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이슬람에 대해서 1
    學而時習之不亦悅乎/기타등등 2009. 2. 23. 17:00


    얼마전에 이슬람 학생회에서 주도한 이슬람에 관한 강연회에 갔다 왔다. 강연자 이름은 너무 길어서 까먹었는데, 미국에서 태어난 그는 1996년인가 회심하여 지금은 열정적인 무슬림이 되었다고 하더라.

    나는 평소 이슬람 자체에 대한 선입관은 없다고 믿어왔었는데도 불구하고, 이 강연회에 참석하기에 앞서, 얼굴을 베일로 가려야 하나 -_-; 나 혼자 얼굴 내놓고 있는 여자 아닌가, 동양인이라 너무 눈에 띄지 않을까 하는 걱정 아닌 걱정을 했었다. 그러나 도착해보니, 이건 무슨 호텔 결혼식 수준으로 테이블 셋팅이 되어있고, 서버들까지 동원되어 있는 호화로운 분위기라 깜짝 놀랬다. 참석한 사람들도 몇백명이나 되고 말이다. 여지없는 기우였다.

    식전에 앞서 이슬람에 대한 브로셔등을 읽어보고, 포스터 등을 보면서 이쪽 문화에 대한 이해를 도모하였고, 기도문 낭송이라던가, 교리 설파, 그리고 수십명의 이슬람 교도들이 기도하는 모습을 본 후에 강연이 시작되었다.

    강연자는 미국 사람 치고는 드물게 우렁차게 강의하는 사람이었다. (마이크 터지는 줄 알았음) 상당히 웃긴 양반이었는데, 가장 기억나는 이야기는 이슬람과 무슬림을 혼동하지 말라면서 한 얘기였다. 즉, 이슬람은 종교와 문화를 통칭하는 이야기이고, 무슬림은 이슬람을 믿는 사람인데, 그것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당신 이슬람이요?" 라고 묻는댄다. 그러면 "아, 그러면 당신은 민주주의요?"라고 되묻는다 해서 잠시 포복절도 했다.

    강연 내내 나는 '선입관'과 '선입관'이 계속해서 충돌하는 듯한 묘한 감정을 느꼈다. 예를 들어 이슬람에 대한 가장 깊은 선입관 중 하나는 여성에 대한 극심한 차별이리라. 그러나 무슬림의 주장은 이슬람은 여와 남에게 모두 평등한 종교라는 거다. 종교 자체가 가지고 있는 특성과 이것이 사회에 투영되면서 보이는 현상적인 특성을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 강연자의 요지인데 먼저 이 부분에 대해서는 동의한다. 이슬람 교리 자체가 여와 남의 평등을 주장한다고 해도, 그 교리는 습합되는 사회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띄고, 그 사회의 남녀차별이 심각할 경우 종교의 양태도 변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교리적인 측면에서 강연자가 제시한 여와 남의 평등하다는 근거도 내게는 박약하기 그지없었다. 가장 눈에 띄는 여와 남의 평등하다는 근거는 '모성' 의 중요성에 대한 강조와 기독교에서 드러나는 여성에 대한 배타성이 절제되어 있다는 거였다. 그런데 '어머니'는 여성의 한 부분이지 모든 여성을 대표하는 요소는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근거는-적어도 내게는-전혀 타당한 근거가 아니었으며, 기독교에서의 여성의 위치에 대한 비판은, 기독교가 가지고 있는 잘못이지, 그 잘못을 이슬람이 좀 덜 가지고 있다고 해서, 비난에 대한 면죄부를 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이 이야기는 뒤에 '이슬람에서의 여성'이라는 파트에서 자세히 다뤄볼까 한다.)

    또하나, 이슬람 교리에서, 부정적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부정적으로 여겨지는 것이 바로 하루 대여섯 번의 기도일게다. 이슬람 교리에는 소위 "다섯 개의 기둥"이라 하여 무슬림들이 반드시 지켜야 할 계율이 있다. 그 중 하나가 하루 다섯 번의 기도이다. 자친께서는 내가 이슬람 강연회에 참석한다고 하자, 혹여나 내가 이슬람으로 회심할 것을 걱정하여 가장 먼저 하신 말씀이 "그거 하루 다섯 번씩 기도하는데 귀찮아~"였다. 많은 사람들이 같은 반응이다. 하루에 다섯 번씩 기도하는 거 무지 귀찮지 않냐고. 그런데 이슬람 교리는 하루 다섯 번의 기도를 포함한 "다섯 개의 기둥"이라는 계율을 엄격히 지키면 구원 받을 수 있다는 강한 믿음을 바탕으로 이루어져있다. 불교에서는 불제자가 300 가지가 넘는 계율을 다 지킨다고 해도 부처가 될 보장이 없으며, 개신교에서는 예정설이라 내가 구원 받을지 못 받을지 확신이 없으며(물론 한국의 개신교는 믿으면 천국 간다지만...), 루터교에서도 오직 신앙이라고 주장하지만, 어느정도의 신앙을 일컬음인지 알 수 없고, 천주교에서는 신앙과 선행을 통해 구원 받을 수 있다고 하는데, 과연 어느 정도의 신앙이고, 어느 정도의 선행인지에 대한 기준이 없다. (각 종교에 대해 상당히 간략하게 말했으므로 오해가 없길 바란다) 이런 여타 종교에 비해 이슬람은 간략하다고 할 수 있다. 즉, 다섯 개의 기둥을 지켜라.
    과연 어느 쪽이 귀찮은 것인지는 각자의 판단에 맡기는 바이다.

    위에서 말한 정도가 하루 다섯 번의 기도에 대한 내 이해였다치면, 강연자들은 또다른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하루 다섯 번의 기도를 통해서 사람은 직접적으로 신과 연결되며, 이것을 통해 자신에게 자양분을 준다는 거다. (영적으로 충만하다고 표현하면 될까?) 강연자는, 미국 사람 평균 하루에 16번을 먹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는데, 그들 아무도 내가 이번에 먹는 구나, 또 먹는 구나, 하면서 하루에 16번이라는 횟수를 세지 않는다고 한다. 자신을 영적으로 충만하게 하는 행위에 대해 다섯 번이네, 여섯 번이네, 너무 많네 하는 것은 얼토당토 하지 않다는 것이 그의 말이었다. 하여, 하루 다섯 번의 기도는 무슬림에게 있어 대단히 의미있는 행위이자 의무이며, 신과 일체가 됨으로써 자신의 정신에 영양분을 주는 밥 먹는 기회이기도 하다고 볼 수 있으니 이걸 귀찮다고는 할 수 없으리라.

    하여튼, 이번 강연회를 계기로 나는 이슬람에 대해서 쉽게 찬찬히 정리하려고 한다. (아직 상청파도 못 끝냈으면서 ㅠ.ㅠ)
    http://discoverislam.com/
    이 사이트에 나와있는 포스터를 찬찬히 번역하고 평을 할 계획인데 아마 중도에 그만둘 확률이 99.9%이다. -_-;
    어찌되었던 내 작은 노력이 이슬람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킬 수 있는 자그마한 단초를 마련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난 싫던 좋던간에 종교가 가지고 있는 힘을 신뢰하며, 각 종교가 제시하는 진리에 대해 매우 흥미가 있다. 따라서 이슬람에 대한 접근은 학리적 분야에 머무를 것이다. (가끔 성질 나오겠지만)

    그리고 혹시나 걱정하실 어머니를 위해서; 나는 일신교는 체질이 안 맞아 무슬림 될 확률이 제로이니 걱정하지 마세요.


    내가 좋아하는 모스크, Djenne, Mali


    '學而時習之不亦悅乎 > 기타등등'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문예 사조  (0) 2009.03.09
      (0) 2009.02.20
      (0) 2009.02.13
사고전서의 옳게 치우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