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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일) 드레스덴-Flixbus, Elbschlösser, 푼즈 몰케라이, 그리고 권 화가
    여행/체코-헝가리 2019. 9. 4. 16:52

     

    새벽 6시 30분.

    원래대로라면 6시 40분에 출발하는 버스를 타기 위해 새벽같이 뛰쳐나가야 했지만 다행히도 버스가 2시간 정도 연착되었기 때문에 아직도 이불 안에서 뭉그적거린다.

    플릭스 버스는 앱에서 예약 및 체크인이 가능하다. 그런데 알림 기능도 이토록 활발한지는 처음 알았다. 탑승 예정 버스가 연착이라며 시시때때로 울려댄다. 예약을 진행했던 이메일로는 연착을 알리는 메일이 20통은 온 듯하다. 구글로 우리 버스가 어디 있나 확인해보니 아직 체코 국경에도 못 들어왔다. 보아하니 이 버스가 무려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시작해서 이탈리아-슬로베니아-오스트리아-체코-독일을 통과하는 장거리 버스여서 오는 길에 자꾸 밀리는 것 같았다. 같은 프라하-드레스덴 노선이어도 단거리 버스들도 많으니 혹시 연착이 싫은 사람은 각 버스 번호의 노선을 확인해보는 것도 괜찮을 듯싶다.

    어쨌든 연착이라 다행이었다. 비싼 표값 때문에 억지로 이른 시간의 표를 끊은 것이었기 때문이다.

    7시 30분경에 준비하고 나갔다. 플로렌스 역은 숙소에서 가까워서 금방 도착했다. 대합실에서 전광판을 보는데 우리 버스에 대한 알림이 잘 뜨지 않는다. 일단 배가 고픈 우리는 역에 있는 버거킹에서 아침 메뉴와 커피를 와구와구. 어제도 한 끼밖에 제대로 먹지 못한 터라 세상 꿀맛이었다. 일단 요기하고 나니 다시 주변이 눈에 들어온다. 왜 우리 버스 번호는 없는 거지. 왜 알람이 울리다 말고 정시 출발이라고 뜨지. 이미 출발한 건가. 그때부터 괜히 급한 마음에 정류장에도 나가보고, 다른 버스기사에게도 물어보고, 지나가는 사람에게도 물어봤지만 무엇하나 확실치 않다. 플릭스 버스 티켓 파는 곳은 줄이 길어 버스가 도착할 때까지 물어보지도 못했다.

    혹여 언어소통이 원활하지 않거나, 눈치가 극도로 발달하지 않은 자에게 플릭스 버스는 권하고 싶지 않다. 다 좋은데 출발할 때 어디에서 타야 할지가 매번 불확실하다.

    우여곡절 끝에 버스를 타고 붕붕. 갈 때는 무슨 쿠폰을 써서 자리를 지정하였다. 맨 앞자리 쪽으로 지정해서 편안히 탑승. 친구는 부족한 수면을 채우기 위해 쿨쿨.

    가면서 드레스덴에 있는 지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편의상 지인을 권 화가라고 하겠다. 한국에서부터 친하게 지낸 사이인데, 베를린을 거쳐 지금은 드레스덴에서 작품 활동을 하는 화가이다. 

    권 화가와는 약 4년 만의 조우이다. 필요한 게 없냐고 물으니 처음에는 쥐포만 가져오라더니, 그다음에는 마른 멸치, 그다음에는 붓이나 먹물과 같은 화구를 좀 가져오란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하며 이 모든 것들을 큰 에코백에 담아 갔다(착한 척 하는 중).

    차에서 내려 잠시 권 화가를 찾았다. 4년 전과 똑같은 모습으로 우리를 반갑게 맞이한다. 거침없는 말투로 처음 만난 친구와도 인사하더니 내게 교통권을 주며 Elbschlösser에 다녀오랜다. 더하여 어제 문득 "바나나, 사과, 망고, 천도복숭아, 좋아하는 순서로 나열"이라는 메시지가 와서 친구와 심리테스트인가 했는데 아래가 그 결과물. 권 화가식 환대.

    먹다가 찍은 사진. 꿀맛.

    어느 누가 권 화가의 명을 거역하겠는가. 우리는 자유의지의 부재 상태에서 몰이당하듯이 바로 전차를 타고 Elbschlösser로 출발하였다. 우리말로 하면 엘베 성. 드레스덴 사람들의 휴식터인데 브륄의 테라스보다 훨씬 낫다는 전언. 

    https://www.google.co.kr/maps/place/Elbschl%C3%B6sser/@51.0559999,13.7430646, 14z/data=! 4m5! 3m4! 1 s0x0:0x9 ca3461058362674! 8m2! 3 d51.0659608! 4 d13.7976345

     

    Elbschlösser

    ★★★★★ · 경전철역 · 01099 Dresden

    www.google.co.kr

    친구와 수다를 떨다가 정류장을 지나쳤다. 사람들이 조그마한 문을 통과해서 오솔길로 들어가는 게 보였었는데 바로 그곳에서 내렸어야 했다. 약간의 헤맴 끝에 도착한 엘베 성은 깊은 숲 속에 숨어있는 저택으로 분위기도 고즈넉하고 경관도 아름다웠다. 이 곳에서 내려다보는 엘베 강의 풍경은 참으로 평화롭다.

     

    사진을 많이 찍었는데 모두 인물이 들어가 있어서 게시를 못하는 것이 안타까울 뿐. 그만큼 사진도 잘 받는 풍경에 날씨였다. 마음 같아서는 몇 시간이고 이곳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드레스덴 사람들의 좋은 안식처 느낌. 나와 친구에게는 사람 많은 프라하에서 피난 온 느낌. 아래로 내려가면 포도밭이 있다. 바쁜 여행 속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싶다면 정말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어머니 모시고 오고 싶은 곳은 바로 이곳. 

    여기에 더 머물고 싶었지만 권 화가 님의 점심 소환이 있었다. 음식점을 예약해놨으니 늦지 않게 오라는 추상같은 명령을 듣고 향한 곳은 마틴 루터 광장(Martin-Luther-Platz). 그곳에서 권 화가는 먼저 자신의 작은 갤러리를 보여주었다. 한국에서와는 사뭇 달라진 화풍이 인상 깊었다.

    아래는 올해 있었던 권 화가의 전시회에 대한 드레스덴 지역 매체의 기사이다.

    https://www.sachsen-fernsehen.de/malerei-und-tuschausstellung-im-pentacon-dresden-577869/

    그림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고, 권 화가는 다시금 과일을 대접하고, 친구는 처음 만난 권 화가와도 얘기를 참 잘 나누었다. 소담스러운 개인 갤러리의 느낌. 우리 권 화가 이곳에서도 특유의 생활력으로 잘 살고 있는 듯해 다행이다.

     

    본인도 소개받은 곳이라며 우리를 한 음식점으로 데려갔다. 음식점 이름은 'Bischof 72 Dresden'

    https://www.google.co.kr/maps/place/Bischof+72+Dresden/@51.0691085,13.7581115,19.29z/data=!4m5!3m4!1s0x4709cf3c9d9d5a21:0x5264836688d3a53d!8m2!3d51.0688734!4d13.7585521

     

    Bischof 72 Dresden

    ★★★★☆ · 유럽식​​ 레스토랑 · Bischofsweg 72

    www.google.co.kr

     

    전통 독일 요리를 하는 곳이다. 이곳은 영어가 잘 통하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권 화가가 유창한 듯 보이는 독일어로 주문을 했다. 이왕 온 김에 맥주도 마셔보자고 해서 맥주도 한 잔 주문. 독일 맥주보다는 프라하 맥주가 맛있지만 음식은 정말 내 입맛에 잘 맞았다. 화이트 아스파라거스를 끼얹은 슈니첼과 연어도 꿀맛이지만 오이 수프의 시원한 맛을 잊을 수가 없다. 

    권 화가나 친구나 모두 타향살이를 해서 그런지 나름의 공감대가 형성되는 듯했다. 나도 한 때 외국에 홀로 거주해봐서 그 느낌 모르는 바가 아니지만 이제는 가물가물. 

    즐거운 점심 식사 후에는 주변에 영화에도 나온 유명한 유제품 매장이 있다 그래서 찾아갔다. 이름하여 '드레스덴 푼즈 형제 유제품 회사(Dresdner Molkerei Gebrüder Pfund GmbH)', 쉽게 '푼즈 몰케라이'라고 부르는 그곳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유제품 가게'로 알려져 있고,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서의 빵집으로도 나온다. 내가 본 몇 안 되는 영화인지라 기분이 색달랐다. 

    실제 가게 내부(좌)와 영화 속 장면(우)

    가게 안은 굉장히 화려하고 아름다운데 사진 촬영은 금지이다. 친구는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무언가 사러 돌아다녔고, 나와 권 화가는 간단하게 우유 한잔. 

    이제 3시가 다 되어가는데 날이 찌는 듯이 덥다. 권 화가와 우리는 마지막으로 아이스크림 하나 더 먹고 아쉬운 작별.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권 화가와 얘기 중인데 한국의 모 정당 때문에 화가 많이 난 것 같다. ㅋㅋㅋㅋ

     

사고전서의 옳게 치우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