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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건축, 음악처럼 듣고 미술처럼 보다 & 또 한 권의 벽돌
    學而時習之不亦悅乎/기타등등 2018. 5. 11. 11:50

    요즘은 접근성이 좋은 이북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본다. 생각날 때마다 신착 도서나 베스트 도서를 확인하고, 관심 있는 검색어를 넣어보기도 한다. 그러다가 '건축'이라는 검색어에 걸린 책이 바로 건축가 서현의 <건축, 음악처럼 듣고 미술처럼 보다>이다. 그러나 pdf 포맷으로만 제공해서 스마트폰으로 보기에는 가독성이 너무 떨어진다. 번번이 대출과 반납을 계속하다가 결국 도서관에서 빌려보게 되었다.

    읽다 보니 글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가끔 건축가 중에 녹록지 않은 인문/사회/과학/예술에 대한 소양과 문재를 드러내는 자가 있다. 이 책을 읽다 말고 저자의 다른 책도 찾게 되었다. 저자 사유방식의 기저에 무엇이 깔려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발견한 책이 <또 한 권의 벽돌>. 독서 후 책에 대한 소감을 간략하게 적은 후기 모음집이다. 워낙 책이 술술 익혀서 금방 덮었다. 그에 비하여 <건축, 음악처럼...>은 다른 비슷한 주제의 책들을 서너 권을 읽은 후에야 간신히 끝마칠 수 있었다. 

    <건축, 음악처럼...>는 제목에서 말하는 음악이나 미술과의 관련성은 상당히 떨어지는 편이다. 음악처럼 몸을 휘감거나 미술처럼 마음을 후려치는 요소로 건축을 형용하지는 못했다. 다만, 자칫 놓치기 쉬운 건축의 미세함과 웅장함을 알아보는 새로운 눈을 독자에게 부여하고픈 저자의 노력이 보인다. 그래서 건축을 음악과 미술처럼 접하고자 한 나에게는 약간의 아쉬움이 남았지만, 이 책을 탓할 부분은 아니다. 자주 느끼는 거지만 '통섭'의 정수에 가장 가까운 것이 건축이고 건축가가 아닐까(뭐 그 와중에 철학과 건축을 모두 들먹였지만 실망스러웠던 저작이 없었던 건 아니다). 게다가 이 정도의 문장은 퍽퍽함이 날로 늘어가는 인문교양 글쓰기에서도 보기 드물다. 부석사와 ECC 부분에서는 굉장히 감동했다. 그 건축을 한 사람이나 그것을 알아보고 멋진 글로 표현해준 사람이나 모두 대단하다.

    <또 한 권의 벽돌>은 부제인 건축가 서현의 난독일기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일종의 독후감상문이다. 책 내용은 적고 감상만 많은 가벼운 글이다. 그 와중에 이 사람은 무슨 책을 이리도 많이 읽었나, 뭐 볼만한 책은 없나, 열심히도 그의 독서편력을 추적하였다. 덕분에 읽고 싶은 책 목록은 잔뜩 늘었지만 아무래도 개인의 생각이 더 많이 표출된 책이라 그런지 기분이 상큼하지만은 않다. 예전 로쟈의 책에서 느꼈던 그 감정 그대로랄까. 고집센 마초가 저간에 유물론을 깔면서도 유심론자라 착각하고 타자를 타자로만 여기고 깊이 배려하지 않는 느낌은 언제나 입맛을 쓰게 한다. 그러나 이럴 때 쓰는 게 괄호치기이다. 쓴맛 나는 것들은 괄호로 묶고 향기로운 부분만 잘 읽고 배우면 되지 않겠는가. 

    이 저자의 책이라면 읽을만하다. 그리고 이 책을 만든 출판사의 꼼꼼함도 인상깊다. 오랜만에 신뢰할만한 출판사가 생겼다. 


    김옥길 기념관/김인철 作/박영채 사진




사고전서의 옳게 치우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