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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드] <처음 사랑을 한 날에 읽는 이야기(初めて恋をした日に読む話)>
    오덕기(五德記)/日 2021. 9. 24. 13:53

    이번 추석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이름도 알지 못했던 드라마이다.

    연휴가 시작되면서 길이가 짧고 가벼운 드라마를 찾다가 접하게 되었다. 요즘 읽는 책이 모두 어렵고 무거워서 오로지 감성만 자극하고 진입장벽이 낮은 무엇인가가 필요했다. 그러다 우연히 발견한 것이 바로 <처음 사랑을 한 날에 읽는 이야기>, 일명 하지코이(하지메떼코이오시따히니요무하나시).

    배경지식이나 들은 풍월이 없는 상태에서 드라마를 찾으려면 한 가지 방법밖에 없다. 내가 아는 배우가 나오는 작품을 찾는 것이다. 주인공 역을 맡은 후카다 쿄코는 영화 <음양사 2>에서 로봇 연기하는 것으로 이미 접하였고, 유명하다는 것도 알지만 내가 익숙한 배우는 아니다. 이 드라마로 인도한 배우는 나가야마 겐토이다. 사실 이름도 몰라서 <중판출래>로 검색해서 <정성을 다해 요리첩>에 모두 출연한 배우를 찾았다. 그랬더니 이 배우가 하지코이라는 곳에도 나왔다고 한다. 

    그래서 시작은 했는데, 드라마 자체는 2019년에 만들어졌다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유치했다. 로맨틱 드라마가 다 그렇지 뭐라고 말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일본드라마 특유의 오그라드는 감성, 대사, 장면, 편집을 보면서 극도로 미국화된 한국드라마가 강세를 떨친 데 비해, 왜 일드가 잔뜩 움츠렸는지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 

    사람들이 연기를 못한다고 입 모아 말하는 후카다 교코는 딱히 연기를 못하는지 모르겠다. 발성이 좀 아쉽긴 하지만, 자신에게 적절한 역을 잘 맡은 것 같다. 뒤늦게 나이를 듣고 늙지 않는 얼굴에 매우 놀랐다. 우리나라로 치면 윤은혜 느낌이 난다. 적절한 장르나 귀여운 얼굴 생김새 등이. 특히 일 할 때 머리를 묶는데 이게 기가 막히게 예쁘다. 한 가지 아쉬웠던 장면은 책을 던지면서 유리 쿄헤이의 아버지에게 화를 내는 씬이었는데, 여기에서 발연기를 시전한 것이다. 이 장면이 이렇게 많이 재생될 줄 알았으면, 연기를 좀 더 잘할 걸 하고 본인이 후회할 듯싶다.  

    이 드라마를 고르게 된 계기이기도 한 나가야마 겐토가 분한 야쿠모 마사시. 드라마 설정상 가장 인기남이어야 할 듯싶다. 모든 것을 다 갖췄는데 20년간 한 여자만 바라본 순정파 역. 나가야마 겐토가 출연한 드라마를 그나마 많이 봤는데 언제나 연기가 굉장히 안정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보다도 이 사람 목소리가 특유의 굴림이 있어서 마음에 든다. 목소리가 메마르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알이 박힌 듯 윤택한 목소리(나만 알아들을 소리). 니시 오오이라는 하버드대학교를 나온 직장 후배와의 연기 합이 굉장히 좋았다. 

    유리 쿄헤이 역을 맡은 요코하마 류세이는 남자 주인공이기는 한데, 핑크 머리와의 상성이 그리 좋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후카다 쿄코조차 빛나게 하는 발연기가 많이 아쉬웠다. 뭐랄까 익숙한 아이돌 출신의 얼굴을 하고 있다. 모델 출신이나 아이돌 출신의 배우들은 모든 카메라 각도에서 일정한 얼굴이 나오지 않고, 굉장히 안 예쁜 얼굴이 나오곤 하는데, 이 배우도 그랬다. 아직 카메라 마사지가 많이 필요해 보인다.

    나카무라 토모야가 맡은 야마시타 카즈마 역은 이 드라마에서 나를 가장 힘들게 했다. 전반적으로 발연기를 고르게 보이던 유레 쿄헤이 역은 그렇다 치더라도, 야마시타 선생님은 시종일관 치명적인 멋짐을 풍겨야 했는데, 항마력이 별로 높지 않은 나는 끄악하는 괴성을 지르거나 으하하하 하는 실소를 터뜨리는 증세를 보이곤 했다. 이를테면 베란다 난간 잡고 멋있게 공중제비 돌아 올라오기, 굉장히 멋있게 오토바이 타기, 한 손으로 캔 뚜껑 따기, 갑자기 등장해서 멋진 소리 하기 등등 말이다. 유리 쿄헤이의 핑크 머리보다 더 나를 힘들게 한 헤어 스타일. 매번 하이힐을 신는 후카다 쿄코와 비교되는 신장도 한몫했다. 그럼에도 이 사람의 외양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음양사 아베노 세이메이 같은 역할을 하기에 적절한 마스크랄까. 

    그 외에도 에도 미카역을 맡은 배우 목소리가 너무 예뻐서 깜짝 놀랐다. 성우인 걸까. 목소리가 무슨 옥구슬이 굴러가는 것 같다.

    이 드라마를 보면 일본 특유의 문화도 잘 나타난다. 예를 들어 사촌끼리 결혼을 한다거나, 고급 술집의 접대부가 그렇게 이상한 직업이 아니라거나 하는 것 말이다. <3월의 라이온>을 보면서도 가와모토 아카리가 이모를 도와주기 위해서, 아니면 이모가 조카를 위해서 자신이 일하는 술집에서 손님을 접대하게 하는데, 이게 너무 이상했다. 예쁘게 옷을 차려입고, 남자 손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술도 마시고, 분위기도 좋게 해주는 역할을 하는 접대부이다. 매소부, 즉 웃음을 파는 여자인데, 이것이 이 드라마에도 나온다. 주인공의 친구가 이런 술집을 운영하고 있고, 그 아래에 역사 덕후 술집 종업원이 적절히 역사에 대한 덕력을 과시하며 흥을 돋군다. 게다가 사귀자고 하기도 전에 결혼하자, 즉 결혼을 전제로 사귀자는 식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것은 일본 문화일까. 잘 모르겠네.

    보다보면 같이 열심히 공부해서 도쿄대학에 진학하고싶어진다.

    연휴에 이 드라마 말고도 다른 드라마를 많이 봤다. 꿈도 일본어로 꿀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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