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께 떡밥을 던집니다. '조금 있다가 재미있는 다큐멘터리 볼까?'
덥썩 무신 어머니, 저는 속으로 으흐흐 음흉하게 웃습니다.
제가 어머니께 보여드린 다큐멘터리는 'Zeitgiest시대정신' 이라는 다큐의 part 1.
종교 자체를 부정하고, 주로 기독교를 심하게 깝니다.
예수는 fake고, 성경의 내용은 지금까지 있었던 모든 고대 신화의 짜깁기, 바로 표절이라는 내용입죠.
꽤 독실한 신자인 어머니께 이런 걸 보여드리는 제 속내는? 뭐 쉽게 말하면 악취미입죠. ㅋㅋ
같이 침대 위에서 드러누워 보다가, 다 본 후에는 사해문서에 대한 다큐멘터리로 이어갔습니다.
'무신론자들이 만든 다큐구만'
'재밌지? 캬캬캬'
어머니는 심드렁하십니다.
'졸려 죽는 줄 알았다'
'캬캬캬. 봐봐 완전 종교 자체가 뻥이라는 거야. 저런건 조금만 종교 공부하면 다 아는 내용이야'
'그런거는 엄마한테 중요하지 않아'
'캬캬캬'
'근데 넌 왜 이렇게 종교에 관심이 많니'
'재밌잖아'
'믿지도 않잖아'
'종교에 대해 공부를 하면 믿을 수가 없어'
'좀 실용성 있는 공부를 해라, 건축사나 미술사 어때, 아 그래 건축사 재밌겠다 ebs 다큐를 보니까 건축사 공부하면서 전 세계를~블라블라~'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지만, 역사를 공부하면서 그 안에 있는 종교적 현상에 심취했었습니다.
아마도 대학 때 만난 은사가 서양중세 기독교사를 전공하셨는데 그 강의에 빠져들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죠.
그 이후 역사를 볼 때 주로 종교적 관점으로 바라봅니다.
사람들 삼국지 많이 좋아하죠? 저도 삼국지 참 좋아합니다. 다양한 버전의 삼국지를 읽었고, 20번을 넘게 읽은 이후로는 몇 번을 더 읽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중학교 때 처음 삼국지를 읽었는데, 그 때에는 조조라는 인물에 빠져 지냈습니다. 조조 관련 서적이라는 서적은 다 찾아다녔었네요. 가끔 도서관에서 뽀얗게 먼지 덮인 조조 전기 같은 거 발견하면 뭐 유레카~! 감동의 눈물 뚝뚝 흘리며 봤었습죠. 그러다가 전쟁사에 관심도 갖게 되고, 삼국지에 인용된 고사 찾아 삼만리 하고, 조조 이야기 나왔다길래 세설신어 찾아보고, 육도삼략이니 손자병법 같은 거 읽고 자빠졌고, 죽림칠현도 건드려보고, 그러다가 위진시대 현학 공부하면서 토하는 것도 모잘라, 대학에서 중국 문학 수업 들으면 건안칠자의 작품 비교니, 조식(조조 아들내미)의 시 세계니 이런 거 분석해서 레포트로 냈었습죠.
그런데 종교적 관점에서 바라보게 된 이후, 삼국지도 다르게 읽습니다.
황건적, 오두미도, 천사도 같은 거대한 농민+종교 운동이 주 관심사가 된 것은 물론이요, 수신기 등에서 오나라와 위나라에 있었던 온갖 신통 방통한 방사, 도사, 신령 이야기에, 불교가 처음 전래된 이후 국가에서 어떻게 다뤄졌는지 살펴봅니다. 삼국지 곳곳에 숨쉬고 있는 종교적 색채를 찾느라 혈안이 되었죠. 삼국시대, 그리고 위진남북조 시대 얼마나 멋진 시대입니까. 그 휘몰아치는 종교의 소용돌이, 이후 중국 역사를 가로지르는 종교라는 물줄기의 물꼬를 튼, 그야말로 종교가 두궁두궁 맥동하는 시대 아닙니까. 아 정말 코피 팡~ 터뜨릴 정도로 세쿠시한 시대입니다!
엇, 제가 이 이야기를 하려던 것이 아닌데... 갑자기 위진남북조 시대 찬사를...-_-;
어쨌든 종교에 대해서 공부했습니다. 무엇을 공부하건 철저히 역사적인 관점에서, 그리고 현상적인 측면으로 종교를 살펴보려고 하지만 교리적인 면도 간과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문제가 생깁니다. 아무리 종교를 학리적으로 접근하려고 해도 저도 인간인만큼 옳고 그름의 판단을 하게 되는 거죠. 옳고 그름이란 말은 어폐가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 뭐랄까, 이 교파 혹은 현상은 이 종교가 가진 근본적 원리와 좀 더 비슷하다, 많이 다르다... 라고 판단한다는 정도랄까요? 이단이나 사이비, 이런 식의 표현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불교적으로 말하는 외도(外道), 이쪽이 좀 더 적절할 것 같습니다.
기독교나 이슬람 같은 계시적 종교는 논외로 하겠습니다. (사실 계시적 종교가 교파끼리 이단이라고 주장하는 것 어불성설이라고 봅니다, 뭐 훗날 기회가 있으면 얘기하게 될지도.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닌 개인적 취향으로 가장 교리가 마음에 드는 교파를 들라하면 기독교의 아나밥티즘Anabaptism 꼽겠습니다. 예. 이 사람들도 이단이라고 무지 박해받았었죠. 아직도 이 전통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계시적 종교가 아닌 불교와 도교, 그 중에서도 불교. 요즘 불교에 다시 관심이 생겼습니다. (도교에 대한 제 대략적인 한편 조심스러운 견지는 [學而時習之不亦悅乎/기타등등] - 상청파 덕후질 중 보시면 되겠습니다. 도교 관계자 여러분 다시 한 번 죄송합니다.)
요즘 어찌어찌 하다보니까 티벳 불교에 대한 자료를 자주 접하게 됩니다. 뭐 최근에 본 차마고도 다큐멘터리도 그렇고, 읽고 있는 책 영혼의 도시 라싸로 가는 길도 그렇고, 심지어 제 정치적 성향 테스트에 나온 저와 완전히 똑같은 정치성향을 가진 달라이 라마도 그렇고...-_-;;;; 이 뭐랄까 티벳 불교가 나올 때마다 복잡미묘한 기분입니다. 일전에 당나라 공부하면서 티벳 불교에 대해서 처음 접했을 때의 당혹감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일본 불교에 대해서 공부했을 때와 비슷한 기분입죠. 특히, 밀교... 그 밀교를 접할 때의 아슷흐랄함... 아 이거 말로 표현하기 조심스러워 지네요. 왜냐하면 제 머리에 그간 주입되었던 문화적 상대성의 개념이나 정치적으로 올바른...이라는 문제 때문에, 그리고 무엇보다도 종교를 이런 식으로 얘기하는게, 영어로 말하면 blasphemy (불교적으로 말하면 교리모독? -_-)가 되지는 않을까... 말 함부로 꺼내기 저어됩니다만.
뭐 -_-;;; 쉽게 말하면 이게 불교인가? 입니다. (하아~ 말하고 말았어!)
(뭐 이 글 읽는 사람 없겠지만, 제 양심상 혼자서도 이런 말 꺼내기 힘듭니다.)
그런데 이게 또 웃긴게, 제가 인도불교, 아니 인도불교라고 하기에는 뭐하고 손오공/저팔계/사오정과 함께 천축국에 갔다가 돌아온 삼장법사, 아니 현장이 인도에서의 배움을 중국적으로 변용한 법상종을 접했을 때의 기분이 또한 이랬거든요. 현장이 인도에 불교 유학 가기 전에도 이미 중국에서는 다양한 종파가 흥성합니다. 특히 중국적 불교라고 할 수 있는 천태종과 화엄종의 교세는 대단했고, 저도 이 쪽 교리에 더욱 익숙해 있는 상태였죠. (사실 법상종은 접하기 쉬운 종파는 아니라서...-_-;) 그 뭐랄까 다양한 개념들... 특히 그 인도의 세계관 냄새가 풀풀나는 시간적 개념이랄까, 근기나 해탈의 개념이 기존의 극히 중국적인 천태종이나 화엄종과는 너.무.나.도 다르고 제가 가장 익숙한 선종과는 하늘과 땅차이라고 할까나...-_-;;; 이거 불교 맞아? -_-; 이 말이 절로 나오는 거죠. 특히 그 해결이 안 되는 제가 불교의 가장 기본이라고 생각했던 universal salvation (매우 기독교적인 표현이지만 굳이 말하면 누구나 해탈할 수 있다는 개념?) 이라는 아이디어가 법상종에는 없었던 거죠. 뚜앙~ 돌 맞은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인도까지 가서 공부하고 책을 바리바리 싸들고 온 사람한테, 네 이론은 중국에서 쿵딱쿵딱 변용한 중국식 불교와 다르니까 불교가 아니야 라고 말하면 이게 말이 되겠습니까. 오히려 그렇게 치면 중국 불교가 덜 불교스러운거죠. 그 선종 선사들의 고사에 나오는 나무를 도끼로 패다가 튀긴 나뭇 조각이 대나무에 튕기며 맞는 순간 깨달았다! 라고 하는... 그러니까 온갖 종류의 돈오점수니 하는 선종의 아이디어가 더 말도 안 되는 거죠.
예전에 원시불교 공부한다고 아함경을 읽었을 때가 오히려 명징했던 기억이랄까. 그런데 아함경이나 인도 불교 공부할 때는 현상적이거나 역사적 관점이 배제되기 때문에, 그러니까 순수하게 불교가 궁금해서 공부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중국사 안에서 불교종파를 공부할 때와는 좀 느낌이 다릅니다. (게다가 인도 불교...쉣 열라 어려워 -_-) 뭐 또 이러다가 다시 티벳 불교와 일본 불교를 보면... 하아... 이거 어쩌지... 특히 서양인들에게 투영된 불교의 모습이 보통 일본이나 티벳 불교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뭐랄까... 참 아쉽습니다. (아 이번 글에 뭐랄까... 이 말 엄청 많이 쓰네요 ㅋㅋ) 제가 흔히 접할 수 있는 (물론 진언종 같은 밀교의 소의경전까지 읽어 본 것은 아닙니다만) 불교 경전과 내용이 음... 예... ;;;
뭐 어쨌건 티벳에 한 번 가보고 싶기는 합니다. 티벳 불교 수박 겉핥기로 공부를 했는데, 티벳에 간다고 마음을 먹으면 좀 공부를 하게 될까요? 하아... 그런데 저 다시 종교사 공부 해야 할까요. 종교사 생각만 하면 흥미진진해서 이런 생각 저런 생각하면서 침대를 뒹굴게 되는데 또 다시 제도권에서 공부하자니 끔찍합니다. 아니 뭐... 여기까지 읽으실 분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혼자 떠드는 겁니다. 이 글은 요즘 종교에 대해 너무 정리가 안 되어서 그냥 이 얘기 저 얘기 주절거리는 겁니다. 그래서 시작은 엄마와 본 다큐멘터리로 시작해서 삼국지에 섹시한 위진남북조시대에 기독교 불교 돌아가면서 가볍게 터치 다 해봤습니다. 나 때릴꼬얌? 캬캬캬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