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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일) 드레스덴-구시가지(Altstadt) 가는 길
    여행/체코-헝가리 2019. 9. 6. 15:59

     

    이번 여행에 드레스덴을 굳이 넣은 까닭은 권 화가와의 만남도 있지만, 어려서부터 가져왔던 로망도 크게 작용하였다. 그래서 권 화가가 베를린에서 드레스덴으로 거처를 옮긴다고 했을 때 쾌재를 불렀다. 반드시 방문해야 할 이유가 하나 더 는 것이 아니겠는가.

    드레스덴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어렸을 적 책에서 본 바로 이 사진 때문이다.

     

    원래 세계대전같이 화기류가 공공연해진 이후의 역사에는 관심이 별로 없는데, 이 사진은 뇌리에 깊이 각인되었다.

    이 사진은 '드레스덴이 무너진 날' 시청사에서 폐허를 내려다보는 동상의 모습이다. 제2차 세계대전에 나흘간의 폭격을 맞으면서 잿더미가 되었던 드레스덴을 기록한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동상이 상징하는 바는 바로 '선량함'. 

    인류의 짓거리를 보면서 무뢰배의 저열함에 치를 떨 때가 있는데 이 드레스덴 폭격이 그중 하나이다. 저 사진이야 관조적이라 무관심에 의한 미감까지 느껴지지만, 인간의 눈높이에서 찍은 사진을 보면 그 처참함이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전쟁의 참상을 얘기하기에 앞서, 전범국을 가르기에 앞서, 저열함의 심연을 보여주는 사건이 바로 드레스덴 공습이 아닐까. 그리고 이런 식의 졸렬함은 가해자가 피해자 코스프레를 할 수 있는 단초를 줄 수 있다.

    그 후, 드레스덴은 동독 시기에는 방치되다가 통일 이후 1990년대부터 복원이 되었다고 한다. 혹자는 '엘베 강의 피렌체'라고 부른다는데 두 곳 다 가보니 피렌체는 피렌체고 드레스덴은 드레스덴이다. 너무나도 결이 다른 아름다움을 간직한 두 도시이고, 굳이 고르라면 나는 드레스덴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물론 여행을 가기에 앞서 이렇게 기대를 많이 하면 실망할 때가 있긴 하다. 이를테면 프라하. 혹은 카파도키아. 혹은 병마용갱(ㅠ.ㅠ).

    그런데 드레스덴은 오기 전부터 내 취향일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한 지역을 대표하는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도시, 인구는 약 30-70만 정도, 도시를 흐르는 강(상기 조건 중 ±1의 오차). 이를테면 이탈리아의 볼로냐, 스페인의 코르도바, 미국의 루이빌, 인구가 좀 심하게 많지만 일본의 교토가 그런 곳이다. 드레스덴은 그중에서도 코르도바를 많이 떠올리게 했다.

     


     

    드레스덴의 정수를 보려면 구시가지(Altstadt)로 가야하는데 아직은 권 화가와 만나느라 신시가지(Neustadt)를 벗어나지 못했다. 

    권 화가는 "좀 가다 보면 다리가 있어. 건너면 볼 게 많을 거야"라고 얘기한 후 석별의 정을 나누기 아쉬운 듯 아랫입술을 쑥 내밀었다. 우리는 잠시 망설이다가 아쉬운 포옹을 하였다. 망설인 이유는 당시 드레스덴은 이상 고온이 지배하던 땅이라 둘 다 땀투성이였기 때문이다. ㅋㅋ 참고로 바르샤바에서 다시금 시작된 감기 기운은 드레스덴의 열기와 고온 소독을 거치며 완전히 제거되었다.

    권 화가와 헤어져 친구와 길을 걷는데 형언할 수 없는 기분이 밀려온다. 아쉽고 또 아쉽다. 가뜩이나 한 줌 인간관계인데, 그나마도 이 땅에서 나와 함께 사는 이는 드물고, 다들 이역만리 타향에 흩어져있다. 지금 내 곁에서 함께 걷고 있는 이 친구도 한번 만나려면 입국심사를 거쳐야 하니 말이다. 왠지 모를 서운함을 곱씹는데 내리쬐는 태양이 남국의 그것이다. 감상에 그만 사로잡히고 현실로 돌아오라는 듯이. 햇빛에 저절로 끄아악 하는 비명 소리가 나온다(들어는 봤는가 악 소리나는 햇빛).

    저 멀리 '아우구스트 황금상(Goldener Reiter)'이 보이는데 도저히 이를 배경으로 인증사진을 찍을 용기가 안 난다. 친구에게 찍어줄까? 하니 고개를 도리도리.

     

    이 동상을 지나 다리를 건너려는데, 드레스덴의 구시가지(Altstadt)가 한눈에 들어온다. 웅장함에 숨이 멎을 것 같은 감동이 밀려온다. 장엄함이 굉음을 내며 눈 앞에 펼쳐진다. 사진을 찍고 싶은데, 도저히 담을 수 없는 자태이다. 게다가 교량 한쪽은 공사가 한창이라 사진 찍으면 공사판 인증일 것 같았다. 엄청난 감탄을 하며 다리를 건넜다.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지만 온 세상의 모든 강조어 중 욕으로 시작되는 건 다 하고 싶다.

    https://www.google.com/maps/place/Altstadt,+Dresden,+Germany/@51.0523828,13.6668343,12z/data=!3m1!4b1!4m5!3m4!1s0x4709cf6888ba6687:0xe06947e9cc6a6773!8m2!3d51.0462406!4d13.7449555

     

    Altstadt

    독일 드레스덴

    www.goog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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