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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항저우] 주말 2박3일 친구 방문 (`24. 1. 5.~7.) ②
    여행/중국 2024. 11. 11. 22:56

    다음날 6시경에 일어나서 샤워하고 조식을 먹었다. 아직 어제 먹은 것이 소화도 안 되었고, 친구가 아침 먹으러 갈 거니 조식은 먹지 말라고 했으나, 호텔에서 공짜로 주는 조식을 안 먹을 이유가 없다.  조식으로 서호밀우(西湖密藕)라고 연근 뿌리에 찹쌀 넣고 만든 달콤한 요리가 나오는데 맛있어서 놀라고. 
    친구와 만나기로 약속한 시간이 9시 30분인데 9시에 나가니 친구가 이미 로비에서 날 기다리고 있다. 또다시 스벅에서 들고 온 용과 주스와 함께.
    우리 둘은 먼저 근처의 봉황사에 갔다. 이슬람 사원의 모습을 띄고 있는데, 어제 남송어가의 호텔에 들어오는 길에 봐두었다. 딱히 볼 것은 없었지만, 내가 여행지만 가면 생기는 병, 즉 자꾸 위로 올라가고 싶어 하는 병 때문에 친구가 꽤 힘들어했다.

    다음은 지미관(知味观, 즐웨이관)에서 중국식으로 아침을 먹기로 하고 띠디로 서호에 갔는데 엄청 번화했다. 길거리에 거대하게 일념관산 포스터가 걸려 있어서 신나서 사진을 찍었다. 내기 친구에게 유우녕도 너처럼 동베이 사람이라고 하니 친구는 누군지는 아는데 그쪽 사람인지는 몰랐다고.

    친구가 지미관은 100년 된 집이고 아주 맛있다며 추천하는데, 그 서호밀우라는 연근 요리는 호텔에서 조식으로 먹은 것이 더 입맛에 맞았다. 흑임자 과자도 사줬고, 단황순(蛋黄酥, 딴황수)도 사줬는데 덕분에 하루종일 들고 다녔다. 무겁지는 않은데 내 불뚝해진 가방을 보더니 농민공 같다고. 아니 너 때문에 내가. 이것 말고도 간식을 사주겠다며 잔뜩 사주는데, 다 받아 들고 나니 다시 농민공 모드.

     

    서호는 이게 얼마만이야. 99년 정초에 갔으니 거의 25년 전. 서호에 가니 호수 위에 오리가 있고 원앙이 있다. 중국에서도 원앙은 부부의 금슬을 이야기한다며 이런 말이 있다고 한다. 원앙을 부러워 하고, 신선은 부러워하지 않는다(羡鸳鸯,不羡仙).
    내가 서호에는 와본 적이 있는데, 배를 탄 기억이 없다고 하니 친구가 유람선을 타자고 한다. (70위안) 유람선에서도 2층으로 올라가겠다고 성화를 부렸으나 문이 막혀있다며 친구가 막았다. ㅋㅋㅋ


    선실 안에 앉아 있을 수도 있는데 나는 굳이 갑판에 나와서 배가 서호 위를 흘러가는 것을 보는데, 서호가 안개로 자욱하다. 옆에 있는 아이가 엄마한테 오늘 공기 안 좋은 거냐고 물으니 부모가 스모그라고 ㅋㅋㅋㅋ 내가 봐도 온 세상이 뿌옇길래 내가 이게 스모그(雾霾)냐고 물으니 친구가 오늘 공기 수준은 좋음이라면서 앱을 보여주는데 pm2.5가 90이다. 내가 보고 야 인마 한국에서는 이거면 미세미세 앱에서 방독면 그림 뜨면서 절대 밖에 나가지 말라고 뜬다고 얘기했다. 그러니 친구는 며칠 전 부모님과 같이 왔을 때는 뇌봉탑이 안 보일 정도였다고. 오늘은 공기가 좋다고.  
    친구가 '맑은 날의 서호는 비 올 때의 서호만 못하고, 비 올 때의 서호는 밤의 서호만 못하다(晴西湖不如雨西湖,雨西湖不如夜西湖)라고 하길래 내가 '밤의 서호는 공기오염된 서호만 못하다(夜西湖不如空气污染的西湖)'라고 받아쳤더니 둘이 낄낄. 금방이라도 백사전의 백사가 호수 위로 등장할 것 같은 그런 분위기이다. 
    10분 정도 걸리니 삼담월인에 도착. 유람선 안내원이 얘기를 하는 걸 듣고 난 저 사람 좀 말하는 거 터프하다고 했는데 나는 내용을 듣고 그렇게 얘기한 거고(관람할 때 교양 있게 하라는 둥의 얘기를 해서), 친구는 저 사람 말하는 뉘앙스가 엄청 화가 나고 명령조라고 한다. 내가 외국인이다 보니 중국어의 그런 뉘앙스까지 파악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친구가 곧 보러갈 서호 10경 중 하나인 삼담인월(三潭印月) 뜻을 설명해 주길래 내가 강 위에 비치는 달을 얘기하며 월인천강지곡과 화엄경의 세계관을 얘기하다가 중국어가 딸려서 점점 내적대화로 변하고. 

    삼담인월의 장소는 중국 화폐인 1원의 뒷편의 그림이라 그거 들고 또 사진을 찍었다.
    잠시 사진을 찍으려는데 다른 사람이 갑자기 침투해 들어오다가 화각에 들어왔다. 그 사람이 약간 미안해하니 친구가 그 사람에게 괜찮다며 먼저 찍으라고 했고, 그 사람이 바로 너 동북사람이냐고 물으면서 친밀감을 드러낸다. 나는 도대체 말 한마디 했는데 어떻게 네가 동북 사람인지 아냐고 물으니 1성을 약간 2성처럼 발음한다면서 예시를 보여주는데 이해가 잘 가지는 않았다. 내가 사투리에 꽤 예민한 편이긴 한데 동북사투리는 너무나도 보통어 같아서 말이다. 한국에서 인자, 블루베리스무디, 했어유  정도의 느낌으로 구분하는 건가 싶음. 

    난 중국 정원의 기암괴석 느낌을 좋아하지 않고 이해도 안 가는데 얘네들은 참 좋아한다. 
    사진 200장 찍고 다시 이동. 친구 어머님이 요즘 틱톡 영상 찍는 데에 빠져서 친구가 어머님 전속 촬영기사가 되었다며 무슨 기계처럼 사진을 찍어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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