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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페인 Day 6(2) - 히랄다 탑, 메트로폴 전망대, 플라멩고 박물관
    여행/스페인-포르투갈 2017. 4. 12. 10:34

    히랄다 탑(La Giralda)

    히랄다 탑은 원래 모스크의 미나렛(첨탑)인데, 이후 모스크는 허물어 대성당을 짓고 미나렛은 종탑으로 개축했다고 한다. 전체 높이는 104미터이고 35층인데 말을 타고 올라갈 수 있게 만들었기에 계단이 아니라 경사가 완만하다. 층고도 높지 않아 올라가던 방향을 꺾을 때마다 층이 바뀌어, 힘들이지 않고 올라갈 수 있다. 올라가는 길에 바깥을 조망할 수 있는 창이 있어 다양한 각도에서 세비야의 시내와 성당의 바깥을 구경할 수 있고, 예전 유물들을 전시해놓은 것도 많아 올라가는 내내 지루할 틈이 없다.

    꼭대기에 도착하니 엄청난 바람이 불면서 세비야 시내와 거대한 성당의 꼭대기가 한 눈에 들어오는데 가히 장관이다. 사방을 다 돌아보기도 하고, 한 군데 자리잡고 물끄러미 풍광을 보다보면 그야말로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어떤 사람이 열심히 사진 찍는 나를 보더니, 집 지붕마다 보이는 푸르스름한 것을 가리키며 저게 다 수영장이란다. 그러고보니 지붕마다 에메랄드 같은 것을 이고 있다. 세비야가 얼마나 더우면 저렇게 집집마다 수영장을 설치했을까 싶기도 하다. 한참을 구경하는데(즉, 사진을 찍는데) 머리 바로 위에서 28개의 종이 울린다. 


    히랄다 탑은 꼬르도바에서 봤던 메스키타 사원의 종탑과도 유사한 양식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이슬람 세계의 사원, 예를 들면 이스탄불의 블루 모스크나 메카의 카바 사원의 미나렛이 좀 더 둥글고 뾰족한 모양을 하고 있다면, 이 동네의 미나렛은 북아프리카 건축 양식의 영향을 받아 장방형의 첨탑이라는 점이 다르다 하겠다. 

    탑에 들어가기 전에는 오랜만에 한국인 단체 관광객도 만날 수 있었다. 한 아주머니가 올라가다 말고 남편한테 "이게 30층이 넘는다고 말을 했어야지! 난 무릎이 아파서 절대 안 된다고!"하며 화를 내고 아저씨는 그런 아내를 졸졸 따라 내려오는 것을 보기는 했다. 그런데 뭐, 별로 어렵지 않아요. 여름에는 더워서 힘들 수도 있겠는데 꼭대기에서 부는 바람 한 줄기면 다 상쇄될 듯.



    Bar Alfalfa

    탑 등반까지 하고 내려왔으니, 식사는 집 주변에서 했다. Bar Alfalfa라는 타파스 집인데 트립어드바이저에서도 점수가 높고 지나갈 때마다 항상 손님이 있었다. 분위기도 아늑하고, 맛도 괜찮다. 친절한 느낌은 없지만 나름 동네 맛집 같은 맛과 분위기. 



    메트로폴 파라솔(Las Setas De Sevilla, Espacio Metropol Parasol)

    식사를 하고 향한 곳은 세비야의 버섯, 즉 메트로폴 파라솔이라는 전망대이다. 집에서 약간 북쪽으로 걸어올라가다보면 나오는 곳이다. 진짜 숙소 위치는 끝내준다. 

    가는 길은 서울의 명동같은 쇼핑 거리라고 하는데, 쇼핑에 관심 없는 나는 이런 건 참 잘 필터링이 된다. 아기자기한 상점이 많았던 것 같은 기억만 아스라이 남아있다. 조금 걷다보니 이윽고 괴상한 형태의 건축물이 두둥 나타난다. 후기에서 본대로 1층에서 지하로 연결되는 통로로 갔더니 표를 파는 곳이 있다. 이곳에서 각자 3유로를 내고 음료 쿠폰을 받아서 올라갔다. 

    음료 파는 곳 앞에는 테이블이 마련되어 있다. 자리가 나기를 기다리다가 나는 얼른 자리를 잡고 앉고, 친구는 음료를 받아왔다(쿠폰으로 모든 음료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곳에서 세비야의 해가 지는 모습을 바라보며 샹그리아를 마시니 나름 운치 있다. 하루종일 걸어서 아픈 다리도 쉬어주고, 멀리 히랄다 탑이 시시각각 변하는 모습을 보며 망중한을 즐겼다. 음료를 마신 후에는 전망대 구석구석을 돌아다니기도 했다. 전망대가 위로 솟아 있기 보다는 독버섯 번지듯 옆으로 퍼져있기 때문에 시내 전체를 위에서 조망한다거나 하기는 어렵다. 눈 높이에서 보는 세비야의 석양이랄까. 세비야의 석양도 아름답지만 건축물 자체도 워낙 특이해서 이곳에서 보낸 시간(즉 사진 촬영 시간)은 꽤 기억에 남는다.




    플라멩코 박물관 공연(Museo Del Baile Flamenco)

    아놔 바쁘다 바뻐. 다음으로 이동한 곳은 박물관이다. 8시40분 공연이던가였는데 앞 줄에 앉기 위해서 약 30분 전부터 줄을 섰다. 원래는 공연 티켓만 샀는데, 우리는 공연장을 찾으러 길을 헤매면서(?) 박물관 구경까지 다 했다(잘못 들어가서 무용수 대기실 근처에도 가고). 플라멩코의 역사도 알 수 있고, 영상 자료도 많아서 굉장히 유익한 박물관이다. 

    공연장이 열리자마자 두번째 가운데 자리를 잡고, 이것이야말로 최적지라 생각한 것도 잠시, 친구 앞자리에 앉은 키와 머리가 큰 사람이 앉으면서 친구의 시야를 가리고 말았다. 좌절한 친구는 차라리 맨 뒤에서 서서 보겠노라며 자리를 포기하고 일어났고 나도 같이 뒤로 갔는데, 서서 보다가 노래 할 때는 앉으면 되고 해서 관람하기에 나쁘지는 않았다. 

    무용수도 많고 프로그램은 다채로웠는데 바르셀로나와 그라나다에서 본 정도의 수준이나 박력은 아니라서 약간 실망했다. 플라멩코하면 정열인데 이 부분이 좀 아쉽다. 

    그래도 이 분은 최고. 이 사람의 춤을 보면서 캐스터네츠를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고전서의 옳게 치우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