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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어를 굳이 한자로學而時習之不亦悅乎/기타등등 2023. 5. 23. 23:55
시작은 단순했다. 누군가 점심에 복요리를 먹었다고 했고, 나는 점심부터 복어가 웬말이냐며 일단 저항했다. 생선을 굳이 돈을 내고 먹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가진(회 제외) 비린내에 취약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문득 복어의 한자가 궁금했다. 국어사전에는 복어의 복이 순수한글임을 표현했다. 일본어나 중국어 한자를 보니 하돈(河豚), 즉 하천의 돼지라고 불렀고, 일본어에서는 후구, 중국어로는 하돈을 그대로 쓰는 듯 싶었다.
그러다가 내 눈을 사로잡은 것은 바로 위키에 나오는 아래의 복어(鰒魚). 그런데 저 복자는 전복을 뜻한다.
전복은 한자로는 전복(全鰒)이라 하고, 자산어보에는 복어(鰒魚), 포어(鮑魚)라고 썼다. 중국 북송의 소동파는 전복을 좋아해서 <복어행(鰒魚行)>이라는 시를 썼는데, 이것은 한국어로 보면 <전복 시>이다. 그런데 <복어행>의 복어는 어패류 전복을 뜻함에도, 한자를 저렇게 쓴 사람이 수두룩하고, 블로그며, 맛칼럼이며, 신문 기사까지 전복을 뜻하는 복어(鰒魚)를 독을 가진 생선을 뜻하는 용어로 버젓이 써놓았고, 위키에까지 저런 식으로 기재되었으니 이제 고칠 때가 된 것 같다.
여담이지만, 소동파는 전복과 복어를 모두 좋아해서, 전복은 <복어행>이란 시로 찬양하고, 복어는 <혜숭춘강만경(惠崇春江晩景)>시에서 혜숭이라는 사람의 그림을 보면서 이 그림이 그린 계절이 바로 복어 제철이라고 노래한 적도 있다. 그리고 TMI지만, 나는 전복은 안 좋아하고 복어는 먹어본 적도 없고 소동파도 안 좋아한다 ㅋㅋㅋ
이상, 매일 하나씩 알아가는 소소한 포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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