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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ulla dies sine linea - 외국어
    What am I doing? 2022. 11. 8. 16:42

     

    일본어 하나.

    일본어를 듀오링고로 깔짝대는 것을 제외하고는 전혀 손도 안 대고 있다. 그래서 밀리를 구독하는데 마침 일본어 소설책 듣기가 있어서 시작했다. 제일 짧은 것이라 고른 것이 다자이 오사무의 <기다림待つ>이라는 책이었다. 친구에게 얘기하니 이왕 오디오북을 들을 거면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 정도로 가는 게 어떻냐, 가뜩이나 애니메이션만 봐서 오타쿠처럼 말하는데 다자이 오사무라니 끔찍한 혼종이 되겠다고 비꼰다. 문제는 내가 다자이 오사무가 요즘 사람이라고 생각한 것이었다. 내가 소세끼만큼 옛날 사람이야? 하니 나츠메 소세끼보다는 최근 사람이지만 그 어드메에 위치한다고 한다. 어쩐지 소설에서 쓰이는 예스러운 단어나 어투가 이상하다고는 생각했지만, 그냥 시대적 배경이라고 생각했다. 난 다자이 오사무를 무라카미 하루키보다 요즘 사람이라 생각했다. 아마도 무라카미 하루키를 먼저 안 연후에 다자이 오사무를 알게 되어서 단순하게 그렇게 생각한 것 같다. 그의 흑백 사진도 본 적이 있는데 소설가 특유의 감성 사진이라고만 생각했던 것이다. 외국인이 한국어 공부한다면서 나도향의 <벙어리 삼룡이>나 김동인의 <감자>로 익히겠다고 한 수준.

    중국어 하나.

    중국인 지인에게 주말에 뭐 했냐고 물어보니 이 모자를 주말에 샀다고 한다. 예쁜 올리브 그린🟢 색 모자이다. 그런데 이걸 중국에 사는 엄마와 영통을 하면서 보여드리니 한국에 있으니 그런 색 모자를 써도 되겠다고 하셨단다. 나는 처음에는 엥 그게 무슨 소리냐했다가 중국어로 정확한 문구를 듣고나서야 이해했다. 중국어로 '초록색 모자를 쓰다(戴绿帽子)'라는 말은 자기의 배우자가 바람을 피운다는 뜻이다. 중한사전을 찾아보면 '오쟁이를 지다'라는 익숙지 않은 말이 나오고, 이것을 뜻풀이 하면 '자기 계집이 다른 사내와 정을 통하다'라는 적나라한 해석이 나온다. 나는 이 초록색 모자를 쓴다는 관용어가 표현으로만 존재하고 실제로는 위력이 없는 말인줄 알았다. 한국에서 물 먹이고, 엿 먹인다는 말이 비유적 표현일 뿐 실제 말 그대로의 행위가 행해져도 큰 의미는 품지 않듯이 말이다. 초록색 모자를 착용하는 것이 실제로도 금기시 될 줄이야.


    중국어 둘.

    얼마 전에는 또 중국에서 인기라는 해고를 당하지 않는 안정적인 직업을 이야기하던 중이었다. 중국어에서는 회사에서 잘렸다고 할 때 "오징어 구워졌다(被炒鱿鱼)"라고 말한다. 오징어는 발음이 요위(鱿鱼)인데 내가 얼결에 요위의 요를 빼고 생선 어(魚)만 말해서 "회사에서 생선 구워진다"라고 했다. '오징어'에서 '오징'을 빼고 '어'만 말한 것이다. 친구는 왜 회사에서 생선을 굽냐며 읭? 하고. 황급히 해고당하다는 일반적인 용어로 마무리. 큭.

     

    영어 하나.

    이번에는 다른 중국인 친구의 경우이다. 그 친구가 영어 논문을 한국어로 번역한 것을 윤문하려는데 "바의 점무늬 사타구니" 따위의 말들이 눈을 어지럽힌다. 확인해보니 "dotted crotchets in a bar"이고 한국말로 번역하면 '(음악 곡) 한 마디의 점 4분음표' 이다. 파파고가 이토록 망측한 짓을 한 것이다. 친구에게 직접 물어보니 다행히도 중국어로는 점 사분음표로 잘 알고 있더라. 혹여나 중국어의 점 사분음표(附点四分音符)라는 말을 한국어로는 점무늬 사타구니로 알까 봐 이 한국어 뜻을 공들여 설명해줬다. 그런데 이 친구 덕분에 영어로 음악 논문을 읽다 보니 영어로 된 음악 기호 용어가 굉장히 익숙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갑자기 열공 모드. 찾아보니 <컬처타임즈>라는 곳에서 김용건 칼럼니스트가 음악 영어 칼럼을 작성해서 잘 설명해주더라. 


    스페인어 하나.

    누군가가 내게 어쩌면 그렇게 꾸준하게 스페인어를 공부하냐, 안 질리냐고 물어본다. 그 질문을 듣고 나서야 내가 그동안 근 1000일 동안 스페인어를 매일 하면서도 질려하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한국어, 영어, 중국어, 한문 등을 공부할 때는 질려서 토 나올 때가 여러 번 있었는데 말이다. 일단 질릴 정도로 한 적이 없고, 스트레스도 전혀 받은 적이 없다. 덕분에 실력도 늘지 않고, 아는 단어가 그리 많지도 않은데 이 와중에 라틴어와는 헷갈린다. 역시 외국어 실력은 스트레스를 받아가면서 해야 느는 듯. 시험 준비라도 해야 좀 질려하려나. 내 스페인어 실력은 여전히 초급.

사고전서의 옳게 치우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