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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3.3.31~4.1) 1박 2일 파주 with 베프 (1)
    여행/우리나라 2024. 11. 20. 22:51

    원래는 이런 친구가 아니다. 그런데 갑자기 본인이 이번에 한국에 가면 서울 시내에서만 만나지 말고 근교로 나가자는 거다. 파주 정도가 어떻냐며. 그래서 그러자고 했다. 파주 지지향에서 일박을 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주변 사람들에게 파주에서 인기 있는 장소가 어디냐고 물었더니 몇 군데 가르쳐준다. 죄다 디저트 카페나 도너츠 집이긴 했지만 말이다. 자기들도 데려가라는 말과 함께. 난 아직 풍광이 좋은 곳에 위치하거나, 인테리어가 독특한 카페를 즐기는 편은 아니다. 아직이라는 단서를 붙인 것은 후에 즐길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서이다.

    금요일 오후 반차를 내고 친구를 뫼시러 달렸다. 우리 집에서 친구네 집까지 40분이면 도착하리라는 예상과 달리 오후 4시 강남지역은 교통 체증이 엄청났다. 9호선 라인을 따라 달리는데 출퇴근 시간만 혼잡한 게 아니라 요즘은 하루종일 이런 상태라고 한다. 신호등 한번 걸릴 때마다 도착예정시간이 늘어났다. 

    친구는 로밍도 안 하고 한국에 왔다. 길에서 만나기로 했다가 혹여나 못 만나는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해 아파트 주차장까지 모시러 들어갔다. 친구는 지하주차장이 더 복잡하다며 손사레를 쳤다. 사실 복잡하기는 했지만, 예전에 내가 살았던 아파트 주차장에 비하면 괜찮았다. 잠실의 엘O 아파트 지하주차장 안에서 빠져나오는데 30분 걸린 적이 있었다. 그 정도는 아니었다.

    친구 집 라인의 엘리베이터 문 앞에서 얌전히 기다리고 있자니, 친구가 거대한 보스턴 백을 들고 나타났다. 절대 1박2일용 짐이 아니다. 물론 나는 이유를 알고 있었다. 그렇게 바로 파주로 출발.

    상암에서 파주까지는 꽤 가깝다. 거의 직선코스로 달리다가 제일 처음으로 간 곳은 말똥도넛이다. 회사 동료가 가르쳐준 곳인데, 속칭 핫플이라고 들었다. 나는 도넛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지만, 일전에 랜디스 도넛은 꽤 맛있어서 놀랐었기에 이번에도 츄라이 츄라이. 이 정도 수준의 도넛을 기대했다. 그리고 말똥도넛은 공간이 재밌는 곳이었다.

    이어서 이동한 곳은 더티트렁크, 이곳도 지인의 추천으로 갔다. 파주 특유의 예쁜 공간을 가진 카페이다. 말똥도넛에서 산 도넛과 함께 먹었다. 이곳에서 친구와 한참 동안 수다를 떨었다. 2층 빈티지한 테이블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던 그 모습이 아직도 떠오른다.

    저녁을 먹으러 원래 가려던 곳은 삼학산도토리국수 본점이었다. 그런데 여기가 문을 엄청 일찍 닫는다. 급히 옆에 있는 삼학산두부마을로 이동했다. 나름 허영만의 백반기행에 나온 음식점이란다. 이 동네 음식점이 워낙 문을 일찍 닫아서 저녁을 먹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이긴 하지만, 음식은 평범했다. 후일담을 더한다면, 다음날도 허영만 백반기행에 나온 음식점에 갔고, 그 이후에도 역시나 같은 방송에 나온 음식점에 갔었는데, 세 번만에 허영만 님과 나는 전혀 다른 입맛의 소유자임을 깨달았다. 

    지지향은 아주 예전에 다른 친구와 묵은 적이 있고, 이번이 두번 째이다. 지지향에 머무는 투숙객을 위한 도서관도 있고, 여러모로 내가 마음에 들어했던 숙소이다. 한밤중에도 책이 가득한 곳에서 머물 수 있다니, 환장할만한 공간이다.  이것도 최근에 알았지만, 경기도 파주에서 작가들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그들에게 제공되는 숙소가 지지향이란다. 이제부터 작품을 써야겠다. ㅋㅋㅋㅋ

    친구의 거대한 보스톤 백에는 내게 선물로 주려는 가방이 무려 4개가 들어있었다. 오로지 에코백과 백팩으로 연명하는 내게 이런 트렌디한 가죽 가방이라니. 호화롭도다. 요즘도 돌아가면서 잘 들고 있다. 우리 둘은 근처의 편의점에서 맥주와 간단한 안주를 사다가 숙소에서 한 캔씩 마시며 또다시 수다를 떨고, 책도 읽으며 1시 넘어서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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