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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뤄바오베이(LuoBaoBei, 洛宝贝), 풍미원산지(Flavorful Origins, 风味原产地)의 씁쓸함
    오덕기(五德記)/中 2021. 9. 14. 16:24

    1. 뤄바오베이는 조카에게 보여줄 적당한 영어 콘텐츠가 없나 넷플릭스를 뒤지다가 나왔다. 페파피그와 다니엘 타이거에 흥미를 잃은 유나에게 교육적이고 영어 표현도 좋은 애니메이션을 보여주고 싶었다. 처음에는 Luobaobei라는 글자도 보이지 않아서 그저 섬네일만 보고 시작했는데, 내용에 할머니 할아버지도 나오고, 특히 할머니가 손녀의 머리를 빗겨주는 장면이 나와서 유나의 머리를 벗겨주는 우리 엄마가 생각나면서 이것을 권해줄까 생각했다. 그런데 갑자기 태극권이 나오고 중국 냄새가 팍팍 나는데 거부감도 팍팍 드는 것이다. 왜 이 콘텐츠는 중국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영어로 진행되지? 하면서 말이다. 알고 보니 원래 중국 애니메이션으로, 내가 일전에 블로그에서 중국어 공부용 애니메이션으로 추천했던 희양양(喜羊羊与灰太狼)와 쌍벽을 이루는 메가히트 애니메이션이라고 한다. 특이하게도 넷플릭스에는 영국작품이라고 나오며, 다양한 언어로 제공되지만, 중국어로는 제공이 안 된다. 그래서 찾아보기 전에는 영국에서 중국 자본의 투입을 받아 만든 작품이라고 오해하였다. 어찌 되었건 이 애니에는 십이지, 태극권, 중국 춘절(새해 첫날) 문화 등 중국 고유의 문화를 알리기 위하여 곳곳에 티 나게 심어두었다. 

    2. 풍미원산지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음식문화 다큐멘터리이다. 주변에 넷플릭스 보는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권할 정도였다. 영상미가 훌륭한 다큐멘터리인데 식욕은 전혀 돋우지 못하는 예기치 못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음식을 감성이 아닌 이성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면 아무리 영상이 예뻐도 먹고 싶지는 않은 듯싶다. 이렇듯 사랑에 마지않는 다큐멘터리인데 보다 보니 입맛이 쓰다. 맛이 없어 보이는 것이 아니라, 숨겨진 의도가 느껴져서이다. 넷플릭스에는 현재 챠오샨, 윈난, 간쑤편이 올라와 있는데, 다루는 음식이 쌀국수, 양념게장, 스시, 된장, 액젓, 어묵, 치즈, 햄 등이다. 중국의 소수민족이 많은 지역, 혹은 미식이 굉장히 많이 발달한 지역에서 각자 전통적이고 다양한 음식문화를 가지고 있다는 내용이다. 처음에는 하긴 지역별로 저런 고유의 음식문화가 있을 수 있지. 어디 된장이니 햄이니 치즈이니 하는 것들이 한 나라 한 지역에만 국한되겠어. 서양에 있었으면 동양에도 있었겠지, 라는 식으로 생각했는데 듣자 하니 다 우리 거야. 중국이 원조야, 외국에서 전래된 것은 하나도 없고 풍부한 우리 문화가 만들어낸 고유의 전통이자 아름다운 중국 식문화야라는 식의 설명이 계속된다.  

    나같이 중국을 싫어하지도, 비하하지도 않는, 심하게 말하면 지중파(知中派)가 거부감을 느낄 정도면, 중국의 현재 노선이 너무 적나라한 것이 아닐까. 심한 열등감이 역으로 문화지배로 역전된 것은 아닐까. 어려서부터 서양쪽 미디어에 노출되어 할로윈이니 크리스마스를 민족 최고의 명절마냥 쇠는 어린이들을 보며 문화적으로 압도되는 것을 우려하였는데, 아마도 같은 상황이었을 중국이 오히려 형세를 바꾸려고 하는 듯싶다. 조작까지 불사하면서. 넷플릭스에서는 굳이 저 콘텐츠를 중국어를 뺀 영어로 제공할까. 왜 영국 콘텐츠처럼 둔갑시켜서 방송할까. 우리나라 어린이 중에 중국어를 배우려는 자는 드물고, 영어를 배우려는 자는 많아서일까. 왜 중국의 식문화를 저런 식으로 과장할까. 새로운 열등감의 표출일까. 왜 이렇게 구린 냄새가 나지. 킁킁.

사고전서의 옳게 치우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