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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드] The West Wing
    오덕기(五德記)/美 2008. 11. 8. 13:47
    미국 백악관을 배경으로한 정치드라마 웨스트윙이라는 드라마 시청 중.
    현재 시즌 4까지 다 봤으며, 공부에 너무 방해되는 고로 시즌 5부터는 속도를 조절할 생각. -_-;

    클린턴 정부를 모델로 삼은 듯. 민주당이 정권을 잡고 있다.

    주지사 출신의 노벨경제학 상까지 받은 대통령 조사이어 바틀렛과 그의 아내인 의사 애비게일 바틀렛이 백악관에 자리잡고 있고, 수석 보좌관 리오날도 맥게리, 부수석 보좌관 조쉬 라이먼, 그의 비서인 다나텔라 모스, 공보부 국장인 토바이어 지글러, 부국장 사무엘 시본, 백악관 대변인 클라우디아 진 크렉, 대통령 비서인 찰리 영이 주요 캐릭터.


    정치에 문외한인 내게는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꽤 많다 -_-; 한글 자막 보면서도 무슨 말인지 몰라서 멍해질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니 오호 통재라.

    애니웨이, 드라마를 보면서 미국에서 민주당이, 그리고 공화당이 추구하는 바를 좀 더 명확히 알게 되었다. 예전에는 애매하게 보수와 진보라고 생각했는데, 두 정당의 정책적인 측면에서 감을 잡았다고나 할까.

    드라마를 보기 전에는 짜증나는 보수파, 공화당이라는 이미지가 강했으나, 아주 가끔, 아주 가끔씩 공화당의 주장이 논리적으로 옳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적어도 미국내에서도 나보다 훨씬 똑똑한 인간들이 공화당을 지지하고 있으니 그들 나름의 이유가 있으리라. 공화당에 가장 동의하는 부분은 그들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바가 '작은 정부'라는 것이다. 그러나 실질적인 상황을 보면 종국에는 정부가 사라지기를 원했던 공산주의가 오히려 독재체제를 야기한 것과 같은 모순점을 보인다. 이는 한 군인이 말한 공화당과 민주당의 차이점에서 정확히 지적하고 있다. "Republicans want a huge military but they don't want to send it anywhere. The Democrats wants a small military and they want to send it everywhere." (ep 4.14)

    드라마를 통해 미국이라는 국가가 바탕을 둔 사상이 자유, 그리고 기독교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민주당이 자유쪽에 치중되어 있다면, 공화당은 기독교라는 부분에 치중되어 있어 보인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다른 반석을 가볍게 여기는 것은 아니다.)  미국드라마가 혹은 미국사상이 유치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들이 바탕으로 둔 기독교에 기초한 엄정한 선악관 때문인 경우가 많다. 끊임없이 선과 악을 나누려고 하는데, 하나의 유기체에 선과 악이 공존되어 있다는 생각보다는 자신이 선이라는 자기착각을 내재화하고 악을 철저히 타자화하고 있다. 이러니 만날 다른 나라를 악이라 규정하고 싸우고 지랄이지.

    민주정이라는 정치체제가 과연 최선의 정치체제인지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고등학교를 다닐 때까지만 해도 난 유권자가 무지하다는 생각을 해본적이 없고, 그들 모두가 머리를 모아 뽑는 사람이 지도자가 되는 민주정이 옳다는 주장에 대해서 별로 의심한 적이 없는데, 내게 투표권이 생기면서 민주정이 최선의 정치체제인지에 대해서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었다. 게다가 미국에서 살게 되면서 수많은 무지한 사람들이 무지한 손놀림으로 뽑는 민주정치에 대해 옳지 않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하게 되었는데...... 처칠이 얘기한 "5분간만 일반적인 유권자들과 있다면 민주주의가 최악의 정부체계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다른 모든 정치체계를 다 제외한다면" 이라는 말이 민주주의에 대한 적절한 평가가 아닐런지. "The best argument against democracy is five minutes with the average voter." "Democracy is the worst form of government," but he also said, "Except for all the others." (ep. 4.12) 플라톤이 주장한 '철인정치'가 실현 가능하다면 가장 효율적이고 옳은 정부 체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지만 한국인이라면 누구에게나 존재하고 있을 독재체제에 대한 우려가 가장 큰 문제이다. 뭐 중요한 점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그 어떠한 정치체계를 가지고도 세상은 삐걱삐걱 거리며 잘 굴러가고 있고, 사람들은 민주주의 하에서 그나마 평등하다고 느끼며 가장 만족하고 있다는 사실. 그러나 이따위로 민주주의라는 미명아래 유권자들의 눈치를 살피고 있으니 미국에서는 음식쓰레기 갈아서 그대로 강으로 떠내려 버리기, 1회용품의 남용 등등의 엄청난 환경오염이 자행되고 있는 것이다.

    세번째는 항상 내가 가지고 있는 풀지 못하는 문제점에 관한 것이다. 나는 기본적으로 relativist 적 성향이 강하다. 문화에 대해서도 문화상대주의에 입각하여 상대방의 문화나 가치관을 나의 가치관으로 재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넘의 상대주의는 항상 엄청난 문제에 직면하고는 하는데, 예를 들어 페미니즘적 사고를 가진 사람으로서 몇몇 이슬람 근본주의 국가에서 자행되는 여성에 대한 불평등한 처사를 단지 그들이 가진 종교와 사회가 가진 가치를 존중해야 하기 때문에 냅두는 것이 옳은가 그른가가 바로 그것. 웨스트 윙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생기는데,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여학생 17명이 화재로 타죽는 사고가 발생하는데 충분히 구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우디 종교경찰이 그 여학생들이 복장이 적절하지 못했기 때문에 구하지 못하도록 한다. 이에 대해서 백악관 대변인인 CJ Cregg는 아주 부드럽지만 진정한 분노가 서린 한마디로 이러한 체제를 소위 까버린다. 


    STEVE
    I'm sorry, C.J., but you're not outraged by this?

    C.J.
    [beat] Outraged? I'm barely surprised. This is a country where women aren't allowed to drive a car. They're not allowed to be in the company of any man other than a close relative, they're required to adhere to a dress code that would make the Maryknoll Nun look like Malibu Barbie. They beheaded 121 people last year for robbery, rape, and drug trafficking, they've no free press, no elected government, no political parties, and the royal family allows the religious police to travel in groups of six, carrying nightsticks and they freely and publicly beat women. But "Brutus is an honorable man."Seventeen schoolgirls were forced to burn alive because they weren't wearing the proper clothing. Am I outraged? No, Steve. No Chris. No, Mark. That is Saudi Arabia, our partners in peace. Bonnie, then Scott. (ep.3.18)

    이렇듯 드라마에서는 CJ Cregg의 입을 빌려 아랍 세계를 비난하지만 난 아직도 잘 모르겠다.

    시즌 4에서는 쿤두(가상의 세력)라는 곳에서의 두 부족간의 전쟁에 미국이 개입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리오 맥게리의 말에 따르면 두 부족이 전쟁하는 것이 아니라 한 부족이 일방적으로 다른 부족을 학살한다. 대통령은 그 나라의 대사를 만난 상태에서 이러한 야만적인 행위를 규탄하며 "115,000명의 남자, 여자, 아이들 특히 남자아이들을" 학살하고 있다며 이를 막으라고 하자 그 대사는 특히 남자아이들을 죽이는 이유는 그들이 자라나서 복수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훗날 있을 잠재적인 복수를 막기 위한 아프리카 사회의 패턴을 이해한다면 능히 이해할 수 있는 논리적인 설명인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단지 야만적이라며 간섭할 수 있을까. 어떤 패턴을 파괴함으로써 파생되는 다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뭐, 내게는 참으로 어려운 문제이다. 웨스트윙에서는 바틀렛이 절대적인 가치가 있다가 천명하는 부분에서 그들의 생각을 이해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상대주의자인 나는 이 부분에 대한 해결책을 아직 찾지 못했다.

    미국드라마를 볼때마다 느끼는 점은 문화와 인종의 용광로라는 미국이 가진 다양성을 참으로 잘 이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200년 밖에 안된 짧은 역사를 가진 미국은 그리스와 로마 문화를 꿀꺽 꿀꺽 삼켜 자신의 것으로 만든 후에 세계 각국의 문화를 더하여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소위 '미국적 문화'라는 것을 만들어내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반만년의 역사와 문화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드라마, 영화, 만화책에서 보이는 문화적 저력은 참으로 박약하니 안타깝기 짝이 없다. 대한민국이 성립된 이후 천박하기 짝이 없는 배금주의로 똘똘 뭉쳐 있으면서 또한 돈 얘기하는 것을 꺼리며 돈 가진자를 무시하는 자가당착적 양태가 만들어낸 현상인가.

    어쨌든, 웨스트윙,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드라마임은 틀림없다.

    아래 사진은 잘생겨 보이는 샘 시본 ㅋㅋ

사고전서의 옳게 치우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