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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색목인(色目人) 유감
    學而時習之不亦悅乎/기타등등 2022. 3. 7. 12:53

    언젠가 대화를 나누다가 색목인까지 언급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생각난 김에 색목인이 실은 눈동자 색과는 아무 관련이 없는 개념이라고 하자, 같이 이야기를 듣던 친구가 충격을 받으며 그 자리에서 검색을 하더라. 그리고 그다음에는 내가 더 충격을 받았다. 왜냐하면 표준국어대사전에 아래와 같이 정의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색목-인 色目人: 명사 1. 중국 원나라 때에, 유럽이나 서아시아, 중부 아시아 등지에서 온 외국인을 통틀어 이르던 말. 주로 터키인, 이란인, 아랍인을 이르던 말인데 피부색이나 눈동자의 색이 다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출처 : 표준국어대사전

     

    내가 어버버하면서 표준국어대사전을 편찬하는 국립국어원에 고쳐달라고 얘기해야겠다고 했지만 그 이후 깡그리 잊었다가 얼마 전에 읽던 책에서 또 색목인이라는 용어가 나오면서 기억나버렸다. 너무나도 기초 한자 色+目+人으로 이루어졌기에 기초적인 한자 실력을 가진 우리는 직관적으로 색이 있는 눈, 즉 colored-eyes를 가진 사람으로 해석하기 십상이다. 나도 저열한 한자 실력만 믿고 이렇게 제멋대로 해석할 때가 한두 가지가 아니라 이를 과하게 탓하고 싶지는 않다. 게다가 개념조차 대충 흑갈색 눈동자를 가진 동북아 계통의 인종이 아닌 어슴프레 눈 색깔이 다른 느낌을 풍기는 서역 사람을 지칭하기까지 하니 말이다. 그러나 실상은 각색명목지인(各色名目之人), 즉 다양한 종류의 사람이라는 뜻의 준말이다. 색은 종류를 가리킨다. 그래서 각색군(各色軍)이라고 하면 그냥 여러 종류의 군대를 가리킨다. 명목 또한 분류를 뜻한다. 종속과강문계를 생각해봐도 될 것 같다. 

    그런데, 일반인은 틀릴 수 있지만 표준국어대사전이 직관에 의지한 이딴 정의를 버젓하게 들이대면 좀 문제가 아닐까 싶다. 심지어 학창 시절 때도 딱히 이 용어를 짚고 넘어간 적이 없으니 우리나라 사람 대부분은 색목인은 눈동자 색이 다른 사람이라고 알다가 생을 마감할 듯싶다.

    그런데 이거 고치려고 건의하려면 어디에 얘기해야 하는 걸까.

사고전서의 옳게 치우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