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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드] <삼천아살三千鸦杀, 2020> 잡설
    오덕기(五德記)/中 2021. 11. 8. 11:58

    <삼천아살>을 다 보고 연이어 주말 내내 <전문중적진천천>을 봐서, 벌써 <삼천아살> 이야기가 가물가물하다.

    <삼천아살>은 30편짜리에 스킵할 수 있는 분량이 워낙 많아서 금방 볼 수 있었다. 은근 조로사를 보는 재미가 있어서 그녀의 작품 위주로 보는데 <오! 아적황제폐하(哦!我的皇帝陛下!)>는 조로사도 나오고 <진정령>의 샤오쟌도 나오는데 초반 20분을 견디지 못하고 하차하였고, <삼천아살>을 시작하였다. 게다가 이 작품에는 <학려화정>에서 눈여겨본 배우인 정업성과 류이동이 메인남과 서브남으로 각각 나온다. 

    이 이야기는 신선, 인간, 요괴가 공존하는 세상을 배경으로 시작한다. 신선은 원래 인간계에 간섭하면 안 되는데 부구운은 한 인간계의 여자, 즉 여국(國)의 황녀를 사랑하게 되고 인간계에 적극 개입하게 된다. 그런데 이 여국이 요괴의 힘을 빌린 천원국(天元國)에게 멸망하면서, 황녀는 얼굴도 바꾼 채 천원국에 복수하고, 고통받는 여국 백성을 구하기 위해 '영등'이라는 초강력 법기를 찾으려고 신선이 사는 향취산에서 노비로 일을 한다. 그러다 자신을 천 년간 사랑했던 신선 부구운과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가 찾던 영등이 바로 부구운의 생명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는 뭐 그런 이야기.

    일단 이야기 자체는 지리멸렬하다. 원래 목표가 천원국에 복수하는 거였는데, 알고 보니 그 뒤에 요괴 대마왕이 있어서 그를 쓰러뜨려야 억조창생이 고통받지 않으니 목표 수정. 이를 위해 영등이라는 법기가 필요했는데, 더 강한 법기인 청영석이 등장. 영등에 희생되는 사람도 변경. 

    편집을 발로 했는지, 이거 혹시 중국에서는 광고 타임이었을까, 아니면 검열에라도 걸린 걸까 생각이 종종 들 정도로 내용이 계속 끊긴다. 감정선도 너무 이상해서 초중반에 돌연 키스신이 나와서 의아해지고, 그 이후로 진척이 되지 않다가 종반에 가서야 급히 매듭짓는다. 메인 커플과 서브 커플의 감정선이 제대로 묘사가 안 되어서 지금 누가 누굴 좋아하는 건지, 좋아하긴 하는 건지 느낌이 잘 오지 않았다.

    선협물이 다 그렇듯 CG의 압박이 있는데(특이하게 백룡 CG는 볼만했음), 결계를 표현한 CG는 날 힘들게 했다. 다들 벽을 치는 팬터마임을 하는데 저런 상황에서도 집중해서 연기하는 배우들에게 치얼스. 세트장 티도 너무 많이 나서 오랜만에 양조위 주연의 <의천도룡기(1986)>도 한 번쯤은 떠올랐다.

    겨울에 찍었는지 의상도 너무 두터운데다가 미적으로도 맛이 떨어졌다. 다들 누더기같은 옷을 입고 둥근 몸으로 돌아다닌다. 옷을 너무 많이 껴입다 보니 와이어 씬에서도 옷이 벙벙해져서 누가 봐도 와이어를 하고 하늘에 떠있구나 알 수 있다. 이렇게 와이어 씬이 티 나는 드라마도 최근에 본 적이 없다. 세트장이나 의상과 같은 무대나 미술도 문제지만, 이 드라마는 사람으로도 장면을 아름답게 뽑아내는 재주가 별로 없다. 부구운과 담천이 하늘을 날며 감정을 나누는 장면도 계속 허공답보를 해서 우스웠고, 바닷속 키스신도 옷이나 각도가 너무 예쁘지 않게 나왔다. 이 수중신은 메이킹 필름을 보니 배우들이 엄청 고생하던데 이렇게밖에 못 찍는 것인가. 감독의 상상력이 부족한지 나오는 자세마다 아쉬움이 많다. 서로가 얼굴을 들이대고 말하는 장면이 다른 드라마보다 유독 많은데 이게 연인 간의 친밀감으로 보이지 않고, 은근하게 사랑하는 장면을 뽑기 힘들어하는 감독의 상상력 결핍으로 보였다.

    이 모든 동작과 화면의 어색함 중 끝판왕이 무엇인고 하니 청청이라는 신선의 AI 얼굴이었다. 너무 위화감이 심해서 배우가 누군지 찾아보니 원래 배우가 물의를 일으켜서 하차하면서 다른 배우 얼굴을 딥 페이크로 합성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것이 그야말로 불쾌한 골짜기의 현현. 묘하게 괴기스러워서 보는 내내 시선을 사로잡는다(읭?).  

    계속 구박만 했으니 이제부터 호평을 시작해보겠다. 이 드라마는 극적 긴장을 이완하고 부구운과 담천과의 사랑 얘기를 진행할 때 꽤 흥미진진하고 알콩달콩 귀엽게 이야기를 전개한다. 조로사의 귀여움과 정업성의 장난끼와 부드러움이 빛을 발한다. <춘화추월>이 배우 동작 각도나 카메라 워크는 예쁘지만 달달한 내용은 지루했다면, <삼천아살>은 내용은 재밌지만 화면은 좀 아쉬웠다고 할까나. 조로사가 천원국 황궁에 입궁하기 전에 2황자한테 교육받는 장면이 나오는데 웃는 모습이 너무 예쁘고 유쾌했다. 조로사 다이스키. ㅋㅋㅋㅋ

    두 주연 배우가 자기 목소리로 연기하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지금까지 봤던 드라마는 모두 조로사에게 성우를 썼었는데, 이번 드라마는 고장극인데도 본인 목소리로 연기하는데 듣기 좋았다. 정업성 목소리 연기는 물론 말할 필요도 없고. 둘이 중요한 결전을 앞두고 조로사는 펑펑 울고, 정업성은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면서 우는 장면이 있는데, 대사는 개떡 같아서 어처구니가 없는데 둘이 연기를 너무 잘해서 나도 모르게 따라 울 정도였다. 

    특이하게 엔딩도 마음에 들었다. 굉장히 집중력이 흐트러질 수 있는 이야기였는데 꽤 밀도있게 끌어갔고 적절하게 엔딩을 맺었다. 

     

사고전서의 옳게 치우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