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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르투갈 Day 1 - 리스본(Lisboa, Lisbon) 도착
    여행/스페인-포르투갈 2017. 4. 18. 16:00

     

     

    마치 드라마의 급박한 장면에서 'to be continued...'하는 듯한 상황.

     

    비행기 이륙 전 핸드폰을 끄던 친구가 갑자기 사색이 되더니 "리스본 호텔 날짜를 잘못 예약한 것 같아" 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한다. 오늘이 아니라 내일 체크인으로 예약한 것 같단다. 당장이라도 확인하고 싶은데 우리는 이미 두둥실 하늘을 떠가고 있어 꼼짝 없이 1시간을 불안과 공포에 떨어야 했다. 도착해서 아무 호스텔이나 들어가면 설마 도미토리 방이라도 없겠냐며 달랬지만 친구는 굉장히 자책하는 중. 머리 속에 최악의 시나리오를 짜고 대처 방안을 고민하는 듯 싶었다.

     

    도착하자마자 핸드폰을 확인한 친구는 곧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본디 드라마 마지막 장면에 무슨 큰 일이라도 일어날 것 마냥 대형 떡밥을 던지지만 별 일 없는 것과 같은 이치 아니겠는가. 

     

    리스본 공항은 꽤 쾌적하다. 우리는 에어로버스를 타고 숙소가 있는 Rossio광장에 내렸다(3.5유로). 버스에 혼자 탄 한 중년의 여행객을 보더니 친구가 "네 미래의 모습 같다"고 한다. 자기 없으면 저렇게 혼자 여행할 거 아니냐는 얘기인데, 나도 마침 같은 생각을 하던 차였다. 그런데 사실, 1년 전에 대만-중국도 딱 저런 모습으로 혼자 여행했었다. 그때 만난 중국인들은 하나같이 애인은 어디 두고 홀로 왔냐고 잔소리들을...크읔

    미래라기 보다는 현재의 모습. 

    그러나 굳이 밝히자면 혼자 여행하는 것도 좋아한다. 캬캬캬.(흥칫뿡)

     

    호시우 광장에 내리려는데 친구가 캐리어만 챙기고 숄더백을 의자 위에 두고 내린다. 이 숄더백으로 말하자면 여권부터 지갑까지 친구의 모든 귀중품이 다 들어있는 그런 가방 되시겠다. 바로 말해줄 수도 있었지만 장난기가 발동한 나는 내 캐리어 위에 가방을 얹고 친구를 쫄쫄 따라갔다. 자기가 예약한 곳이다보니 묘한 책임감 때문인지 친구가 핸드폰 지도를 보며 앞장서서 인도한다. 그런데 호텔이 은근히 찾기 어려운지 같은 곳을 계속 빙빙 돌며 헤매게 되었다. 내 캐리어에 얹은 친구 가방 무게감이 상당했다. 알아챌 만도 한데 친구는 여전히 핸드폰과 씨름 중이다. 남을 속이려고 사서 고생하는 모양새라 하겠다. 오나라의 황개가 이랬을까. 

     

    결국 버티다가 친구에게, "헉, 너 가방 어디있어!"하며 오스카상 급 연기를 했다. 내 말에 친구는 또다시 사색(오늘 사색 참 많이 된다)이 된다. 하늘이라도 무너진 기분이겠지. 내가 "니 가방이 요기 잉네" 하며 천근만근 무겁게 가지고 다니던 가방을 내놓으니 친구가 가슴을 쓸어내리더니, 곧 도끼눈을 뜬다. 

    호시우 광장에서 먼지 나게 맞는 줄 알았다.

    당장 지금부터 혼자 온 여행객 되는 줄.

    친구는 엄청나게 화냈지만 난 재미있...

    다음에 기회가 오면 또 할 ㄱ...

    고육지계여도 괜찮ㅇ.....

     

     

    Augusta Boutique House

    친구에게 무거운 가방을 내주고 찾아낸 호텔은 바로 아우구스타 거리에 있는 Augusta Boutique House. 입구가 너무 작고 초록색 블라인드까지 드리워져 도대체 찾을 수가 없었다. 좁디 좁은 리셉션(이라고도 말하기 어려운 계단 아래 책상과 컴퓨터)을 통과하면서 여기 괜찮을까 걱정했는데, 우려와는 달리 방은 꽤 괜찮다. 다만 카펫에 무엇인가를 쏟았는지(아마도 소변) 이상한 냄새가 났다. 방을 바꿔달라고 했지만 만실이라 오늘은 어렵다고 한다. 일단 다음날 아침 조식을 방에서 할지, 옥상에서 할 지 정하였다. 최적의 위치에 스태프도 굉장히 친절하다. 방도 깔끔한데, 다음날 옮긴 방은 샤워하다가 물이 방 안으로 범람하기도. ㅋㅋ

    다음날 옥상에서 먹은 조식. 꿀벌과의 사투 끝에 그 다음날은 방에서 먹기로 함

     

    Manteigaria Fábrica de Pastéis de Nata

    거의 밤 10시가 다 되어가지만 우리는 가방을 두고 근처에 있는 에그타르트를 먹으러 갔다. 에그타르트의 전설 만테이가리아이다. 호텔에서 걸어서 약 10분 정도 거리인데 가는 길이 엄청난 경사길이다. 뜻하지 않은 등산을 한 후 에그타르트를 사왔다. 
     
    오늘이 불금이라 그런지 골목마다 버스킹이 한창이다. 주황빛 가로등이 가득한 리스본은 자유로우면서도 아늑하다. 스페인과는 다른 분위기이다. 늦은 밤인데도 별로 위험한 느낌은 없다. 오늘 하루 종일 스페인 광장에서 점프샷 찍는다고 방방 뛰어다니지 않았다면 길거리를 더 돌아다녀보고 싶을 정도이다.
     
    만테이가리아 에그타르트는 기대만큼 엄청 인상적인 맛은 아니다. 그나마 급히 먹느라 사진도 못 찍...
     
    내일은 아침 일찍 신트라에 가야한다. 우리는 서둘러 잠을 청하였다.
     
     

     

사고전서의 옳게 치우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