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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드] 《수도갈망우견니(谁都渴望遇见你)》장철한 위주 잡설오덕기(五德記)/中 2022. 3. 21. 12:44
제목을 굳이 풀자면, 모두 너를 만나고 싶어 해. 이 제목은 여주인공인 뤄시(나계(罗溪), 장뤄난章若楠(장약남) 분)를 향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별안간 남자 주인공인 장민(장철한 분)에게 그의 양어머니가 들려주는 대사로 나온다. 너무나도 의외였지만, 그래서 순간 더 좋기는 했다.
일단 설부터 풀자면, 나는 중국 현대극을 보지 않는다. 더 정확히 말하면 못 본다. 거의 유일하게 본 현대극은 《가유아녀(家有儿女)》라는 시트콤으로, 오로지 중국어 학습용으로 부담없이 봤다(물론 100편이 넘지만). 그 외의 것들은 2편 이상 넘어간 적이 없다(그래서 내 중국어가 자꾸 친구에게 통촉하고, 외람되고, 무엄하다고 말하는 수준이 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이 드라마를 끝까지 본 까닭은 오로지 장철한을 그의 본래 목소리 연기로 보겠다는 일념 때문이었다. <수도갈망우견니>를 보고 나면 한 10분씩이라도 그가 연기한 <산하령>의 주자서를 보면서 어떻게 한 배우가 저렇게 다른 분위기를 내지 하면서 신기해하는 시간을 꼭 가지기는 했다.
내용은 약간의 스포를 곁들이자면 다음과 같다. 호텔의 대표이자, 대기업의 후계자인 장민(张泯, 장철한 분)은 프랑스의 와이너리를 상속받아 처분하려고 하는데 그곳에서 역시 포도밭을 상속받은 여주인공 뤄시를 만나게 된다. 포도밭을 소중히 가꾸던 뤄시 때문에 와이너리를 팔아치우려던 계획이 어그러지면서 장민과 뤄시는 한동안 투닥거리는데, 일이 돌고 돌아 여주인공이 장민의 기업에 취직하게 된다. 비록 시작은 지독하게 안 좋았지만, 둘은 점차 상대에 대한 호감을 키워간다. 그러나 장민에게는 회장의 사생아로 미아가 된 배다른 동생을 대신하여 그의 이름으로 산다는 출생의 비밀이 있고, 정략결혼을 위한 약혼녀 유문나(刘文娜)가 있다. 뤄시에게는 고아로 보육원에서 만난 이후 최근 재회하여 그녀를 위해 많은 것을 희생하는 도륜(타오룬 陶伦)이 있고 말이다. 그리고 이 타오룬이 그 잃어버린 회장의 아들이자 장민의 동생이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장철한은 구르고, 또 구르고. 아니 장민이 구르고 또 구르고. 원래도 엄청 굴렀는데 거의 끝까지 데굴데굴.
하여 약간 주말 드라마 재질이다. 물론 한국 드라마도 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대충 이런 식일 게다. 클리쉐에 몸서리 치거나, 얼토당토않은 내용 전개에 혀를 끌끌 차고 있을라치면 예쁜 남녀 주인공이 등장해줘서 분노가 눈 녹듯 사그라든다. 장철한이 까까머리를 한 것은 좀 아쉬웠지만, 그래도 미모는 빛을 발한다. 까까머리를 하니 뒤통수 새치도 잘 보이고, 건드리면 피 나올 듯 벌겋게 달아오른 귀도 잘 보이고.
이 드라마에서 장철한은 역할이 재벌이다보니 시종일관 핏이 잘 되는 슈트를 입고, 번쩍번쩍한 시계를 바꿔가며 찬다. 중국 현대극은 의상 협찬이 거의 없다는데, 주인공 커플이 비슷한 코트를 구태여 집안에서까지 입는 것으로 봐서 꼭 그런 것만은 아닐 수도 있겠다. 메이킹을 보니 장철한이 드라마 출품인이자 소속사 사장인 조미에게 자신은 지금껏 정장 한벌을 가진 적이 없다고 하는 것을 봐서도 그렇고. 아니라면 드라마 찍다가 배우들 지갑 사정이 힘들어지는 건 아닌지 세상에서 가장 쓸데없다는 연예인 걱정을 해봤다.
처음에는 아이치이iqiyi에서 무료로 보기 시작했는데, 초반에는 괜찮더니 점점 광고가 어마어마하게 붙어 다른 방법을 찾다가 두보쿠(独播库) https://www.duboku.tv/ 라는 사이트를 발견하게 되었다. 여기에 정말 중드부터 미드 영드 한드까지 다 올라가 있어서 이야- 저작권 개념 말아먹은 곳이 요기잉네! 하며 즐겁게 시청했다. 다만 이 사이트는 빨리 돌리기나 되돌려보기가 불편하다. 물론 자막은 중문 자막만...
이 드라마 초반에 영어가 좀 많이 나오는데 아직은 영어가 편하구나 느꼈다. 보다보니 타오룬이 영어를 잘해서 저 사람은 왜 이렇게 영어를 잘하지 하고 찾아보니 국적이 캐나다여서 그럼 그렇지. 장철한 영어 쓰는 것도 꽤 나오는데 귀여워서 울었다. 메이킹 보면 자기는 인도에 있는 대학 나왔다고 장난 치는 장면도 있긴 하다. 그러다가 한 열 편 정도 남겨두고 무려 왓챠와 티빙에 공개된 것을 발견하였다. 중국어 공부 겸 계속 두보쿠에서 보려고 하였지만, 그냥 왓챠로 넘어와 마구마구 스킵하면서 봤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 사정이나 스토리 전개가 어찌 되었는지는 대충 감만 잡았다. 넘기다가 장철한 얼굴 나오면 그 부분만 시청.
드라마의 다른 문제를 지적하자면 음향이 들쑥날쑥하다. 동시녹음과 성우 더빙인 후시녹음이 섞이면서 생기는 문제 뿐만 아니라 카메라 각도가 바뀔 때마다도 음향이 달라진다. 멀리 찍을 때는 소리가 쩡쩡 울리고, 가까이 가면 정확히 들린다. 전체 후시녹음으로 성우 더빙을 하지 않는 중드를 볼 때마다 느끼는 고질적인 문제인데, 현대극까지 이럴 줄은 몰랐다.
메이킹 필름도 텐션 높은 장철한을 볼 수 있어 엄청 재밌다. 그 와중에도 틈틈이 다친 무릎 재활훈련을 하는 장면도 있다. 그래서 엘리베이터 잡으려고 엄청 뛰어 내려가는 장면을 보면서 마음 아파하기도 했다. 아래의 메이킹 필름을 보면 도로 위의 추격 장면을 찍다가 장철한이 타오룬역을 맡은 왕이룬에게 너 너무 빨리 달린다고하니 왕이룬이 그럼 좀 더 천천히 달리겠다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스포츠맨 장철한이 저런 아쉬운 소리를 하다니 역시 무릎 부상의 후유증인가 보다 하며 속상해했는데, 그것도 그렇지만 실제 드라마 장면 보니 왕이룬이 달리는 게 무슨 우사인 볼트다.
아래는 장철한 먹방 (https://youtu.be/JukKEqOe0U4)
유문나 역을 맡은 진호람(陈昊蓝)이 장철한 엄청 먹는다면서 운동하는 게 더 많이 먹으려고 신진대사 늘리려는 것 같다고. 그러고 보면 <산하령> 찍을 때도 다이어트한다고 하던데(물론 피골상접) 메이킹 필름에서는 계속 해씨와 사과가 손에서 떨어지지 않은 듯.
수중 촬영 장면 찍을 때 장약남이 무서워하니, 으악 이거 손 못 짚겠어, 너 안고 수영하는 거 너무 힘들다, 매미처럼 매달린 장약남에게 나 뒤집힌다 등등 엄청 찡찡거리긴 하지만 그래도 꽤 스윗하게 받쳐주고, 힘도 빼라고 하고, 여러 가지 조언도 해준다.
어찌 되었건 내가 이런 드라마도 봤다고 자랑하는 포스팅. 내가 이 구역 장철한 찐팬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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