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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체코) 프라하-구시청사, 카페 에벨, 요세포프
    여행/체코-헝가리 2020. 4. 22. 16:34

    늦은 점심을 먹고 이동한 곳은 구시가지 광장에 위치한 구시청사이다. 이미 프라하 첫날부터 와서 천문시계를 보며 고통당했었지만, 이 건물 안에 있는 성모 마리아 예배당 사진의 화려함에 반해 꼭 한번 들려보고 싶었다.

    입장권을 구입하면 내부 및 시청탑에 올라갈 수 있다. 원래 성인 입장권은 250 czk(한화 약 12500원)인데 인터넷으로 예매하면 약 40 czk (한화 약 2천 원)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다. 딱히 날짜를 지정할 것도 없이 표를 2장 예매하고, 이메일로 온 티켓을 휴대폰에 저장하였다.

    https://prague.mobiletickets.cz/

    https://www.praguecitytourism.cz/file/edee/2018/11/pct18044_letak_starom-radnice_dl_kr_web-20181122-121947.pdf

    검표원에게 모바일 티켓을 보여주다가 그 전날 친구와 장난으로 snapchat으로 찍은 사진이 나왔다. 당시 유행하던 성별을 바꿔주는 필터로 사진을 찍으며 놀았었는데 한눈에 봐도 과한 인증샷에 검표원도 놀라서 웃고 우리는 부끄럽고. ㅋㅋ

    구시가지 광장에는 사람이 바글바글 거리는데 구시청사 안은 텅텅 비었다. 우리는 먼저 고딕탑에 올라가서 전망을 보기로 했다. 전망대에 올라가려면 엘리베이터를 타야 하는데 눈 앞에 나타난 엘리베이터가 너무나도 멋지다. 한 다섯 명 정도 탈 수 있는 소형 승강기인데 겉모습도 아름답지만 내부 천장도 거울이라 재미있는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다행히 우리 둘만 엘리베이터에 탑승하여 이동.

    전망대에 도착하니 또 다시 정줄을 놓은 촬영이 계속되었다. 배경이 푸른 하늘이지만 무슨 상관이랴. 역광으로 우리의 모습이 시커멓게 나온 사진의 조도를 조정해보니 역시나 입가에 함박 미소가 퍼져 있다.

    구시청사에서 내려다보는 프라하의 전망은 꽤 볼만하다. 아마 프라하에서 볼 수 있는 최상의 전망이 아닐까(이제 더 이상 기대하지 않는다). 특히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틴 성모 교회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친구에게 내려가서 저곳에 가자고 소리쳤다. 그래서 내려오자마자 틴 성당으로 향했지만 알 수 없는 이유로 입장이 불가능했다.

    시점의 차이

    전망대를 충분히 즐긴 후 시간에 맞춰 성모 마리아 예배당으로 내려갔다. 이 곳에도 사람이 없어 마치 예배당을 전세 내놓은 것마냥 구경했다. 스테인드 글라스가 아름답게 아로새겨진 이 예배당에서는 천문 시계의 내부를 볼 수 있다. 이리저리 뛰어놀다가 정각에 맞추면 시계 뒤편에서 열 두 사도가 움직이는 모습도 지켜볼 수 있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역시나 인파가 엄청나다.

    성모마리아 예배당

    구시청사 구경을 마치고 나오니 디저트 귀신인 친구가 이제 메도브닉을 먹어야겠단다. 메도브닉은 일명 꿀 케이크라고 불리는 체코인이 즐겨 먹는 디저트이다. 거의 어느 카페에서나 먹을 수 있는 디저트이지만 우리는 메도브닉 맛집으로 소문난 카페 에벨(Cafe Ebel)로 향하였다. 당시 친구는 유튜브에 디저트 맛집 브이로그를 올리는 창의적인 활동을 하고 있었다. 친구가 하는 일을 적극 협조하는 나란 인간은 한국에서 짐벌 카메라인 DJI 오즈모 포켓을 공수해가면서(라고 말하기에는 굉장히 작다) 메도브닉 브이로그를 찍어줬지만, 여행이 끝난 친구가 급격히 유태기(유튜브 권태기)에 빠지면서 나의 수고는 모두 허사가 되었다.

    카페에벨의 메도브닉

    달콤한 메도브닉과 커피 한 잔을 마시고 기력을 충전한 우리는 근처의 유대인 거주 지역인 요세포프로 향하였다. 원래 이곳은 유대인이 천 년 전부터 모여 살던 곳으로 그들에게 관용적인 정책을 폈던 요제프 2세를 기리는 뜻에서 '요제프슈타트'(요제프의 도시)라고 불렸고, 지금은 요세포프로 명칭이 변경되었다고 한다. 이곳에는 현재까지도 예배가 진행되는 유대교 회당 중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스타로노바 시나고그(Staronová Synagoga)가 있다. 프라하에서 가장 오래된 고딕 양식 건축물 중 하나이기도 하다. 여기에서는 유독 유럽의 단체 관광객이 많이 보인다.

    이 길을 따라 걸으면서 친구에게 골렘의 전설을 얘기해줬다. 이를테면 랍비가 유대인을 보호하기 위하여 골렘을 만들었으나, 점차 폭주하여 오히려 유대인을 공격하였고 결국 랍비는 골렘의 이마에 있는 '에멧(진실)'이라는 글자에서 '에'를 지웠는데 '멧'은 바로 죽음이었기 때문에 골렘은 활력을 잃고 시나고그 다락에 봉인되었다는 얘기이다. 이후 2차세계대전 때 그 얘기를 듣고 골렘을 찾으려고 했던 독일 병사들이 다락에서 사라졌다는 둥, 체코 작가가 인조인간이라는 뜻으로 로보타라는 이름을 희곡에 썼는데, 그 로봇의 특징이 이 골렘과 연결된다는 둥의 얘기를 해주니 친구가 이번 여행에서 가장 들을만한 이야기를 한다며 돌려 까기를 시전한다.

    보통 여행에서는 내가 전공을 살려 이야기 보따리를 푸는 편이었는데, 동유럽은 너무 지식이 얕아 설을 풀다가 매듭을 짓지 못해 매양 친구의 구박을 받았다. 나름 공부를 한다고 하고 왔는데,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급하게 욱여넣은 지식인지라 인출에 한계가 있었다. 그러다가 골렘 얘기로 한 번 성공하고 그것이 이번 여행의 마지막이었다. 흑흑.

    이제 해질녘이다.

    우리는 뱃놀이를 위해 슬로반스키 섬으로 이동.

    지국총지국총 남은 흥이 무궁하니 갈길을 잊었구나!

사고전서의 옳게 치우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