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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페인 Day 2(3) - 사그라다 파밀리아 야경, 까딸루냐 음악당 공연
    여행/스페인-포르투갈 2016. 10. 25. 14:53

    성가족 성당 Sagrada Familia

    사그라다 파밀리아 지하철역에서 나왔을 때에는 이미 주변이 약간 어둑어둑한 상태였는데 순간 뒤를 돌아보고 탄성-혹은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뵈클린의 '죽음의 섬'이 연상되는 기괴함, 섬뜩함, 장대함이 한 데 어우러진 지옥문이 녹아흐르는 것 같다. 아직 조명을 밝히지 않은 어둠 속의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성당이라기 보다는 주변에 박쥐가 날아다니면 더 어울릴 듯한 마왕의 성같은 비주얼을 하고 있었다. 한바퀴 돌아 반대편으로 가니 가우디가 만든 탄생 파사드와는 다른 수난 파사드가 보였다. 이때쯤에는 야간의 조명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수난 파사드는 뭔가 깔끔하고 쌈박한 느낌이 든다. 가우디의 탄생문보다 마음에는 더 들었는데 맨 처음 접한 사그라다 파밀리아가 이쪽 수난문이었다면 이 정도의 충격은 아니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외관을 돌아본 후, 우리는 근처 공원의 연못 쪽으로 갔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모습이 일품이라고 듣던 차였다. 물에 비친 성당을 보면서 나는 계속 무영탑을 이야기 했고 친구는 경주의 유적을 바르셀로나까지 끌고 오지 말라며 타박했다. 어쨌든 놓쳐서는 안 되는 성당 관람지점(? viewpoint)이다.




    까딸루냐 음악당 Palau de la Música Catalana

    이후 우리는 택시를 타고 오늘의 마지막 일정인 까딸루냐 음악당으로 향하였다. 나는 원래 이곳에 관심이 없었는데 친구가 이 음악당을 궁금해했다. 가이드 투어를 알아봤는데 시간도 잘 안 맞고 나는 이왕 음악당을 구경한다면 공연을 구경하는 것이 어떨까 하고 공연 일정을 찾아봤다. 마침 우리가 가는 날 Gran Gala Flamenco 공연이 있었다. 가이드 투어와도 가격 차이가 많이 나지 않아서 우리는 공연을 보기로 결정한 차였다.


    공연티켓은 한국에서부터 프린트도 해가고 모바일 파일로도 준비하였다. 사람들은 무질서하게 서 있다가 마구 입장하였고 우리도 같이 휩쓸려 들어갔다. 공연 시작 20분 정도 전에 입장을 했었고 우리는 건물 구경을 실컷 하고 착석했다. 뭐랄까. 하루종일 가우디 건축에 시달리다가 흠뻑 빠져있다가 보는 작품이라 그런지 뭔가 눈을 씻어주는 아름답고 화려하고 마냥 좋은 공연장이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공연장이지만 안타깝게도 공연을 보기에는 괴로웠다. 옛날에 지어져서인지 관람석 각도가 지나치게 완만하고 의자 앞뒤 간격도 너무 좁았다. 안쪽에 들어오려는 자가 있으면 전원 기립은 필수인 모두가 공손해지는 그런 좌석 배치였다. 가운데 자리는 기저귀 차야한다는 고척돔 좌석 간격따위는 비즈니스석으로 느껴지게 하는 간격이다. 공연이 시작되니 시야를 가리는 머리통을 피해 공연을 보기 위하여 사람들 머리가 마치 파도라도 치듯이 움직이는데 그게 어이가 없어서 나도 모르게 실소가 터지기도 하였다.


    이와는 별개로 공연은 정말 대단했고 감동적이었다. 당시 시차적응이 안 돼 엄청나게 졸렸음에도 플라멩코만 시작되면 어떻게든 머리통을 피해서 공연을 보겠다고 사력을 다하였다. 무용수들이 독무 할 때에는 마치 접신하는 무당 같고, 이인무를 출 때에는 무림 고수가 대결하는 듯한 엄청난 에너지가 발산된다. 이런 줄 알았으면 돈을 좀 더 써서라도 좋은 자리를 취할 걸 그랬다며 후회스러울 정도였다.


    엄청난 감동을 받고 공연장을 나오니 벌써 11시가 넘었다. 친구와 나는 까딸루냐 광장을 거쳐 숙소까지 잰걸음으로 돌아았다.


    내일 아침은 구엘공원이다. 잠이 부족해. 이놈의 제트래그, 새벽에 또 잠에서 깨났다.


     







사고전서의 옳게 치우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