋고, 철학자도 좋은데, 물속의 철학자라니 안 읽을 이유가 없네요"라고 응수했고, 그렇게 책이 정해졌다. 그러나 처음 몇 장을 펴들고는 자기 계발이라는 물에 철학이라는 감미료를 탄 책이 아닐지 걱정했다. 이런 책들이 가진 특유의 혀를 맴도는 메케한 뒷맛에 여러 번 당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물속의 철학자들>은 달랐다. 어느새인가 작가와 함께 물속에 들어가 수면에 굴절된 빛을 바라보는 철학자가 된 기분이 들었다. 읽기 쉽기에 가볍다고 느꼈을 뿐 품은 속뜻은 생각의 꼬리를 물게 하고, 때로는 끼쳐오는 울컥함을 느끼게 한다.흔히 철학이라고 하면 어마어마하게 거대한 용어와 구조에 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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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각하는 業說學而時習之不亦悅乎/기타등등 2024. 11. 26. 13:15
초기불교의 연기설에 입각한 '업설'은 인간의 고락은 인간이 쌓은 업으로 인한 과보와 관련되었다고 말한다. 즉, 만일 의지를 가지고 행한 업이 있으면, 삼세에 걸쳐 반드시 그 과보를 받게 되고, 그 의지를 가지고 행한 업이 아니면 과보를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선한 일을 하면 즐거운 과보를, 악한 일을 하면 고통스러운 과보를 받는다. 어떤 일이 발생했을 때 이 행위를 발생하게한 의지에 따라 좋고 나쁘거나, 혹은 선도 악도 아닌 것(無記)의 세 가지 형태로 받게 된다. 악한 업은 보통 10악업이라 하여 몸의 행위(살생, 도둑질, 음행), 말의 행위(거짓말, 이간질, 험담, 교언), 뜻의 행위(탐욕, 분노, 어리석음)가 있고, 10선업은 이 악업을 행하지 않는 것이다. 즉 적극이 아니라 소극적인 의미의 선업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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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최유준 <음악 문화와 감성 정치 - 근대의 음조와 그 타자>, 2011學而時習之不亦悅乎/문사철 2024. 11. 15. 17:01
최유준의 라는 책은 음악 형식이나 작품만을 논하는 음악 분석을 비판하고 음악을 사회나 문화 그리고 정치적 의미로 분석하기 위한 방법론을 제공하는 책이다. 조금 더 자세히 말하자면 언어학자이자 인류학자인 월터 옹(Walter J. Ong)의 가 제시한 구술성(orality)-문자성(literacy)-2차적 구술성(secondary orality)의 범주를 음악분석의 문화적 배경의 도구로 활용하여 음조의 다양성과 표준화 사이의 갈등이 근대의 문자성(literacy)와 밀접한 관련을 가졌다는 전제 하에 음악사의 큰 흐름을 해석하려는 시도이다. 최유준은 음악에서의 음조가 어떤 문화적 의미를 갖는가라는 질문으로 책을 시작한다. 우리는 노래를 들으면 바로 이 노래는 슬퍼, 어두워, 혹은 밝아, 즐거워라는 감정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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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에드워드 렐프(Edward Relph)의 <장소와 장소상실>(Place and Placelessness, 1976)學而時習之不亦悅乎/문사철 2024. 11. 13. 22:48
지리학자인 Edward Relph의 박사논문을 출판한 "장소와 장소상실"은 인간 존재의 근본적인 측면으로서의 장소를 분석한다.책 제목인 '장소'와 '장소상실'은 '장소와의 끊임없는 유대' vs '광범위한 획일화'를 뜻한다.여기에서 말하는 "장소(Place)"는 개인이나 공동체가 애착과 소속감을 가지는 중요성을 지닌 특정 위치를 의미한다. 조상 대대로 살아온 집일 수도 있고, 신성한 공간인 종교건축일 수도 있고, 아지트일 수도 있다. - 인간은 어쩔 수 없이 장소에 집착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존재이다. - 그러다보니 평생 고향을 그리워하며 사는 실향민도 있고, 터전을 잃지 않기 위해 목숨을 걸며 싸우는 사람도 있다. - 꼭 그런 거창한 상황이 아니더라도 학교 다닐 때 책상 가운데에 선을 긋고 넘어오면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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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어를 굳이 한자로學而時習之不亦悅乎/기타등등 2023. 5. 23. 23:55
시작은 단순했다. 누군가 점심에 복요리를 먹었다고 했고, 나는 점심부터 복어가 웬말이냐며 일단 저항했다. 생선을 굳이 돈을 내고 먹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가진(회 제외) 비린내에 취약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문득 복어의 한자가 궁금했다. 국어사전에는 복어의 복이 순수한글임을 표현했다. 일본어나 중국어 한자를 보니 하돈(河豚), 즉 하천의 돼지라고 불렀고, 일본어에서는 후구, 중국어로는 하돈을 그대로 쓰는 듯 싶었다. 그러다가 내 눈을 사로잡은 것은 바로 위키에 나오는 아래의 복어(鰒魚). 그런데 저 복자는 전복을 뜻한다. 전복은 한자로는 전복(全鰒)이라 하고, 자산어보에는 복어(鰒魚), 포어(鮑魚)라고 썼다. 중국 북송의 소동파는 전복을 좋아해서 이라는 시를 썼는데, 이것은 한국어로 보면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