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중드] <전문중적진천천(传闻中的陈芊芊, 2020)> 잡설
    오덕기(五德記)/中 2021. 11. 9. 15:03

    주말 동안 부지런히 달린 <전문중적진천천>. 중국어로 발음하면 바로 느낌 오는데 한국말로 하면 참 눈에도 입에도 안 익는 제목. 한국 제목은 <소문난 진천천>으로 바꿨어도 괜찮을 것 같다.

    24편밖에 없는데, 늘어지는 부분이 없고, 다시 보고 싶은 장면은 많아서 전체를 다 보는데 오래 걸렸다. 조로사가 나오는 고장극 <장가행>, <춘화추월>, <삼천아살> 중 이 작품이 가장 낫더라. 

    1편에서 여주인공인 조로사가 폭렬 공주 삼공주 역으로 나올 때 화장과 헤어가 너무 예뻐서 나도 모르게 감탄하면서 봤다. 약간 일본 전국시대같은 스타일을 했는데 너도 반하고 나도 반하고 우리 모두 반하고.

    남자주인공 역인 한삭(한숴)을 맡은 정우혜(딩위시)가 처음 나왔을 때에는 초전(샤오잔)이라고 생각했다. 안면인식장애를 가진 내 뇌에서는 둘의 얼굴을 비슷하게 처리하나보다. 물론 곧 구분이 되었고, 이 사람 마스크에는 끝까지 적응이 안 되었지만 연기를 정말 적절하고 맛깔스럽게 잘한다. 가끔 머리 스타일이 김무스 같을 때가 있긴 하지만 말이다. <진천천>을 보고 정우혜가 궁금해서 연기 오디션 예능에서 그가 <랑야방>의 정왕 연기하는 것을 봤는데, 목소리, 발성, 발음 모두 좋아서 굳이 이 작품에서 성우를 썼어야 하나 싶었다. 물론 한삭 역의 성우 자체는 괜찮았다. 정우혜는 혀를 날름 거리는 버릇이 있는지 편집되지 않는 혀 날름 장면이 꽤 많이 포착되어 웃겼다. 

    초반에는 동시녹음과 후시녹음의 차이가 커서 음향이 거슬렸는데 뒤로 갈수록 이 점은 괜찮아졌다. 다만 효과음 면에서 특정한 소리를 너무 과하게 넣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를테면 음식 씹는 소리, 쥐 찍찍 소리, 활시위 소리 등이 거슬릴 정도로 과했다. 남자 성우 숨소리도 상황에 따라 강하게 넣을 때가 있었는데 이 부분은 취향을 탈 것 같긴 하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바로 번역이었다. 어려운 말도 아니고, 제대로 번역해도 글자수 차이가 별로 안 나는데 왜 굳이 저런 부적절한 역어를 선택해서 내용을 상하게 하지라는 의문을 품는 부분이 끊임없이 나왔다. 대세적인 서사를 그르치지는 않지만 감정선을 상하게 하는 단어 선택의 연속이었다. 정확한 대사는 기억이 안 나는데 이를테면 한삭(한숴)이 배항(페이헝)에 대해 "내 앞에서 진천천을 좋아한다고 인정하다니!" 이렇게 말하는데 "내 앞에서 진천천에게 접근하겠다고 하다니!" 이런 식으로 번역했다. 배항이 한탄하며 "왜 더 일찍 너를 좋아하는 내 마음을 알아채지 못했을까"라고 말하는데 "내가 왜 일찍 너를 알지 못했을까"라고 번역했다. 아니 서로 알고 지낸 게 몇 년인데 말이다. 문장 상 오류 뿐만 아니라 역어 선택도 오류가 많다. 내용상으로도 결백이고, 말도 결백인데, 순결하다고 번역해서 의아한 적도 있다. 다양한 번역 상의 오류가 부지기수라 감상에 방해가 되어 무자막으로 보고 싶은데 왓챠와 티빙 모두 자막을 없애지 못한다. 남녀 말투도 여자는 ~해요, 남자는 ~하오체를 기계적으로 사용하는 것도 딱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번역이야 드라마 자체의 문제는 아니니 이쯤하고, 사건을 적절하게 회수하는 것도 게을렀지만 로맨틱 드라마 장르 자체로는 정말 잘 만든 작품이었다. <삼천아살>과 <춘화추월>에서 아쉬웠던 부분을 모두 메운 수작이다. 배우들의 합도 좋고, 장면도 예쁘게 잘 뽑았다. 로맨스는 로맨스대로 잡고, 유쾌함은 유쾌함대로 잘 잡았다. 평소 예능 보면서도 크게 안 웃는데 이 드라마는 보다가 빵 터진 적이 여러 번이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바로 아래의 경극 장면. 한삭(한숴)과 배항(페이헝)이 기싸움을 벌이면서 대화를 나누는데 이것을 경극 장면과 대치시켜서 편집한 부분인데 교묘하게 맞아떨어져서 보고 나면 꼭 웃음이 터진다.

    https://www.bilibili.com/video/av200776316?t=1.6

     

    【传闻中的陈芊芊】打情郎-少君 裴恒两个男人一台戏_哔哩哔哩_bilibili

    这样的和风大姐姐不心动吗? 很难不心动

    www.bilibili.com

     

    나오는 배역 모두 마음에 든다. 역시 작가가 모두 애정으로 만든 배역답다. 주연 옆을 지켜주는 배급(바이지)이나 재예(즈루이)의 연기 합도 좋다. 바이지가 상황 파악을 못해서 "다시 공을 세울 수 있는 기회를 주십쇼" 할 때마다 재미있다. 성주는 멋있고 그 옆을 지키는 무공이 고강한 상기(상치)도 좋다. 자꾸 린치를 가하는 임칠(린치)도 좋고, 의술이 뛰어난 맏언니 공주인 진원원(천위안위안) 역도 마음에 든다. 특히 진원원은 본인 목소리인데 고장극에 잘 어울리는 마스크와 연기력을 가졌다. 남주의 어머니가 알고 보니 화목란인 것도 웃기다. 다만 소목(수무)는 살짝 힘들었다(본인 목소리라 더 놀라고!). 

    막판까지 잘 끌고 갔지만 종반부는 약간 어수룩했다. 진천천이 실은 이 세계를 창조한 작가이고 한삭은 본인이 등장인물이라는 것을 알면서 극의 긴장감이 풀려버린다. 약간 <매트릭스> 식으로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주긴 했지만 말이다. 둘의 오해를 풀려다가 맥이 풀리는 기분. 게다가 현호성에 가서 남녀평등 어쩌고 할 때는 손발이 오그라들고 핵노잼이었다. 그리고 무슨 아빠가 아들이 건강하게 돌아온 것만으로 기뻐하지 않고 광산을 못 얻어왔다고 따지는가. 게다가 진천천이 100번 받아쓰기해야 하는 책이 왜 도덕경인가(이것은 번역 탓). 그래도 엔딩은 마음에 들었다. 이런 내용을 저렇게 끝냈으면 잘 끝낸 것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엔딩에 대한 조로사의 인터뷰를 보니 극에 대한 배우의 이해가 꽤 깊어서 감탄했다.

    달달한 로맨스 고장극을 보려면 이 드라마를 봐야한다. 시즌 2 나와주세요.

     

사고전서의 옳게 치우치기