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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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lla Dies Sine Linea_2017.5.15/2021.12.13What am I doing? 2021. 12. 13. 11:59
여행은 한정된 시간을 길게 쓰는 방편이다. 통근길은 너무나도 반복적이라 그 안에서 보고 듣고 냄새 맡으며 느끼고 생각했던 것들이 목적지에 도착하자마자 공기 중으로 사라진다. 마치 그런 시간이 아예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순간이동한 기분이 든다. 어쩌면 그래서 길고 길어서 사뭇 고생스럽기까지 한 지루한 통근시간을 잊고 오늘도 또 출근길에 오르는 것일 수도 있겠다. 웬만큼 생의 감각을 흔드는 상황이나 정서가 아니고서는 매일 매일이 똑같은 통근길이고 기억 속에도 남지 않는 시간이고 그래서 사라져 버린 시간이다. 그런데 여행은 생의 감각을 흔드는 노력 없이도 예술로서의 삶을 포착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이다. 지도를 보며, 책을 보며 눈으로 따라갔던 그 길에 실제로 발을 디디는 순간은 얼마나 찬란한가. 아직도 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