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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이 오면, 그리고 그 날學而時習之不亦悅乎/기타등등 2010. 7. 22. 18:32
멍하니 시간 가는 것을 바라보다가 같은 어구로 시작되는 시 두 수가 생각났습니다.
그 날이 오면
- 심훈
그 날이 오면 그 날이 오면은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한강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 날이,이 목숨이 끊기기 전에 와주기만 할 양이면,나는 밤 하늘에 날으는 까마귀와 같이종로의 인경을 머리로 들이받아 울리오리다.두개골은 깨어져 산산조각이 나도기뻐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이 남으오리까.
그 날이 와서 오오 그 날이 와서육조 앞 넓은 길을 울며 뛰며 뒹굴어도그래도 넘치는 기쁨에 가슴이 미어질 듯하거든드는 칼로 이 몸의 가죽이라도 벗겨서커다란 북을 만들어 둘쳐메고는여러분에 행렬에 앞장을 서오리다.우렁찬 그 소리를 한 번이라도 듣기만 하면
그리고,
그 날
- 정민경
나가 자전거 끌고잉 출근허고 있었시야
근디 갑재기 어떤 놈이 떡 하니 뒤에 올라 타블더라고. 난 뉘요 혔더니, 고 어린 놈이 같이 좀 갑시다 허잖어. 가잔께 갔재. 가다본께 누가 뒤에서 자꾸 부르는 거 같어. 그랴서 멈췄재. 근디 내 뒤에 고놈이 갑시다 갑시다 그라데. 아까부텀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이 어른한티 말을 놓는거이 우째 생겨먹은 놈인가 볼라고 뒤엘 봤시야. 근디 눈물 반 콧물 반 된 고놈 얼굴보담도 저짝에 총구녕이 먼저 뵈데.
총구녕이 점점 가까이와. 아따 지금 생각혀도...... 그땐 참말 오줌 지릴 뻔 했시야. 그때 나가 떤건지 나 옷자락 붙든 고놈이 떤건지 암튼 겁나 떨려불데. 고놈이 목이 다 쇠갔고 갑시다 갑시다 그라는데잉 발이 안떨어져브냐. 총구녕이 날 쿡 찔러. 무슨 관계요? 하는디 말이 안나와. 근디 내 뒤에 고놈이 얼굴이 허어애 갔고서는 우리 사촌 형님이오 허드랑께. 아깐 떨어지도 않던 나 입에서 아니오 요 말이 떡 나오데.
고놈은 총구녕이 델꼬가고, 난 뒤도 안돌아보고 허벌나게 달렸쟤. 심장이 쿵쾅쿵쾅 허더라고. 저 짝 언덕까정 달려 가 그쟈서 뒤를 본께 아까 고놈이 교복을 입고있데. 어린놈이.....
그라고 보내놓고 나가 테레비도 안보고야, 라디오도 안틀었시야. 근디 맨날 매칠이 지나도 누가 자꼬 뒤에서 갑시다 갑시다 해브냐.
아직꺼정 고놈 뒷모습이 그라고 아른거린다잉......
http://home.k-dd.hs.kr/dedongbook/start.php?pageId=moim2&spageId=sosic&mod=view&no=7&school=2
2007년 5.18 광주민중항쟁기념 백일장에서 대상을 탄 정민경(당시 경기여고3학년)씨의 시입니다.
어떤 배경을 깔고 있는지 확인하신 후에 다시 한번 보시기 바랍니다. 정말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잘 썼어요.
이상 무기력증에 허우적대며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는 주인장이었습니다.
야구도 보긴 합니다만... 야구 그게 뭔가요. 먹는 건가요.
요즘 이거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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