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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페인 Day 3(3) - 포트벨, 그라나다(Granada) 이동
    여행/스페인-포르투갈 2016. 11. 4. 11:50

    Port Vell

    바르셀로네타의 풍경은 또 색다르다. 바닷가 근처로 나가면서 길 하나 차이로 남국의 분위기가 확 난다. 가로수와 건물, 정박해 있는 수많은 보트나 헐벗은 채 걸어다니는 사람들 때문인지 지금까지 거닐었던 고딕 지구와는 다른 세계에 들어온 듯하다.


    그런데 아무래도 탁 트인 공간이다보니 뙤약볕을 견딜 수가 없다. 콜럼버스 동상 이후 진입이 불가능 할 정도이다. 

    마치 자외선 소독 받는 기분. 

    근데 내가 세균. 

    소독되어 절절 타들어가는 건 나. 

    우리는 더 이상의 진격을 멈추고 노선을 수정했다. 버스 타고 정처없이 헤매기로 정하고 아무 버스나 탔는데 그게 V13번 버스(였던가). 람블라스 거리를 거쳐서 고딕 지구와 까딸루냐 광장까지 달린 후 숙소까지 데려다주는 환상의 노선이었다. 엄청나게 걸어다니면서 봤던 바르셀로나 풍경을 차를 타고 가는 재미도 쏠쏠했다. 우리는 바르셀로나를 떠날 때가 되어서야 이런 최적 버스 노선을 탄다며 아쉬워했다.


    숙소로 돌아와서 맡겨놓은 짐을 찾고, 나는 처음으로 주인을 만나서 첫인사와 작별 인사를 동시에 하고, 공항 가는 방법에 대한 설명을 들은 후 까딸루냐 광장으로 향하였다. 에어로버스는 시내 방향으로 올 때는 유니베르시타트역에서 정차하는데 공항으로 갈 때는 정차를 안 해서 광장에서 타야한다. 캐리어를 끌고 가는데 바르셀로나 바닥은 대리석같이 반들반들 해서 캐리어를 끌기 어렵지 않다. 더블린의 자갈돌 길과는 천지차이. 한 5분 넘게 캐리어를 끌고 가니 에어로버스 정류장이다.


    공항으로 가는 길에 폭풍 검색한 것이 있으니 바로 vip 라운지. 

    부엘링은 표가 세 가지로 나뉘는데 베이직, 옵티멀, 엑설런스였다. 베이직은 짐을 못 부치고 옵티멀은 보통의 이코노미, 엑설런스는 비즈니스석이다. 그런데 그라나다 행 부엘링 발권을 할 때 그쪽 서버에 오류가 났는지 옵티멀보다 엑설런스 표가 더 저렴하게 나왔다. 그렇다면 당연히 저렴한 표를 사야하지 않겠는가. 저가 항공이지만 그래도 비즈니스석이라고 라운지 이용이 가능했다. 어떤 라운지 이용이 가능한지 폭풍 검색을 했는데 그것이 문제였다.


    Pau Casals Vip Lounge

    일단 바르셀로나 공항 1터미널에는 4개의 라운지가 있는데 부엘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라운지를 가장 구석에 있는 colomer 라운지로 찾은 것이다. 그곳마저도 한 번에 찾지못하고 일명 나폴레옹 알프스 넘는 놀이를 했다. 즉, 거의 다 와서 여기가 아닌가벼. 하며 돌아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짓거리를 했다는 것이다. 도착하니 리셉션에서 니네 게이트 근처에 있는 라운지를 사용하는 게 좋을 것 같아라며 쫓아낸다. 우리는 라운지 너머로 보이는 푹신한 의자와 음식을 보며 그냥 여기 있다 가면 안 될까 라고 장화신은 고양이 눈빛으로 말했으나 리셉션 아저씨의 단호박에 눈물을 머금고 다시 또 왔던 길을 돌아가야했다. 게이트 근처라고 알려준 라운지(Pau Casals)는 사실상 이 엄청난 여정의 출발점 근처였다. 아침에 구엘 공원에서 유료존 외면하고 등산을 하는 대삽을 푸면서 이보다 큰 대삽은 곤란해라고 생각했는데 바로 당일로 기록 경신. 당시 우리가 라운지를 찾아 헤맨 거리를 환산하면 지구에서 달까지 세 번 왕복...은 됐고, 3km 정도였다. 초반에는 다큐멘터리 더빙 성대모사로 현 상황을 풍자하는 해학을 잃지 않았던 우리는 점차 말을 잃어갔고 마지막에 친구가 다큐멘터리 성우 놀이를 할 즈음에는 고마해-가 절로 튀어나왔다는 슬픈 전설이.


    어찌되었던 우리가 도착한 Pau Casals라운지는 개고생 후라 움막집도 궁전같이 느꼈을 우리의 심리 상태를 차치하고서라도 굉장히 괜찮은 라운지였다. 이번 여행에서 이용했던 세 군데의 라운지 중 가장 마음에 들었다. 사람도 많지 않고 음식도 깔끔하고 맛있는데 은근 종류도 많고 의자 배치도 편했다. 기본에 충실한 라운지라고 해야하나. 라운지에서의 위락 시설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나같은 인간에게는 안성맞춤인 공간이었다. 워낙 지쳐있던 우리인지라 여기에서 조금만 더 쉬고싶어서 부엘링이 연착되기를 바랐는데(연착 잦기로 악명 높은 부엘링아 오늘도 힘을 내줘) 다행히(?) 연착이 되면서 조금 더 이곳에서 지친 몸을 달랠 수 있었다. 친구는 바르셀로나에서 이곳이 제일 좋다는 둥, 고양이 데려와서 여기에서 살았으면 좋겠다는 둥의 멘트를 날림으로써 당시 우리의 퍽퍽하고 스산했던 심정을 대변했다.

    https://www.loungeclub.com/en/our-lounges/lounge-detail/BCN3


    바르셀로나 공항 1터미널은 실로 엄청난 규모를 자랑한다(찾아보니 세계에서 5번째로 크다고 한다). 이 라운지에서도 게이트까지 20분은 걸린 것 같다. 처음 우리를 쫓아내준 colomer 라운지 직원에게 뒤늦게 고마운 마음이 들 정도였다. 천신만고 끝에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제 그라나다다.

사고전서의 옳게 치우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