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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과 명의 개국공신이랄까 feat. <명조나사사아明朝那些事儿>
    學而時習之不亦悅乎/문사철 2021. 10. 27. 15:38

    <명조나사사아明朝那些事儿>라는 책이 있다(단 한번도 책 제목을 한국어로 독음한 적이 없어서 어색하긴 하지만 어쨌든). 약 10여년 전에 당년명월이라는 이가 명나라 역사 인물들 이야기를 연재하였는데 이것이 공전의 히트를 쳤다. 중국인 친구가 하도 읽어보라고 권해서 읽기 시작했는데, 아니 정확히 말하면 오디오북으로 듣기 시작했는데, 꽤나 재미있다. 오디오북이 특히나 구수해서 듣는 맛이 있다. 내가 별로 관심없는 명나라 이야기인데도 말이다. 요즘은 랑야방 오디오북 듣느라 뒷전으로 밀렸지만.

    게다가 요즘은 중국사 교과서 낭독도 같이 하고 있는데 여차 저차 해서 초한쟁투 부분을 보게 되었다. 가끔은 관심 없는 시대라도 읽어줘야 할 때가 있으니까 말이다. 중국은 분열된 시대가 재미있지 통일 제국 이야기는 재미가 없다. 그래서 내가 현대 중국에도 관심이 없나 보다.

    <명조나사사아>의 첫 장을 장식한 홍무제나 초한쟁패의 주인공인 한고조 유방은 굉장히 유사한 배경을 가지고 있다. 유방은 쉽게 말하면 허풍이 센 건달 출신이었는데 시대를 잘 타고나고 주변의 좋은 인재를 모아 초패왕 항우를 물리치고 대업을 일구었다. 주원장은 찢어지게 가난한 빈농 출신으로 온 가족이 기근에 아사하는 고통을 겪기도 하였지만 훗날 어부 출신 진우량과 장사성, 방국진 등 당대의 군웅을 제치고 명을 건국하였다.

    일단 유방과 주원장은 출신이 빈천하다. 유방이 뜻을 펴기 전부터 알고 지내던 소하는 아전이었고(그나마 지식인), 조참은 옥리이고, 번쾌는 백정이다. 한신은 너무 가난해서 밥을 빌어먹었고 과하지욕까지 당한 사람이 아닌가. 유일하게 장량이 뼈대가 있는 사람인데 아주 후에야 유방의 휘하에 들어간 사람이다. 초한전쟁에서는 그래도 초패왕 항우가 초나라 귀족 출신이다.

    주원장은 더 험하다. 일단 주원장은 말이 좋아 탁발승이지, 빌어먹는 중이다. 그의 어려서부터 친구인 서달, 주덕흥, 탕화는 모두 빈민 출신이다. 이문충은 주원장의 조카인데 반란군에 있다가 후에 주원장을 만나 휘하에 들어갔다. 상우춘은 비적 출신이다. 유방의 호적수가 그래도 권세 있는 가문 출신 항우였다친다면, 주원장과 쟁패하던 군웅인 진우량, 장사성, 방국진 등은 어부 출신이거나 소금 운반하는 사람, 소금 장수 정도이다. 주원장의 책사였던 유기 정도를 제외하고는 어찌 보면 모두 시정잡배이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이 모두 수완 좋은 행정가가 되기도 하고, 천하무적 장수가 되어 한 나라를 세운다. 어찌 보면 사람의 능력이라는 것은 자재해 있다기보다는 시대적 흐름에 따라 발흥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어렸을 적 골목 대장 놀이를 함께 하던 친구들이 시대만 잘 만나면 다들 시대를 풍미하는 영웅호걸이 되는 것이다. 과연 사람의 능력을 재단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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