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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지우 - 버라이어티 쇼, 1984
    學而時習之不亦悅乎/기타등등 2009. 5. 14. 14:24
    1. 대학 들어가고, 여느 새내기 마냥 이곳 저곳 동아리 방을 기웃거렸다. 영어 동아리, 천체관측 동아리 등을 돌아다녔으나 최종적으로 낙찰된 곳은 문학회. 내가 문학동아리를 들어간다고 하자 고등학교 때 친구들은 "무협지 보는 문학 동아리냐"며 비웃었다.

    2. 문학회에 들어가서 이런저런 시집과 소설 등을 읽으면서 창작 활동을 했는데, 내 고등학교 친구들 눈이 정확하다는 것을 깨우쳤다. 난 무협지가 쓰고 싶었던 것이다.

    3. 최근 심한 두통으로 토악질을 해대는데 생각나는 시가 있었다. 시 내용은 기억이 나는데, 작가 이름은 "황"씨 였다는 것 밖에 기억이 안 나더라.

    4. 황석영이 요즘 욕을 거나하게 드시는 것을 보고, 그 시인이 황석영이었나? 하면서 찾아보니 소설가. -_-; 요즘 이름을 심각하게 기억을 못한다. 사실 황석영 이야기가 나오길래 처음에는 황장엽인 줄 알았다가, 진중권 글을 보고 나서야 문인임을 알았다. -_-;;;

    5. 그 시를 기억해야 했다. 시인 이름 없이는 찾을 수 없을 것 같아 친구에게 물었다. 아주 유명한 황씨 시인이며 서울대를 나왔다가 키워드였다. 내 친구는 다른 친구에게 수소문하더니 혹시 황지우냐고 하더라.

    6. 황지우인가? 여전히 확실치 않다가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라는 시집을 보고 기억나버렸다. 나 이 시집 읽었었다. 더불어 다른 시집도... 그리고 그 시는 "황지우와 버스 좌석"으로 검색하니 나왔다. 제목은 <버라이어티 쇼, 1984>

    7. 세상은 요지경. 1984년인데, 2009년에도 맞아들어가는 듯?

    8. 즐감하세요.


    버라이어티 쇼, 1984

     

    황지우

     

     

      저 새끼가 죽을라고 환장을 했나, 야 새끼야 눈깔을 엇다 뜨고 다녀?/뭐 새끼야이 새끼가 엇다 대고 새끼야 새끼야 나발까는 거야좌회전 차선에서 영업용 택시 운전수와 자가용 운전자(ah, he owns a Mark V GXL Ford)가 손가락을 하늘로 찔러대면서 악쓴다.

      하늘 높이, 아니 하늘 높은 줄 모르게, 교회 첨탑이 솟아 있다빨간 네온사인 십자가가 빨간 네온사인의 <영동 카바레> 위에 켜져 있다무슨 통신사 안테나 탑 같은 게……, 늦은 밤까지 어떤 썩을 놈의 영혼들과 교신 중인지.

      못 믿겠어그들의 <약속의 땅>으로는 들어가지 않겠어침략자들 !

      노래야 나오너라 궁자작 짝짝/안 나오면 쳐들어간다 궁자작 짝짝/엽저언 여얼 다앗냐앙

      나의, 문학, 행위는 답이 아니라, 물음이, , 없는 질문이, 며 덧 없는, , 문이, , 없는 의혹이, 며 회의이며……끝없는의혹이며회의일까 ?

      그대의 의혹과 회의를 축하합니다(풍자적으로)―제12회 상록수 문학상 수상식에서. 이상하다. 그녀는 이 말이 전혀 진심으로 오지 않는다꽃다발을 받고 원로 문인들과 기념촬영도 하고 신문사에서 인터뷰도 따가고 했는데도 그 여류시인은 집으로 돌아올 때는 공허해서 미칠 것만 같았다강간당하고 온 기분이었다.

      미스 리는 옷을 홀라당 벗고 먼저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창 틈의 아침 햇살이여환한 먼지들이여환멸이여, 환멸이여. 죽고 싶도록, 죽이고 싶도록!

      오늘 아침 버스를 타는데, 뒤에서 두번째 오른쪽 좌석에 누군가 한 상 걸게 게워낸 자국이 질펀하게 깔려 있었다사람들은 거기에 서로 먼저 앉으려다 소스라치면서 달아났다거기에는, 밥알 55%, 김치 찌꺼기 15%, 콩나물 대가리 10%, 두부 알갱이 7%, 달걀 후라이 노른자위 흰자위 5%, 고춧가루 5%, 기타 3% 순으로.

      천지신명이시여, 이게 우리의 지상의 양식이랍니다퍼부어주세요퍼먹여주세요.

      그러면 농수산부장관, 나와서 답변하시오도대체 추곡수매가를 인상 못 하는 이유가 머시요? 이제 와서 어디다 안면 내세울 것도 없는 국민당의 ㄱ의원이 단상을 치고 핏대를 세우고 아무리 언성을 높여 보이, 농촌은 그들의 과거이고.

      ! 그렇다고 이렇게 놔두면 어떡허니뒤에서 두번째 왼쪽 좌석에 앉은 40대 중년신사가 다소 신경질적으로 언성을 높인다답변 대신, 안내양은 뒤에서 두번째 오른쪽 그 자리를 신문지로 덮어두고만 간다.

     

    시위 서울大生 4명 구속 : 서울 관악경찰서는 15일 교내에서 시위를 주도한 서울大 4년 金영수(22. 수학과) 李혜자(21. 생물학과) 許熙暎(23. 신방과) 신윤호(22. 지리학과) 4명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위반행위로 구속했다金군 등은 지난 11일 상오 1 40분쯤 도서관과 학생식당 주변에서 「민주학우투쟁선언문」이라는 反정부유인물 1천여 장을 뿌리며 시위를 주동한 혐의다.

     

      아버지, 어머니, 죄송합니다그 맨가슴에다 못을 박습니다.

      거봐! 그러니까 내가 뭐래든.

      이번 대형금융부정사건은 정부 고위층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검찰총장이 발표한 이상, 이번 대형금융부정 사건은 정부 고위층과 아무런 관련이 없

      ?

      이런 부호 하나 찍을 줄 모르는 신문이 新聞이냐? 官報냐?

      뭐 말이 많아, 짜식들 말야! 조져! 무조건 먼저 조져놓구 보라구!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는 얼굴 한번 움직이지 않고 소리로만 웃는다 철가면 철면피.

      40 넘은 어느 영화감독이 여중 2학년짜리를 임신시킨 일이 있었잖아―야아, 그게 그 속에 어떻게 들어갔을까? 들어갈 수 있었을까?

      모든 현실은 지옥이다그때마다.

      특히, 3세계 新生國들 가운데 일반화되었던 <일당독재현상>은 그들의 反식민주의∙反제국주의 투쟁의 역사 위에서 정당화될 수 있다, 없다, 있다, 없다, 그렇다 없다, 아니다 있다, ……

      어제, 한국정신문화연구원에서 주최한 某세미나에 패널 토론자로서 5人의 국립대학교수들이 참석했다.

      대학병원 정신병동 창가―붉은 제라늄이 피었다가 팍 사그라든다(FO). 이 세상의, 아무리 하찮은 꽃일지라도, 거기에는 어떤 정신 같은 것, 혹은 어떤 정령 같은 것이 있을 것이다붉은 제라늄에게는 붉은 제라늄의 정신, 혹은 붉은 제라늄의 정령이 있을 것이다.

      정신 좋아하시네무슨 얼어죽을 정신이냐, 정신이긴.

      박노석. 23선반공월수입 10만 원그는 기름 묻은 손으로 고구마덴뿌라를 집어먹는다그의 손톱에 까만 때가 끼여 있었다그것이, 그것을 바라보고 있던 이선영(21. 梨大. 식품영양학과 3)에게 혐오감을 주었다튀김집 아줌마가 새 튀김을 가져다줄 때까지 박노석은 뎀뿌라를 어그적어그적 씹으면서, 여대생으로 보이는 그 여자를 뚫어지게 꼬나보았다이선영은 기분이 완전히, 잡쳐버렸다금방 씹어 먹을 것 같은 그의 적의어린 시선 앞에 자기 몸이 구석구석 남김없이, 속속들이, 발가벗겨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20년 후―에도 그의 아들이 그녀의 딸을 그렇게 만날까?

      수퍼마켓 양쪽 벽이 다 거울이다한쪽 거울이 다른 쪽 거울을 감시하고 다른 쪽 거울은 감시하는 한쪽 거울을 감시하고 한쪽 거울은 또또 그것을 감시하고 또또또 감시하고……


    臨濟스님은 禪床에 앉았다가 내려와서 한 손으로 坐見을 거두어 들고 다른 한 손으로 麻谷스님을 잡고서 물었다. "十二面觀音은 어디로 갔니? " 麻谷스님이 몸을 돌려 繩床에 앉으려고 했다. 臨濟스님은 柱杖子를 잡고 그대로 후려갈겼다. 麻谷스님도 그것을 맞잡은 채 서로 붙잡고서 方丈으로 들어갔다.


      지하철 공사장 입구에 자동인형인간이 붉은 손전등을 좌우로 흔들고 있다 11시가 넘도록 하염없이 좌우로 흔들고 있다공사중추락주의지하 20M

      어느 날 어느 때를 위해 지상의 삶을 일체 지하로 대피시키도록!

      이건 하나의 가정인데요, 만약, 만약에 말임다, 내가 이 말을 끝내자마자, 지금 당장 핵폭탄이 서울 상공에 떨어진다면 그때, 당신은 어떻게 행동하시겠습니까 ?

      예비군 훈련 때 배운 대로 화생방 수칙을 지키겠다.

      가만히 앉아 있겠다.

      기도를 해본다.

      <내일 지구가 망한다고 하더라도 오늘 나는 한 그루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심정으로 면도를 한다.

      속옷을 갈아입는다.

      부모님 계신 고향을 향해 절을 한다.

      새끼들을 껴안겠다.

      꼬불쳐둔 양주를 마신다.

      마누라랑 최후로 한 코 하겠다.

      그렇다면 핵이 귀하의 상공에 적재되어 있다는 사실을 귀하는 알고 계십니까?

      날이면 날마다 밤이면 밤마다 그걸 알면서도 모르면서, 모르면서도 알면서, 알면서도 말 못 하면서, 끈덕지게 달라붙어서 진물을 빨고 있는 1천만 마리의 딱정벌레들날마다밤마다화염 아래의 눈먼 삶가련한, 가련한, 아 가련한

      우리가 모두 한꺼번에 죽는다면 우리에게, 죽음은 없다.

      20대 여인의 등에 업힌, 생후 3개월짜리 갓난아이를, 젊은 탁발승이 경멸적인 눈꼬리로 쏘아보고 있었다욕정의 더러운사타구니에서 연꽃처럼 화사하게 피어난 사람의 애벌레갓난아이는 세상 모르게, 세상을 두리번 거린다(1984. 1. 31. 강남 터미널 귀성객 대열에서전주행 차를 기다리면서).

      그러나 바로 그 欲정이 인類를 떠받치고 있어.

      鍾三피카디리 극장 간판에는 유명한 우리나라 여배우가 노골적으로 가랑이를 짜악 벌리고 있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 3개월 간우측 하단에는 그녀가 벌거벗은 남자의 상체를 끌어안고 요동치는 씬도 있다눈을 감고 입을 쩌억 벌리고 헐떡거리며 신음을 쾍쾍 지르며한 시대의 삶과 문화 전체가 포르노그라프일 때 우리가 식은 새벽 방바닥에 엎드려 시를 쓰는 이것은 무슨 짓이냐무슨 짓거리냐?

      헬스 클럽의 석유난로 하나가 호텔 한 채를 새까맣게 태워먹고, 7 8층 창가에서 서로 모르는 선남선녀가 헬기 구명 로프를 잡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줄을 잡고 가다가 공중에서 떨어져 죽고, 구경꾼들은 그것을 구경하고, 9 10층에서는 무더기로 엉켜서 사람들이 타 죽어 있고.

      야 사람 뒈지는 것 한두 번 봤냐? , 30명밖에 안 돼잖아.

      그러나 소설가 김원우 씨는 나와 술 마시면서, 한국 중산층들은 절대, 통일을 원치 않는다고 단언하고.

      이산가족들은 상봉 후 다시 뿔뿔이 이산하고.

      세월이 원통하다! 세월이 원통해! 세월이 원통! 그 세월이! 원통! 원통해이가 갈리도록.

      <난 공산당이 싫어요>라는 말을 남기고 죽은 그 어린이는 어느 한적한 시골 국민학교 교정에 동상으로 서 있고.

      출근시간―횡단보도에 구청 직원들, 근처 은행원들, 동사무소 직원들이 <거리질서 확립> 캠페인 띠를 가슴에 두르고 혹은 그런 피켓을 들고 서 있고.

      질서의 저 끝은 궁극적으로 칼 끝에 닿아 있고.

      선진이라는 이름의 끝없는 행진.

      근처 국민학교 어린이들이 황색기를 들고, 마구 건너가려는 행인들을 저지한다.

      제지당한다모든 관공서, 모든 학교, 모든 군관민 직장에서십칠시 정각에 전국적으로 동시에 국기 하기식이 실시되고, 무심코 지나가던 보행자도 황급히 서서 보이지 않는 국기를 향해 경례한다중고등학교 학생들은 원기왕성하게, 군기가 꽉 들어서 거수경례를 하고.

      이런 모습을, <1984 BIG BROTHER>께서 보시면서 하시는 말씀 : 「보기에 좋더라」



    <구반포 상가를 걸어가는 낙타> 에서


사고전서의 옳게 치우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