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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드] <천뇌일부지춘화추월(天雷一部之春花秋月)> 잡설
    오덕기(五德記)/中 2021. 11. 1. 13:01

    약 24시간 만에 40부작을 다 봤다. 스킵을 많이 하고 밤을 새우면서 봤다는 뜻이다.

    <학려화정 별운간>을 두 편 남겨두고 기력이 소진하여 다음 볼 것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삼천아살>, <투파창궁>, <청평악> 을 약 초반 20분 정도 봤는데 <삼천아살>에 <학려화정>에서 본 정업성(고봉은 역)과 류이동(육문보 역)이 나와서 괜히 반가웠다. 심지어 정업성은 주인공 롤. 그런데 나는 골룸류 중에 가장 잘생긴 개성있는 마스크의 류이동이 궁금했다. 류이동으로 검색하니 다른 작품이 나오는데 바로 <춘화추월>이다.

    진류풍 역의 류이동과 랑야방의 녕국후 류혁군이 부자지간이라니!

    그런데 왓챠 리뷰가 모두 추월거거를 부르짖으며 운다. 내용도 별로고, 화장도 들뜨고(심지어 남주 쌍꺼풀 테이프에 더듬이 머리 압박), 제작비 부족이 눈에 뜨지만 그럼에도 추월이 있기에 평점이 4.0이다. 도대체 얼마나 추월거거 캐릭터가 멋지기에 그런 것일까 궁금해졌다. 그리고 의문은 쉽게 풀렸다. 정말 추월거거만 보면 되는 거긴 하더라. 초반부터 바로 스킵이 가능했다. 나머지는 류이동 나오는 부분만 좀 열심히 봤다. 캐릭터 힘으로 달리는 드라마.

    드라마 다 보고 인터뷰와 메이킹 필름도 좀 봤는데, 날이 엄청 더웠나보다. 연신 땀을 닦으며 강행군이라 드라마상에서도 메이크업 들뜬 게 보이긴 한다. 그런데 쌍꺼풀 테이프는 아무리 봐도 잘 모르겠던데, 내 눈이 어두운 것으로. 난 추월 눈 화장은 예쁘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춘화 눈 화장이 짝짝이인 경우가 많아 신경 쓰일 때가 있었다. 막판에 눈물 좀 흘릴 때 화장을 머금은 우윳빛깔 눈물이 흐르고, 눈물에 화장이 지워진 자국이 다 보이는데, 오늘날 방송에서는 실전된지 오래라 당황스러웠다.  

    이런 메이크업의 단점은 필터처리로도 보강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것조차 일정하지 않아서, 어떤 장면은 필터 처리를 과하게 넣어서 코가 안 보일 정도로 뽀샤시하게 만들었는데, 어떤 장면은 거의 생얼로 나간다. 색감도 편집마다 달라서 내용 전개상 꽤 중요한 물건인데 색감이 다르게 나온다(이를테면 백화겁 중독에 의한 꽃 색깔 변화). 무엇보다 장면이 전환될 때, 예를 들면, 봉명산장이나 천월동, 전기곡 등으로 바꿔서 이야기를 전개할 때마다 너무 뻔하게 건축물 조감도, 현액, 혹은 각 구역의 특징적인 인테리어를 비추는 것으로 시작하는데 이런 기계적 반복을 꼭 고집했어야 하나 싶다.

    무림 정파와 사파 사이의 은원관계나 장생과와 얽힌 강호의 암투 부분은 별로 언급하고 싶지도 않다. 이 드라마는 이런 내용을 잘 풀어나가지 못했다. 그러나 여주와 남주, 서브남주와의 관계를 풀어나가는 이야기는 좀 궁금하긴 했다. 나름 연적의 배치가 굉장히 균형 있었다. 두 연적이 정파와 사파의 우두머리이자, 성격 상, 혹은 설정 관계 상 굉장히 팽팽했다고 할까나. 게다가 여주가 그다지 민폐 캐릭터로 느껴지지 않아 참을만했다. 춘화 역을 한 조로사가 귀여워서 괜찮았던 것일지도. 그 와중에 여주와 남주의 행복한 시간조차 너무 지루하고 단조롭게 진행되어서 좀 놀라기는 했지만 키스신 맛집이라 그러려니 했다.

    보는 내내 인상깊었던 것은 추월의 거북목. 드라마 설정상 그런 건지 단 한 번도 거북목과 굽은 어깨가 제대로 펴지지 않아 같은 거북인으로서 걱정스러웠다(인터뷰를 보니 이 배우가 만날 게임만 하는 것 같긴 했다). 남주의 더듬이 머리는 익숙해질 만도 한데 놀랍게도 처음부터 끝까지 거슬렸다. 나도 모르게 계속 더듬이 뿌리를 관찰하게 되더라. 27화에 갑자기 남주와 여주의 머리 스타일이 바뀌었는데, 계속 더듬이를 관철하더라. 나같이 안면인식 장애가 있는 사람을 위한 배려였을까.

    성우조차 목소리가 잘 어울리지 않았다. 특히 소백은 정인군자 역이다보니 연기가 천편일률인데, 목소리까지 어울리지 않아서 심하게 따로 놀았다. 추월 역의 성우를 한 문삼(文森)은 목소리 자체는 어울리는데 발성이 지나치게 천편일률로 나른했다. 이력을 살펴보니 요즘 잘 나가는 성우인 듯 싶은데 다른 드라마에서는 이보다 낫겠지 싶다.

    그 무엇보다 대사가 극도로 세뇌 일변도이다. 40편 내내, 동생은 오빠가 좋냐, 오빠가 평생 옆에 있어줄게, 오빠가 네게 칭보(轻薄) 해줄게. 오빠가 지켜줄게, 소춘화는 오빠한테 어쩌고 하구나라는 내용이다. 우리말 번역은 '나'라 했지만 실제로는 계속 오빠 타령이다. 대사가 전부, 오빠, 여동생, 소춘화, 칭보에 소백과의 이간질도 엄청 심하다. 40편 내내 지치지도 않고 저런 대사면 연기하는 배우나 성우 모두 게슈탈트 붕괴가 올 것 같다. 특히나 저 '칭보(경박轻薄)'라는 말은 이 드라마에서 특이하게 사용된 말로, 번역은 만져주다, 안아주다, 입맞춤하다 식으로 다양하게 되었던데 굳이 말하면 부비부비 정도의 시시덕거림 혹은 뽀뽀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이 극에서만 사용하는 특이한 쓰임새라고 해야겠다.

    드라마는 뒤로 갈수록 돈이 없는지 복이의 홍문연이 어쩌니, 문파 세력이 다 모였느니 하는데, 행사는 탁자 하나로 조촐하고, 말은 시끌벅적(热闹)이라고 하는데 사람은 달랑 일고여덟 명이다. 초반에는 그래도 사람을 쓰더니 뒤로 갈수록 몇 안 되는 주연과 조연 캐릭터가 과도한 업무량에 시달리고, 천월동 내의 반란이니 하는 건 다 말로 전하기만 한다. 무협장면도 어설픈 카메라 워크로 떼우는 경향이 심했다. 최근 본 드라마 중 무협의 밀도가 가장 떨어진 작품. 

    그래도 추월거거면 달릴 수 있다. 정말 놀라운 드라마이다. 진류풍 역을 맡은 류이동은 은근 저런 코믹 캐릭터도 잘 살리는 것 같다. 조로사와 이굉의, 류이동, 그리고 냉응 역의 성혜자 등의 젊은 연기자 보는 재미가 있다. 난 <장가행>에서 조로사를 처음보고 조연 정도로 현재 크는 배우라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로코 퀸이더라.

     

사고전서의 옳게 치우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